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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

SEP-OCT 2020​

정리된 집을 원한다면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디데이까지 약 60일, 정리 정돈하기에 딱 좋은 기간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 출발 하듯 단정한 집에서 새해를 맞이해보자.

Editor 장새론여름
Reference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정희숙 지음, 가나출판사 펴냄)
Photographer Unsplash(unsplash.com)

하비 copy 4

집 정리의 장점은 너무 많다. 집 안 물건의 양과 놓인 장소를 쉽게 가늠할 수 있기에 생활을 효율적으로, 소비를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 정리가 잘된 공간에서는 무엇이든 새로 시작하기도 좋다. 요리는 조리대가 비어 있어야 바로 시작할 수 있고, 외출복은 옷장에 자리가 있어야 걸어놓을 수 있는 법이다. 소소한 일상이든 중요한 임무든, 마음에 혹은 공간에 일단 여백을 만들어놔야 한다. 정리에 가장 적합한 때는 아무래도 이별 혹은 만남과 관련 있다. 사람이든 상황이든, 무언가와 멀어지거나 가까워졌을 때다. 집을 옮기거나 자녀가 독립할 때처럼 묵직한 이벤트 전후로 짐을 추린다. 가볍게는 계절을 보내고 새 계절을 맞이하며 물건을 정리하기도 한다. 2020년을 서서히 마무리해가는 이맘때도 정리하기에 적합하다. 올 한 해는 사회도 문화도 눈에 띄게 달라진 시기. 지난 시간을 회고하며 비우고 또 채우면 어떨까. 달라진 집과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새해맞이가 훨씬 산뜻할 것이다.

@sanibell

@sidekix

잘 정리된 집의 조건

정리의 개념은 폭넓다. 일주일에 몇 번씩 빨래를 개어 넣고 욕실용품을 가지런히 진열하고, 옷장이나 베란다의 물건을 풀어헤쳤다가 다시 수납하는 것, 집 안 전체를 대대적으로 뒤엎는 것까지 ‘정리’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리는 공간별로 한다. 옷장과 책장, 욕실, 주방, 서재, 안방 등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선이다. 공간별로 정리하면 단시간에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잘 정리된 집은 일단 문이 활짝 열리고, 잘 닫힌다. 문에 걸리는 것이 없고 문 쪽에서 봤을 때 방이 넓어 보인다. 가구는 방 크기에 알맞고, 공간의 용도에 맞는 물건이 적당량 수납돼 있다. 공간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집은 훨씬 단정해진다. 집 크기에 비해 물건이 너무 크거나 많다면 버리는 것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버릴 수 없다면 더 큰 집으로 이사하거나 별도로 창고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정리 습관이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여유 공간은 이내 물건으로 둘러싸일 것이다. 버리기가 최우선 과제는 아니지만 필수 과정임은 분명하다. 버리기에도 원칙이 있다. 나와 내 가족이 현재 사용하는지, 그리고 똑같은 물건이 여러 개인지, 내가 가진 물건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 현재부터 미래까지 가늠했을 때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게 많다면 추려내는 게 맞다. 다만 둘 모두에 해당해도 좀처럼 버리기 어렵다면, 유예 기간을 두고 정말 이로운 물건인지 곰곰이 생각한다. 소유물을 가뿐히 버릴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정과 추억이 쌓인 물건을 내놓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버리기에도 분명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물건의 적정량은, 수납공간에 정리했을 때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은 금세 잊혀지게 마련이다. 가령 몇 번 쓰다 만 족욕기를 베란다에 넣어두고, 그 위에 휴지와 물티슈를 쌓아두는 식이다. 베란다에 숨겨져 있는 이상 언젠가 필요하겠거니 하더라도 다시 사용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1㎡에 수백 수천 만원에 달하는 공간을 이런 물건에 할애할 바에야, 과감하게 버리거나 잘 보이게 두고 자주 사용하는 게 옳다. 정리된 집에 살고 싶다면 집 안 물건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물건이 쌓이는 속도는 버리는 속도보다 갑절은 더 빠르다. 처음엔 감당할 만하다가도 점차 버거워지고, 이내 안 살 수도 버릴 수도 없어 물건에 속박당한 채 살게 된다. 사는 만큼 버리는 습관만 들여도 충분히 집을 정갈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andreaedavis

