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BOOK

뮤지션의 삶을 읽다

다양한 분야의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

Writer 홍순채(칼럼니스트) Editor 방은주

뮤지션의 담담한 고백 <상관없는 거 아닌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지만 우리말의 묘미를 살린 가사와 귀에 착착 감기는 복고풍 사운드 그리고 청춘의 무기력과 88만원 세대의 객기를 담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데뷔 앨범 <싸구려 커피>는 2008년 당시 신선한 충격이었다. ‘싸구려 커피’는 물론 수많은 음악의 작사∙작곡을 도맡아 하던 장기하는 2012년 은희경·김훈·이병률 같은 쟁쟁한 문인들과 함께 <안녕 다정한 사람>이란 여행 에세이를 발표했을 정도로 문학적인 재능도 인정받은 바 있다. 그 후 8년 만에 그의 첫 번째 산문집인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통해 자신과 주변 일상다반사에 대한 솔직하고도 담백한 이야기를 전했다.

책에서는 극명하게 비교되는 낮과 밤이라는 두 개의 주제로 글을 써 내려간다. 낮에는 소소한 사건 하나를 포착하여 자유롭게 자신의 사유를 확장해나가며 한 인간이자 자유로운 음악인으로서 장기하의 모습을 들려주고 있다. 밤에는 뮤지션으로서 자유라는 포장에 싸인 자신의 내면이 결코 녹록지 않은 고민과 좌절 사이를 왕복하고 있다는 진솔한 고백이 담겨 있다. 장기하가 쓴 글을 읽으면 입가에 가벼운 웃음이 번진다. 위트가 녹아 있으면서도 신중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심하게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편안함이 있는 책이다.

지은이 장기하
펴낸 곳 문학동네

어느 피아니스트의 단상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

책의 저자인 알렉상드르 타로는 세계적인 콘서트 피아니스트 중 독보적인 존재로 지금까지 서른 장 이상의 앨범을 발표한 이력의 소유자. 고전음악에서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며 현재까지도 전 세계를 누비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다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고, 14세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한 천재 피아니스트. 책에는 그가 세계를 유람하며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 겪고 느낀 일들은 물론 자신의 에피소드를 넘어서 그가 시시때때로 느끼고 생각하는 음악적 단상을 유려한 문체로 써 내려간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피아노 연주의 매력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두루 전한다.

특히 뵈젠도르퍼라는 피아노를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애마인 부케팔로스라고 부르고, 피아노마다 각기 고유의 향기가 있음을 저술한 부분 등은 꽤 흥미로운 대목. 콘서트를 앞둔 연주자의 팽팽한 긴장을 자신의 손을 놓고 싶어 하지 않는 변덕스러운 어린 동생으로 비유한 부분은 음악가로서뿐만 아니라 문장가로도 손색이 없는 알렉상드르 타로의 면모를 보여준다.

지은이 알렉상드르 타로
펴낸 곳 풍월당

재즈와 힙합의 콜라보를 말하다 <재즈가 된 힙합>

이 책은 시인이자 음악평론가인 하닙 압두라킵이 1990년대 힙합신에서 가장 예술적이며 지적이었던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ATCQ)의 음악 세계를 조명한 책으로 평단과 대중에게 모두 사랑받은 음악평론집이다. 큐팁, 파이프 독, 알리 샤히드 무하마드, 세 멤버로 구성된 ATCQ의 음악은 재즈를 샘플링한 비트와 감각적인 랩, 깊이 있는 가사 등으로 힙합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수많은 전문가와 대중은 ATCQ를 90년대 힙합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음악 장르를 창조해낸 그룹으로 평가한다.

1990년 첫 음반을 낸 후 인종과 젠더, 세대와 취향의 벽을 넘어 수많은 대중과 오직 음악으로 교류하며 2016년까지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국내에서는 빈지노, 타이거 JK 등이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이 그룹을 꼽으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저자 하닙 압두라킵은 ATCQ가 비틀스나 롤링스톤스와 대등한 음악적 성취를 이루어냈다고 소개하며 이 그룹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책에는 힙합 역사의 찬란한 순간을 같이한 ATCQ의 내면세계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전하며, 재즈와 랩 장르에 실린 흑인들의 애환과 저자만의 깊은 성찰까지 곁들이고 있다.

지은이 하닙 압두라킵
펴낸 곳 카라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