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INSIDE

JUL-AUG 2020

가까운 미지의 세계

기이하고 신비한 장소부터 스릴 넘치는 이벤트까지, 국내에서 즐기는 미스터리 테마 나들이.

Editor 장새론여름 Photographer 김재이, 최충식
Cooperation
한국관광공사, ㈜커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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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광산의 신비, 광명동굴

동굴은 미지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지구의 은밀한 속살을 내시경하듯 들여다보는 셈이다. 100여 년 전, 1912년 문을 연 광명동굴은 한때 황금 광산으로 1972년까지 무려 60년간 운영했다. 광부들은 7.8km에 달하는 갱도를 뚫고 금과 은, 동, 아연을 생산했다. 광산의 깊이는 지표면으로부터 무려 285m 아래인데, 63빌딩 높이가 249m이니 그보다 훨씬 더 긴 길이로 땅속을 파고든 셈이다. 광명동굴은 문을 연 이래 일제강점기까지 하루 250톤 이상 생산했을 만큼 대규모로 운용되다가 한국전쟁 기간 주민의 피난처로 잠시 쓰였고, 휴전 후 문을 닫기까지 우리나라 주요 금속 광물 생산지로 역할을 다했다. 광명 지역 최초 노동운동 발생지, 새우젓 창고 등의 역사를 거쳐 현재 광명동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동굴 테마파크로 운영되고 있다. 동굴에 들어서면 웅대한 광장이 등장하고 빛의 공간이 이어진다. 반딧불이만 한 LED 등 수천 개로 둘러싸인 터널이 우주의 시공간을 연상시킨다. 신비한 터널 따라 일방통행으로, 금광의 역사부터 아기자기한 아쿠아리움까지 가볍게 훑는다. 땀이 식을 무렵이면 가파른 계단 앞에 다다른다. 광명동굴의 하이라이트인 동굴 지하 세계로 향하는 길, 계단은 지하 1레벨의(지하 30m) 땅속 깊이까지 파고든다. 난간을 꾹 잡고 내려설수록 공기가 묵직해지고 바위 냄새도 진해진다. 계단이 끝나고 아담한 광장에 들어서면, 41m에 달하는 거대 용이 등장한다. 단단한 비늘과 날카로운 눈매, 당장이라도 콧바람을 불 것 같은 생생함에 위압당한다. 한쪽의 좀비 캐슬 역시 마찬가지. 조악하다는 표현이 전혀 틀리지 않건만, 피 칠한 좀비 인형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아 섬뜩하다. 깊고 어두컴컴한 공간에 잠겨 있으니 어쩐지 귀도 먹먹하고 눈도 침침한 듯싶다. 모든 게 조형물인 줄 분명 알면서도 목덜미가 서늘해진다. 2시간가량 선선한 데서 머무르고 나니, 햇살 내리쬐는 지상 밖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제서야 뒤늦게 그 깊은 굴을 일터 삼았던 삶을 잠시 헤아린다. 잠깐의 유희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시간일 테지만, 그럼에도 감히 그 슬픈 역사를 되돌아보며 묵념한다. 광산은 지하 7레벨까지 뚫려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 가벼운 공포 여행을 즐기기 좋은 한편, 가슴 시린 역사를 되새기는 유적지로도 의미 있다.

주소 경기도 광명시 가학로85번길 142
문의 070-4277-8902
홈페이지 www.gm.go.kr/cv
※ 광명동굴은 6월 말 기준 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휴관 중이다. 재개관 및 행사 안내는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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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 서늘한 유원지, 용마랜드

목적지를 잘못 설정해 산 너머 어느 폐건물 자리에 섰다. 스포츠센터 예정지였으나 건물은 뼈대만 짓다 말았고, 그 너머로 야외 수영장과 미끄럼틀이 쓰레기처럼 방치돼 있었다. 각종 폐기물과 쓰레기로 인해 스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등산객을 따라 울창한 오솔길을 걸으니 원래 목적지, 용마랜드에 다다른다. 용마랜드는 1983년 문을 열었고 2011년 폐장한 유원지다. 1990년대 중반 놀이공원을 리뉴얼하면서 승마장, 수영장 등 체육 시설까지 지어 확장하려 했으나 외환 위기로 무산되면서 폐허가 됐다고 전해진다.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현재 방송·사진업계에서는 콘셉트 이미지 촬영지로, 일반인에게는 공포 체험지로 알음알음 알려졌다. 회전목마부터 바이킹, 다람쥐통 등 놀이기구는 페인트가 다 까스러진 채로 모여 있다. 원래 부지가 넓지 않았던 터라 오밀조밀하다. 유아용 자동차 기구 바닥을 칡넝쿨이 뚫고 나와 스멀스멀 자라났다. 코끼리 인형의 눈가는 검은 피눈물을 흘리듯 페인트가 번져 있다. 팔이 잘린 채 웅크린 고블린 인형, 당장이라도 베일을 휘날릴 것 같은 드레스… 여기에 브라운관이 깨진 TV, 가죽이 갈라진 이발소 의자까지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굳이 불 꺼진 인형 가게 문은 왜 열었을까. 센서등이 켜지면서 거울 일색인 폐공간이 드러난다. 거울 속 내 모습마저 소름 끼쳐 얼른 바깥으로 나온다. 미국에서 직수입했다는 회전목마는 고운 파스텔 톤에 문양이 무척 고급스러운데, 그마저도 음산한 분위기라 직시하기 두려울 정도다. 용마랜드의 놀이기구는 가동을 멈춘 지 오래된 만큼 기구 위에 올라타기엔 위태로워 보인다. 버려진 기물이 많아 아이와 함께 찾기에도 위험한 편. 데이트 코스로 이색 사진을 남기는 데 적합하다. 뮤직비디오와 영화 촬영, 웨딩 촬영지로 이름난 만큼 전체 대관이 잦은 편이다. 이때만큼은 일반 관람이 안 되므로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미리 확인하자.

