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BOOK

뮤지션의 삶을 읽다

산책에 대한 자신만의 경험과 감성으로 즐거움을 공유하는 책.

Writer 홍순채(칼럼니스트) Editor 방은주

감성 가득한 밤마실
<밤을 걷는 밤>

프로 산책러 유희열이 음미하며 걸을 수 있는 서울의 심야 산책로를 특유의 감성을 더해 추천하는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고된 하루 일과를 마감한 저녁이면 문득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거리로 나서고 싶을 때가 있다. 이유야 천차만별이지만 만날 수 없는 누군가가 그리워 무작정 걷고 싶을 때도 있고, 때로는 삶의 무게가 버거워 그저 걷다 보면 길을 나서기 전과 다른 마음으로 돌아오곤 한다. 카카오TV의 <밤을 걷는 밤>을 에세이로 재구성한 책에서는 유희열의 예민하고도 따스한 관찰력을 읽을 수 있다. 심야 산책이 취미인 그가 4개월간 각본 없이 서울 구석구석을 쏘다니며 특유의 익살과 감탄을 쏟아낸 영상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콘텐츠를 책으로 출간한 유희열은 아무리 시시한 하루라도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권한다. 이를테면 너무 변해버린 홍대 거리를 거닐며 별일 없이 만나 시시한 얘기를 나누고 아무런 소득 없이 헤어지던 친구를 떠올리는 순간과 같은 기록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시간 혹은 지난 나에게 안부를 묻는 계기가 된다.

지은이 유희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펴낸 곳 위즈덤하우스

산책은 곧 시가 된다
<시와 산책>

<시와 산책> 커버 디자인은 마치 시가 보여주는 응축된 상상력과 상징을 명료하게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지난해 디자인 전문가가 뽑은 북 커버로 선정되기도 한 이 책은 2020년 작가, 출판인, MD 50인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 책은 작가 한정원을 만든 시와 그 시를 음미하며 걸어갔던 산책에 관한 감상이 담긴 산문집이다. 대학 시절부터 시를 썼고, 단편영화를 세 편이나 연출했으며, 연기자로도 활동하다가 수도자가 되려 했으나 이루지 못한 이력의 소유자. 현재 늙은 고양이와 조용히 살고 있다는 작가의 진짜 프로필은 <시와 산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무렵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페이지마다 깃든 시와 산책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질문과 시선이 편안한 위로가 된다. ‘산책의 마지막 기쁨은 돌아가는 길을 얼마나 순순히, 서두르지 않고 걷느냐에 달려 있다’는 문장처럼 여유를 선물하는 책. 시가 산책이 되고, 산책이 시가 되는 즐거움을 읽을 수 있다.

지은이 한정원
펴낸 곳 시간의흐름

걷기의 원초적 감동을 선사하다
<걷기를 생각하는 걷기>

30년 동안 독일의 저명한 시사주간지 <슈테른(Stern)>에서 기자로 일한 울리 하우저는 태양이 빛나는 남쪽 지방을 걷고 싶다는 막연한 이유로 사표를 내고 길을 나선다. 자신의 조급함과 분주함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던 그는 아들의 배낭을 메고 무심히 길을 나섰다가 함부르크에서 로마까지 무려 2,000km에 달하는 길을 100여 일간 걷고 또 걸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걸으면서 느낀 감성만을 담은 것이 아닌, 신발 장인, 특수 신발 제작자, 응급의학과 의사, 보행 전문가 등 수많은 걷기 전문가를 만나 그들의 조언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틈틈이 함부르크에서 로마에 이르기까지 길가에 펼쳐진 역사와 문화를 되짚어보는 인문학적 즐거움도 선사한다. 최대한 큰 길을 멀리하고 구석진 길로 걸어 다닌 저자의 도보 여행기는 어린 시절 특별한 목적 없이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던 기억과 같은 원초적인 감동을 전한다.

지은이 울리 하우저
펴낸 곳 두시의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