THE SPECIAL

BOOK

JUL-AUG 2020

흥미로운 북캉스

올여름 뇌까지 으스스하게 만들어줄 흥미진진한 책.

Writer 홍순채(칼럼니스트) Editor 주원

추적 심령 스릴러, 마귀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것이 바로 미지에 대한 공포이다.” 미국의 호러, 판타지 작가인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남긴 말이다. 지난 5월 출간된 전건우 작가의 <마귀>는 심령을 다루는 미스터리 작품으로, 마귀의 뒤를 쫓는 무당과 마귀의 존재를 알아낸 한 소년 그리고 마귀와 맞서 싸우는 경찰까지 쫓고 쫓기는 미지의 세계를 그려냈다. 이 책은 지난해 열린 제1회 K스릴러 작가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으로, 전건우 작가를 세상에 알리며 한국 스릴러물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게 했다.

강원도 산골 소복리는 겨울만 되면 마을 전체가 눈에 파묻혀 고립되는 오지다. 소복리에 첫눈이 내리던 날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마을 언덕에 있는 붉은 별장에 외지인이 모여든다. 그날 이후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실종되면서 소복리는 어둡고 사악한 기운으로 뒤덮이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이 실종된 장소에서는 연속적으로 의문의 문양이 발견되고 공포는 더욱 깊어만 간다. 어릴 적 불의의 사고로 불길한 징조에 예민한 소년 선우와 순경에서 형사가 된 소복리 출신 경찰관 동수는 힘을 합쳐 기괴한 실종 사건을 조사해나간다. 외지인의 정체는 타락한 목사가 이끄는 악마의 숭배자들로 주민들을 제물로 삼아 영생을 얻는 의식을 진행 중이었는데…. 과연 소복리 사람들은 악마 숭배자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내고 마을을 구원할 수 있을까?

<마귀>에서 절대 악에 대적하는 주인공들은 특별할 것이 없는 인물들이다. 절대 악에 대적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연합은 보통의 힘도 뭉치고 쌓이면 어떤 악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작가의 철학을 대변한다. 현재까지 탄생한 전건우의 작품은 스릴러 영화나 드라마와의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잉태한 것이다. 그는 영상의 강력한 설정과 효과에 마비된 대중을 상상력이라는 미지의 공간으로 끊임없이 유도하고 잠식시키기 위해 예상과 예측의 범위를 벗어난 미스터리 스릴러의 세계로 안내한다.

지은이 전건우
펴낸 곳 고즈넉이엔티

평범한 일상이 악몽이 되는 순간, 소포

<소포>는 독일을 대표하는 스릴러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가 지난해 발표한 책이다. <소포>에는 잔혹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 살인마, 일명 ‘이발사’가 등장한다. 정신과 의사 엠마는 연쇄 살인마에게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가까스로 목숨은 부지했지만 살인을 당할 뻔한 기억으로 매일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면서 공포 속에 살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이웃에 살던 피해자에게 배달된 소포 상자를 받게 되는데….

제바스티안 피체크가 만들어내는 어둡고 음험한 공포의 중량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지만 그는 테니스 선수를 꿈꾸었을 만큼 육체적으로 건강했고 명랑한 아이였다. 테니스를 포기한 후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세계적인 스토리텔러 스티븐 킹, 법정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 <양들의 침묵>을 집필한 토머스 해리스 등 거장들의 작품을 정독하며 그들의 장기인 극적 긴장감과 반전의 묘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간다. 그러던 중 2006년 7월 마침내 사이코 스릴러 소설 <테라피>를 발표하는데, 그해 최고의 흥행작인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제치고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독일 문단의 이목을 단숨에 주목시켰다. 그 후 발표하는 작품이 모두 히트하면서 명실상부한 독일의 대표 스릴러 작가로 등극한다. 특히 피체크는 인간 심리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으로 무의식에 숨어 있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예리하게 분석하며 독자의 오감을 쥐락펴락하는 긴장과 반전을 만들어낸다. <소포> 역시 책을 다 덮기 전에는 절대로 모든 내용을 알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진 퍼즐 조각과 같은 전개가 인상적이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누가 범인인지 단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환상적인 혼란을 보여준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기막힌 묘수 속에 빠진 독자들은 그의 계획대로 기어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한다. <소포>에 등장하는 연쇄 살인마는 ‘실존 인물인지, 가공의 허상인지’, 엠마의 고통은 ‘환상인지, 실제인지.’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매력 속에 빠져들게 된다. 올여름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책 한 권으로 으스스한 북캉스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지은이 제바스티안 피체크
펴낸 곳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