주소 서울시 중랑구 망우로70길 118
문의 02-436-5800
홈페이지 cafe.naver.com/yongmaland

달리는 자 살 것이다, 좀비 런

좀비 사이를 뚫고 달려 생명을 지켜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고 복도를 달리는 동안 언제 어디에서 좀비가 달려들지 모른다. 허리에 찬 세 개의 생명띠를 사수하면서 틈틈이 미션을 완수하고, 좀비들이 지키는 백신까지 포획해야 한다. 좀비 런은 매년 핼러윈데이 무렵 열리는 액티비티 이벤트다. 마라톤과 좀비 게임을 접목한 스릴 넘치는 행사로, 지금까지 서울과 부산, 대구, 전주 등에서 열려왔다. 좀비 런의 묘미는 무엇보다 좀비들의 생생함이다. 실제 같은 상처 분장, 느릿느릿 걷다가도 매섭게 달려드는 움직임, 기괴한 울음소리와 눈빛까지 워낙 정교해 실제 재난 상황을 마주한 듯 실감난다. 생명띠를 뺏기지 않기 위해, 백신을 훔치기 위해 좀비 사이를 오가는 동안 절로 몸이 날쌔게 움직인다. 숨어 있던 좀비가 쿵쿵쿵 달려올 땐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15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데, 웃음 섞인 울음, 비명이 뒤섞여 아수라장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 하지만 동선이 매끄럽고 룰이 명확해 혼잡하지는 않다. 레이스는 3km가량, 미션을 완수하는 데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올해 좀비 런은 10월 31일(토요일)로 예정돼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리라 짐작하며 준비 중이나, 상황에 따라 취소될 수도 있으니 홈페이지 공지를 참고할 것. 덧붙이자면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합천영상테마파크, 한국민속촌 등 매년 여름 호러 이벤트를 진행해온 명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모두 행사를 취소한 상태다.

날짜 2020년 10월 31일 예정
주소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타워
문의 010-2315-8059
홈페이지 www.zombier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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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어는 여름, 밀양 얼음골

밀양의 여름은 대구만큼 뜨겁다. 한낮 기온이 40℃에 가까울 때도 여러 날이다. 그럼에도 밀양은 ‘시원하다’는 감상을 남길 수 있는 기이한 여행지다. ‘얼음골’이라 부르는 풍혈 덕분이다. 밀양 얼음골은 산내면 천황산 중턱에 자리한다. 냉수가 고인 계곡을 지나 천황사 앞 돌다리를 건너, 바위가 쏟아져내린 듯한 돌무더기까지 200m가량 골짜기를 올라야 한다. 가파른 계단 따라 듬성듬성 바윗돌이 놓여 있는데, 잠시 쉴라 치면 돌 틈 사이로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 바람줄기는 무척 가늘어 버블티용 빨대로 공기를 불어내는 정도다. 그럼에도 무더위 속에서는 에어컨 파워냉방 못지않게 느껴진다. 얼음골의 정점은 거대한 돌담이 무너져내린 듯한 돌무더기다. 나무 그늘 하나 없이 햇살이 내리쬐어 돌무더기 표면은 익은 듯 열기를 뿜어낸다. 겉으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지만, 그 속 어딘가에는 얼음이 주렁주렁 달려 있을 테다. 이곳에는 4월 중순부터 6월 장마철까지 바위 사이로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린다. 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8월까지 돌무더기 깊은 안쪽에 얼음이 남아 있다. 겨우내 깊은 땅속에 고인 냉기가 돌무더기로 인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여름까지 얼음이 언다고 전해진다. 돌무더기 주변으로는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를 비롯한 편편한 자리가 마련돼 있다. 10분가량만 머물러도 피부에 오스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몸이 식는다. 한낮 최고 기온이 37℃인 어느 날, 얼음골 기온은 25℃가 채 안 됐다. 계절이 지나고 찬 바람이 불 무렵에야 얼음은 녹고 찬 바람도 멎는다. 대신 여름의 열기가 깊이 고여 겨울까지 훈풍이 불어 나온다. 여름에 얼음 얼고 겨울에 온풍 부는 풍혈은 밀양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강원도 정선, 충북 보은, 전남 해남 등 전국 25곳에서 같은 현상이 발견된다.

주소 경남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문의 055-356-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