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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

등린이 가이드

등산의 맛을 알면 전국 팔도가 놀이터가 된다. ‘주말에 뭐 하지?’에서 ‘어느 산에 가지?’로 고민이 바뀌는 것도 한순간의 일이다.

Editor 장새론여름
Reference <등산교실>(이용대 지음, 해냄 펴냄)

누구나 유년 시절처럼 ‘등린이(등산+어린이)’ 시절을 거칠 수 있다. 허벅지가 땅겨 짜증나고 억지로 데려온 부모님에겐 화가 나고… 산행이 왜 좋은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산행이 뭐든 맛있게 한다는 것 정도는 인지한다. 미지근한 오이가 한없이 청량하고 허접한 김밥도 더없이 꿀맛이다. 고통 속에서도 어렴풋이 감질나는 묘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 가지가 맛있어지고 소주에 익숙해질 무렵 등산의 맛도 제대로 알아가는 것 같다. 쌉싸래한 쉼터에서의 휴식과 로열젤리 같은 다디단 희열과도 어느덧 조우한다. ‘등산은 스포츠가 아니라 삶의 방법이다’ 같은 말도 이해하고 ‘등산은 인내의 예술이다’라는 명언에도 공감한다. 등산이 인생과 같다는 흔하디흔한 말이 진리로 느껴지면서 성숙해진 기분도 든다. 그때쯤이면 숨가쁜 고행도 제법 즐길 줄 알게 된다. 수많은 즐길 거리가 생겨나도 등산 인구는 줄지 않았다. 최근에는 오히려 젊은 층 유입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리나라가 등산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우리나라는 산악 지대가 많다. 동해 언저리에서 뾰족하게 솟은 산맥은 서해 바다로 내리 흐르다가도 불끈 솟아오르며 산맥을 형성한다. 대다수 도시에서 차로 30분 이내 거리에 산이, 그도 아니라면 야트막한 언덕이라도 봉긋 솟아 있다. 취미 활동을 결정하는 데는 적성만큼 접근성도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다. 산이 가깝기에 등산에 맛들이면 인생에 유리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국 어디에서든지 반나절 혹은 그 이상 즐길 거리가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등산은 상쾌한 숲에서 건강까지 도모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어느 때고 갈 곳이 있다는 건 참 복된 일이다.

산과 친해지려면 고도차가 적은 곳부터

흔히 낮은 산과 높은 산은 해발고도를 기준으로 가늠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름난 산은 모두 구름을 뚫고 솟은 고봉이다. 지리산 천왕봉(1,915m), 설악산 대청봉(1,708m), 한라산 백록담(1,950m) 모두 해발 1,500m를 훌쩍 넘는다. 이 산들은 왕복하는 데 최소 7시간은 걸린다. 해발고도가 높은 만큼 산행도 빡세다. 하지만 등산 난이도가 꼭 해발고도에 맞먹는 건 아니다. 들머리가 8부 능선에 있어 사뿐 딛고 오를 수 있는 고봉도 있다. 가령 강원도 선자령은 해발 1,157m에 달하지만 해발 800m쯤인 대관령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다. 고도차는 300m가량, 초보 산행자도 무리 없을 정도다. 이 밖에 만항재~함백산, 무룡고개~장안산 또는 영취산, 이화령~조령산 코스가 왕복 2시간 내외로 산행할 수 있는 1,000m급 봉우리다. 특히 함백산의 경우 KBS함백산중계소 입구에서 정상까지 1km만 걸어 오르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길이 넓고 편해 겨울 눈꽃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다. 수려한 전망과 싱그러운 공기를 거저 누릴 수 있다. 체력에 자신 있다면 고도차가 500m 이상인 산에 도전해보자. 수도권 대표 봉우리인 북한산 백운대와 관악산 연주대, 도봉산 자운대를 추천한다. 적당히 힘들고 견딜 만큼 스릴 있고, 유명한 만큼 인적도 많아 비교적 안전한 산행이 가능하다. 단 바위가 많고 정상으로 갈수록 가팔라지기에 체력 안배를 잘 해야 한다. 무리 없이 왕복하려면 3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학교에서는 사칙연산부터 배운 뒤 미적분을 학습한다. 등산 역시 낮은 산에서부터 높은 산까지 밟아가는 게 이상적인 듯 보인다. 그런데 현실은 좀 다르다. 유명한 산에서 강렬한 경험을 한 뒤 등산에 본격 입문하는 경우도 흔하다. 덕유산, 가리왕산, 방태산의 경우 1,000m 이상 고지를 향해 꼬박 두 다리로 버텨 올라야 하지만, 그만큼 정상에서 크고 웅장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힘든 산행 후의 또 다른 묘미는 웬만큼 힘든 운동도 만만해진다는 점이다. 고산 등정 후 수일 내 동네 뒷산에 오르면 날다람쥐가 된 듯 발걸음이 가볍다. 젊고 건강하다면, 도전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 큰 산에 먼저 도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산행 경험이 적다면 반드시 경력자와 동행해야 한다. 수많은 등산인이 입을 모아 하는 말처럼, ‘산에서는 겸허해야 한다.’ 등산에 알맞은 신발과 옷, 짐을 철저하게 꾸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출발하자. 인생의 모든 극적인 순간이 그렇듯, 등산 사고 역시 부지불식간에 일어난다.

