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

BOOK

SEP-OCT 2020​

공감하고 감동하며,
운동화 신고 오페라 산책

준비된 눈과 귀가 있다면 옷과 신발이 무슨 상관일까. 오페라 안내서 <운동화 신고 오페라 산책>과 함께 오페라의 매력에 가뿐히 빠져보자.

Editor 장새론여름

“저는 이 책이 컵라면 덮개로라도 쓰이기를 바랍니다. 독자들이 라면 먹다가 한 페이지 읽고, QR코드에 접속해 아리아도 들어보고, 그러다가 한 번이라도 ‘청바지 입고 운동화 신고’ 공연장에서 오페라를 즐기게 되기를! 그런 독자의 운동화 뒤축에 함께하기를 고대합니다.”

“어렵거나 딱딱할 것이라는 일체의 선입견을 빼고 같이 즐기자고 제안합니다. 오페라도 알고 보면 재미있는 오락이거든요.” 저자의 의도는 다분히 성공적이다. 퇴근길 대중교통에서 라면 먹듯 후루룩 삼킨 내용만 3분의 1 분량이다. 불과 15분 만에 도입부부터 오페라의 묘미 파트를 모두 섭렵했다. 곁에서 읽어주는 듯 친숙한 문체 덕분에 읽는 속도가 자연스레 빨랐다. 저자는 오페라가 우리 삶에 가까이 맞닿아 있음을 책 속에서 거듭 강조한다. 험상궂은 이미지의 배우 마동석과 고창석이 ‘귀요미’ 캐릭터로 거듭난 것처럼, 오페라 역시 선입견을 걷어내면 얼마든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고 전한다. 도입부부터 사랑을 강조한 것도 그 연장선처럼 여겨진다. 누구나 사랑에 얽힌 일렁이는 기억 하나쯤 품고 있을 것. 많은 명작 오페라 역시 주로 사랑에 관련된 서사를 다루기에 얼마든지 마음만 열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다. 팜므파탈 집시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인 <카르멘>, ‘부부싸움의 오페라’라는 별명을 지닌 <피가로의 결혼> 등이 현실적이면서도 감정적인 사랑을 매개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오늘날 드라마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페라 감상을 돕는 기초 상식도 물론 충실히 담았다. 오페라 세리아와 오페라 부파, 그랜드 오페라 등 종류 설명부터 소프라노와 바리톤 등 출연자의 명칭과 역할, 감상 후 찬사를 보내는 법까지 현장에서 짚어주듯 친절하게 설명한다. 할인 조건과 좌석 선택 등 티켓 예매법도 상세히 수록했다. 나아가 2부와 3부에서는 희가극과 비가극으로 분류해 각각 오페라를 추천하고 설명을 곁들인다. “시인 윤동주가 ‘한 해 동안을 내 두뇌로써가 아니라 몸으로써 일일이 헤아려 세포 사이마다 간직해 두어서야 겨우 몇 줄의 글이 이루어진다’고 한 그 기간 동안 오페라 입문서를 쓰려 한 것은 오롯이 저의 만용이었습니다. 결국 원고에 첫 눈 두 번을 더 꾹꾹 눌러 담고서야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네요.” 저자의 겸손한 어투에서 오히려 정진하려는 의지 그리고 그간 쌓은 내공이 읽힌다. 두 해만치의 몰입이 완성한 오페라 입문서는, QR코드를 통해 오페라 실황을 즉석에서 감상하도록 하는 등 친절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형철 작가는 오페라가 비록 고전극이지만, 삶은 물론 역사를 두루 아우른다고 거듭 강조한다. 현재와의 접점을 찾아내는 묘미 역시 오페라의 매력이라고. 추천 오페라에 첨언한 ‘해설가의 코멘터리’에 과거와 현재를 잇는 키워드를 심어두어 오페라를 훨씬 친근하게 접할 수 있다. QR코드부터 해설까지, 그야말로 간식 즐기듯 가볍고 달콤하게 오페라를 즐기도록 안내한다.

