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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

돌아온 고체 비누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일환으로 천연 비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안은 물론 설거지에도 사용할 수 있는 비누를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Editor 이지윤
Reference <미휴의 디자인 천연비누>(권경미(미휴) 지음, 비타북스 펴냄)

코로나19 덕분에 생긴 좋은 습관이 있다면 바로 손 씻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자주 씻다 보니 풍성한 거품을 낼 수 있는 액체 세정제가 간편하다. 집은 물론 식당, 공공장소에서도 액체 세정제는 흔한데 무의식적으로 손을 씻는 동안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 용기 하나가 배출된다. 생각해보면 세수는 물론 빨래도 비누를 사용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물비누의 편리한 사용감을 추구하며 외면받던 고체 비누가 다시 돌아왔다. 액체 세정제 대신 비누를 쓰면 플라스틱 용기 배출을 줄여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과거 1세대 비누와 달리 최근에 등장하는 비누는 화학 성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성분을 모두 빼고 순수한 원료로 만들어 피부에도 전혀 자극이 없다. 손을 씻는 용도 외에도 샴푸바, 설거지 비누, 반려견 비누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또 비누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보니 직접 만들어 쓰는 사람도 생겨났다. 나에게 꼭 맞는 성분과 좋아하는 향을 첨가해 크기와 모양은 물론 디자인까지 결정하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나만의 맞춤형 비누가 탄생한다.

천연 비누 레시피

천연 비누는 크게 제조 방법에 따라 MP 비누와 CP 비누로 나뉜다. MP(Melt&Pour) 비누는 이미 만들어진 비누를 잘게 잘라 열을 가해 녹인 뒤 기능성 첨가물을 더해 만든다. 특별히 다루기 어려운 재료 없이도 여러 가지 모양의 몰드를 이용하며 제작 과정이 안전하다. 사용감이 부드러워 지성, 지·복합성 피부에 알맞고 제조 뒤에 바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P(Cold Process) 비누는 베이스 오일을 선택해 저온 숙성시켜 만든다. MP 비누보다 만드는 과정이 조금 더 복잡하지만 베이스 오일과 첨가물 등 원하는 재료를 마음껏 조합해 맞춤형 비누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만든 뒤 4~8주 정도 건조해 사용해야 하고, 미끈거리는 마무리감이 단점이다. 비누를 만드는 과정은 마치 과학 실험 또는 요리와 비슷하다. 필요한 재료를 서로 다른 비율로 배합하면 사용감, 경도가 저마다 다른 비누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비누를 만들기 위한 3가지 필수 재료는 베이스 오일,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 정제수(물)다. 베이스 오일은 비누의 주성분으로 오일의 특성에 따라 피부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통 여러 종류의 오일을 비율을 다르게 조합해 사용하는데 천연 비누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오일은 코코넛 오일이다. 거품을 풍부하게 하고, 세정력을 높여주며 비누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요리에도 많이 사용하는 올리브 오일은 건성, 트러블, 민감성 등 모든 피부 타입에 잘 맞고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보습 기능이 있다. 아토피나 건조해서 가려운 피부를 진정시키는 데 좋은 동백 오일, 손상된 피부를 재생하고 주름과 노화 개선에도 효과적인 로즈힙 오일 등이 있다. 수산화나트륨인 가성소다는 베이스 오일과 만나면 고체로 변한다. 정제수에 가성소다를 녹인 다음 베이스 오일과 혼합하면 강한 알칼리성 물질이자 고체로 변하는 비누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용기는 내열유리나 스테인리스 재질을 사용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안전장비를 착용한 뒤 혼합물이 피부에 닿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또한 가성소다를 녹일 때 쓰는 정제수 양에 따라 비누의 경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계량이 필수다. 베이스 오일, 가성소다, 정제수 외에도 식물의 꽃과 잎, 뿌리, 나무 등에서 추출하는 에센셜 오일, 천연 분말, 건조 허브 같은 부가적인 재료와 함께 디지털 저울, 온도계, 내열유리 또는 스테인리스 비커, 비누 몰드 등 기본적인 도구도 갖춰야 한다.

비누 제작 입문에 도움을 주는 책과 온라인 강의

비누액에 천연색소를 첨가하고 몰드에 담아내는 방법, 표면에 장식을 올리거나 자르는 기법 등에 따라 비누는 마치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처럼 다채로운 색과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실리콘과 계면활성제 대신 모발을 코팅해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케라틴과 햇빛과 먼지로부터 모발을 보호해주는 헤나 분말을 넣은 샴푸바, 유해한 화학 성분을 모두 빼고 냄새를 유발하는 박테리아를 감소시키는 시나몬 파우더를 추가한 반려동물 비누 등 그 쓰임새도 다양하다. 조합과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인 비누를 만드는 작가들이 각자의 비법을 갖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디자인 비누 레시피 비법을 담은 책이 여러 권 출간됐다. <가딘베르크의 천연비누 만들기>(강미영 지음, 경향미디어 펴냄)는 오랫동안 좋은 비누를 공부하고 연구한 저자가 기초, 응용, 심화 단계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 비법을 공개한다. <나만의 디자인 비누 레시피>(리리림 지음, 리스컴 펴냄)는 파스텔 톤의 색감과 피부 증상별로 맞춤형 비누를 만들 수 있도록 제시한다. 이 외에도 온라인 강의 플랫폼 Class101에서는 비누 만들기 강좌가 여럿 개설되어 있다. 오키프 작가가 진행하는 ‘천연 비누, 기초부터 디자인까지 전문적으로 배우자’, 환경을 생각해 동물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추출된 식물성 재료만으로 만드는 ‘자연과 나를 위한 향기로운 선물, 비건 비누 제작법’, 더 쉽고 간단하게 MP 비누를 만드는 ‘투명하게 담아내는 풍경! 홀쥬의 MP 디자인 비누 클래스’ 등이 있다. 어떤 강의든지 비누 만들기의 기초부터 강의를 다 수강한 뒤에도 꾸준히 생활에 필요한 비누를 제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크고 작은 비법과 스킬을 알려준다. 아름다운 디자인 비누를 만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도 있다. ‘Share my recipes(셰마레)’는 새벽 풍경, 파도 모양 비누 만들기 등 쓰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비누를 만드는 영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웅장한 뿔이 달린 수사슴 뒤로 해가 떠오르는 풍경을 표현한 새벽 풍경 비누는 감탄을 자아낸다. ‘NOCTURN’ 채널은 채도 높은 깜찍한 비누 디자인이 특징이다. 캐릭터 비누, 명화 비누 등 비누 디자인의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인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흥미로운 작품 제작 과정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