국내 산행 기초 상식

등산화 등산을 처음 시작할 땐 가벼운 운동화로 충분할 것 같아도, 산행을 하다 보면 등산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우리나라 산에는 바위와 자갈이 많다. 둥근 자갈을 밟거나 매끈한 바위를 디뎌 미끄러질 가능성이 높고, 바위 사이에 신발이 끼는 경우도 흔하다. 등산을 즐긴다면 등산용 신발을 꼭 한 켤레 이상 구비해두길 권한다. 짧은 산행에는 가볍고 발목이 짧은 경등산화만으로 충분하지만 발이 쉽게 피로해지고 발목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장시간 등산일수록 갑옷처럼 튼튼하고 묵직한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특히 발목이나 무릎 관절이 약하다면 발목이 길고 쿠션 기능이 있는 등산화를 선택하자. 조금 무겁더라도 지면의 충격을 잘 흡수하고 발목을 부드럽게 잡아주는 등산화가 좋다. 수분 보충 끼니용 음식 외에도, 짧은 산행이든 장거리 산행이든 물과 비상식량은 필수로 챙겨야 한다. 특히 물이 중요하다. 물을 마시지 않은 채 3시간가량 걸으면 체내 온도가 39℃까지 올라 신체가 극한 피로에 몰린다. 하지만 땀 흘린 만큼 물을 마시면 5시간이 지나도 체온이 0.3℃ 오르는 데 그친다. 체력을 유지하며 등산하기 위해서라도 수분 보충은 필수다. 물은 목이 마르기 전에 틈틈이 마신다. 갈증이 느껴질 땐 이미 탈수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수분을 보충할 땐 한꺼번에 많이 마시기보다 종이컵 1컵 분량 이내로 조금씩 목을 축인다. 생수는 갈증이 났을 때 빠르게 흡수된다는 장점이 있고, 스포츠 음료는 흡수는 조금 느리지만 전해질까지 적절히 보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1시간 이상 지속해 등산할 경우 생수보다 스포츠 음료가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체력 안배 등산은 경쟁이 아니다. 산행을 할 땐 자신에게 맞는 보행 속도를 지키며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자신의 페이스를 놓치면 자신의 심폐 능력 이상치로 운동하게 된다.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답답하고, 현기증이 일어나거나 속이 메슥거리기도 한다. 체내에서 요구하는 혈액과 산소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으로, ‘사점(死點)’이라고 표현한다. 사점은 보통 등산 시작 30분 전후로 나타나는데, 걸음을 잠시 멈추고 휴식할 시점으로 받아들이자. 심호흡과 수분 보충을 하며, 팔다리를 주무르고 스트레칭한다. 휴식은 가급적 선 상태로 짧게 한 뒤 다시 출발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