대정리, 평생 유지하는 정리 시스템

생활의 변화에 따라 정리할 때는 방법이 좀 다르다. 이사하거나 가족을 이루거나, 이별하는 경우다. 곧 ‘대정리’가 필요한 시기다. 이 경우 공간 전체를 우선 가늠하고, 각 공간의 용도부터 새롭게 잡아야 한다. 공용 공간인 거실은 되도록 깔끔하고 환하게 활용하고, 집 안 어느 곳이든 각자만의 공간을 둔다. 방을 하나씩 할애하기 어려우면, 거실 한쪽, 방 한구석이라도 자리를 마련하는 게 좋다. 한 가족이라도 개개인의 생각과 욕구, 생활 습관은 다 다르다. 누구에게나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각자의 자리와 시간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존중을 표현할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어릴 경우 거실을 거의 통째로 아이에게 할애하는 집이 많다. 아이방이 되어야 할 공간은 ‘창고방’으로 둔다. 하지만 아이방 역시 되도록 따로 두길 권한다. 아이의 옷과 위생용품, 장난감만 모아 한 공간에 수납한다. 물건이 한눈에 파악돼 아이 성장에 따라 물건을 비우고 채우기가 훨씬 수월하다. 거실에는 기저귀 등 소모품을 일주일에서 열흘 치만 놔두고, 칸이 비면 채워 넣는다. 아이 물건이 무분별하게 흩어지지 않으므로 거실을 여백 있게 활용할 수 있다. 창고방이 있으면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정리 전문가들은 대부분 창고방을 없애라고 조언한다. 창고방은 대부분 버려야 할 물건까지 쌓인 혼잡하고 무의미한 공간이다. 한정된 방 공간은 저마다 소중함에도 활용법을 몰라 퀴퀴하고 묵은 공간으로 방치하는 셈이다. 정리를 앞두고 공간을 짤 때 꼭 염두에 두자. 대정리를 할 때는 물건별 정리를 한다. 공간별 정리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정리 시스템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도 순서가 있다. 먼저 같은 종류의 물건을 한데 꺼내놓기, 두 번째로 사용자별, 용도별 분류하기, 마지막으로 정리 및 수납이다. 정리 하면 흔히들 먼저 예쁘게 개고 정갈하게 쌓는데, 이는 가장 마지막 단계다. 물건별로 분류해 제자리를 정해두면 물건이 여기저기 흩어지지 않아 시시각각 공들여 수납하지 않아도 집 전체는 단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물건별 정리를 위해서는 품목별 카테고리를 미리 나눠두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의류, 주방용품, 신발, 의약품, 공구류, 책, 계절용품(선풍기와 가습기 등), 취미용품으로 나뉜다. 생활 습관이나 취향에 따라 내 집만의 카테고리를 정해보자. 카테고리가 겹치는 물건은 어느 부분에 더 중요한지를 파악해 분류한다. 정갈한 집을 목표로 정리할 마음을 굳게 먹었는데 워낙 손댈 곳이 많아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가늠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럴 땐 우선 베란다 수납장과 같은 창고 공간에 먼저 도전하자. 대개 버릴 물건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묵은 물건을 과감히 버리고 선풍기와 제습기, 가습기 등의 부피 큰 계절 물건과 여행용 트렁크 등을 넣어둔다. 창고 자리가 넉넉하게 남아 있으면 방과 거실 정리에서 나온 보관 물품을 수납하기에 좋다. 집 안 정리는 부피가 큰 것부터 시작해 작은 것으로 옮겨간다. 가구로 공간 틀을 세우고, 큰 물건을 배치한 뒤 작은 물건을 채워 넣는 식이다. 다만 집 안 전체를 정리하는 데는 한두 사람이 하루아침에 할 수 없으므로, 정리 컨설턴트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