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BOOK

뮤지션의 삶을 읽다

시, 소설, 역사, 수필. 각각의 장르로 풀어낸 바다 이야기.

Writer 홍순채(칼럼니스트) Editor 방은주

이병률의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눈보라가 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이별의 원심력’ 중에서 시인 이병률이 2017년에 발표한 시집이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는 시집에 실린 ‘이별의 원심력’에 등장하는 시구로, 이별 끝에 툭 튀어나온 힘겨운 독백이다. 이 외에도 시집에는 완전히 혼자가 되기 위해 세상과 부대끼고 동시에 타인을 발견해가는 시인의 명징한 시간들이 새겨진 시 60편을 실었다. 혼잣말의 실체를 찾아 들어가는 과정의 산물이자 숱한 낙담 끝에 하고 마는 다짐들은 시인으로서 혼신을 다해 담금질한 고독의 언어로 읽힌다. 시인에게 인생은 눈보라가 치는 외롭고 쓸쓸한 곳이기도 하지만, 이별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그의 바다는 잔잔하고 훗날 다시 찾고 싶은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해준다.

지은이 이병률
펴낸 곳 문학과지성사

공지영의 소설
<먼 바다>

<먼 바다>는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헌사다. 아무리 기억이 희미해져도 ‘첫사랑’은 그 단어만으로도 아련한 추억이 된다. 소설 <먼 바다>는 현재의 미국과 40년 전 한국을 수시로 오가며 공지영 작가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문체로 첫사랑의 애틋함을 그려낸다. 40년 전 첫사랑이었던 요셉과 미호의 아름다웠던 시간과 기억들은 파편이 되어 잊혀지고 만다. 과거에는 격렬했지만 지금은 미로에 빠진 듯한 첫사랑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조각난 나날을 소환하는 두 주인공. 풋풋한 첫사랑에 대한 감정과 중년의 고단함을 속도감 있게 그려낸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지내온 청춘에 대한 이력이자, 다시 들춰보고 싶은 감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미 멀어진 기억, 하지만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첫사랑의 감정, 뜨거운 청춘의 열정과 중년의 노회함을 절묘하게 오가는 이야기가 꽤나 흥미로운 책이다.

지은이 공지영
펴낸 곳 해냄

이봉수의 역사서
<이순신이 지킨 바다>

우리나라 최고의 이순신 연구가로 알려진 저자는 지난 25년간 서해와 남해를 발로 누비며 천문과 지리에 능통했던 이순신 장군의 체취와 혜안을 모아 생생한 기록으로 되살려냈다. 그런데 가장 큰 난관은 지금의 바다와 420여 년 전의 바다는 지형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이봉수 작가는 고지도와 옛 지명을 하나하나 대조하여 당시 이순신 장군이 지킨 바다를 완벽하게 복원해냈다. 이순신 장군이 당시 승리를 이끌어낸 바닷길을 그대로 구현해내 당시 필승의 전술과 전략을 탐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 이봉수는 이순신 장군의 전투지는 물론 하루를 묵었던 정박지까지 속속들이 찾아가 무려 300차례에 걸친 현장 답사를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순신 장군을 흘러간 과거가 아닌, 오늘날 우리의 영웅으로 소환해 다시 역사의 무대에 올려 세운다.

지은이 이봉수
펴낸 곳 시루

함민복의 수필집
<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

자본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 오롯이 섬사람으로 살아온 함민복 시인의 지난 25년 삶의 여정이 담긴 에세이집이다. 바람 속에 부초처럼 떠돌던 시인이 정착한 곳은 강화도였다. 마니산 정상에서 관조한 강화도의 갯벌은 정처 없이 누비던 자신의 뿌리를 내리게 한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고, 시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치열한 역사의 공간이기도 했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남는 시간에 농사를 짓는 섬사람들의 인생은 시인에게는 더없는 존경의 대상이 되었고, 본인 또한 그리 살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다. 섬에서 25년을 보낸 산골 출신의 시인은 어느덧 섬이 되고 바다가 되어 욕심 없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놓았다. “낯선 풍경. 모든 게 새로웠다… 바닷물은 하루 두 번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는 것밖에 모르던 나에게 그날그날 변화하는 바닷물의 움직임은 놀라웠다.”

지은이 함민복
펴낸 곳 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