피가로의 결혼

봉건 영주가 결혼을 앞둔 하녀 수잔나에게 초야권(영주가 지배 지역 내 결혼하는 여성과 첫날밤을 같이하는 권리)을 발동하려는 행태를 소재로, 봉건제의 붕괴와 시민계급의 저항 등을 그린 작품이다. 스토리만 보면 ‘막장 드라마’에 버금가지만, 그 안에 해학은 물론 냉철한 사회 비판도 담긴 시대극이다. 모차르트가 작곡한 아름다운 음악이 사랑과 질투, 분노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주요 등장인물에 테너가 없어 여느 작품과 차별된다.

주요 장면 _ #3막 ‘편지의 이중창’
하녀와 바람피우려는 백작을 골려주기 위해, 백작부인과 하녀가 공모하는 장면이다. 두 소프라노가 ‘산들바람 부는 소나무 아래에서…’라는 문장을 반복해 주고받으며 편지를 쓴다. 클라이맥스로 치닫기 직전의 부드럽고 달콤한 멜로디가 긴장을 고조시킨다. 오페라의 꽃 소프라노의 달콤한 목소리도 백미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3막 ‘편지의 이중창’ 작품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피가로의 결혼
https://youtu.be/4qboZU2RuU4

세비야의 이발사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가 24세에 단 13일 만에 창작했지만, 그의 전 작품은 물론 오페라 부파(희가극)를 통틀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귀족 백작이 이발사 피가로의 도움을 얻어 우여곡절 끝에 사랑하는 여인을 얻는 스토리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시기 혁명의 기운도 장면 곳곳에 녹아 있다. 흥미롭게도 <세비야의 이발사> 속 백작은 <피가로의 결혼>의 주요 등장인물이기도 하다.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사랑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결국 쟁취하지만, 결혼 후 바람둥이가 되어 <피가로의 결혼>에 등장한다.

주요 장면 _ #1막 ‘나는 만물박사’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멜로디가 바로 <세비야의 이발사>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로지나의 마음을 얻지 못해 풀 죽은 백작에게 이발사 피가로가 적극 돕겠다며 자신을 어필한다. 경쾌하고 친근한 멜로디와,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듯 웃음 코드를 자극하는 연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1막 ‘나는 만물박사’작품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세비야의 이발사
https://youtu.be/aJIpVj_YkNo

카르멘

자유로운 영혼의 집시 카르멘과 지극한 사랑을 갈구하는 군인 돈 호세 사이의 비극적인 사랑과 파멸을 그린다. 자극적인 선율과 리듬, 강렬한 색채가 시선을 사로잡아 1875년 초연 이래 100년 이상 인기를 끌며 발레와 연극, 뮤지컬, 영화로 재생산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카르멘>은 창작부터 작가 비제와 의뢰인 사이 갈등이 많았고, 초연 역시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가족애나 사랑 등 밝은 내용만을 공연하던 당시 관행을 깨고 살인과 치정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현재 무대에 오르는 카르멘은 치명적인 매력의 여주인공 캐릭터에 대비되는 청순한 조연을 등장시켜 원작 소설을 순화한 결과물이다.

주요 장면 _ #1막 ‘하바네라’
카르멘과 돈 호세의 첫 만남, 무심한 돈 호세의 시선을 끌기 위해 카르멘이 ‘하바네라’를 노래한다. “사랑은 들에 사는 새와 같아, 아무도 길들일 수 없어요.(중략) 사랑, 사랑, 사랑은 어린 집시, 제멋대로이지요. 당신이 싫다 해도 나는 좋아요.” 가사에는 카르멘의 사랑에 대한 사상이 담겼다. 주체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카르멘이 무척 매혹적이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1막 ‘하바네라’작품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하바네라
https://youtu.be/K2snTkaD64U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2막 ‘투우사의 노래’ 작품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투우사의 노래
https://youtu.be/UrIOBse1MqM

한형철 작가가 들려주는 오페라의 묘미

작가 PROFILE
20년간 애호가로서 오페라를 즐기다 30년 가까이 다닌 직장을 그만둔 뒤 오페라 전문가로 거듭났다. 오페라 해설가, 평론가로 활동하며 그 매력을 글로, 강연으로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