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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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OCT 2020​

자연에 예술로 방점을 찍다

고개를 위로 들면 바로 하늘이고, 좌우로 돌리면 산과 들 그리고 작품이 보인다. 자연에 폭 안긴 예술 공간 셋.

Editor 장새론여름 Photographer 김재이, 최충식
Cooperation 젊은달와이파크

우주로의 초대, 젊은달와이파크

첫눈에 색 대비가 돋보인다. 새빨간 건축이 먼저 눈에 띄고, 그 너머 새파란 하늘과 짙푸른 언덕이 이에 질세라 선명한 색을 뽐낸다. 시골길을 나태하게 달리다 갑작스레 마주한 공간은, 톡톡 터지는 파핑 캔디를 씹은 것처럼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상상 이상으로 강렬하다. 대지의 알 같은 타원형 나무 조형물과 파란 사슴 조각, 검고 흰 작품도 존재감이 대단하다. 크기가 큰 이유도 있지만 의미심장해서이기도 하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입구의 붉은 쇠파이프 설치미술은 강원도 강릉의 오죽을 염두에 두었다. 자연의 색인 녹색과 가장 대비되는 붉은색을 선택해, 재생 공간의 생기 넘치는 에너지와 우주를 표현한 것이다. 나무토막으로 만든 타원형 설치미술은 ‘목성’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강원도에 지천으로 널린 소나무를 활용했으며, 소나무 향기 품은 돔 안에서 대지가 주는 원초적인 안정감, 우주의 활력 등을 표현했다. 작품을 보고 경험하는 입장에서 소개하자면, 곱다거나 예쁘다는 단어가 쑥 들어간 대신 멋지다거나 웅장하다거나, 위엄 있다는 말이 수시로 튀어나왔다. 검붉은 금속 파이프를 촘촘히 세운 공간, 나무토막이 둥글게 둘러싸인 누에고치 같은 공간, 꽃과 칡넝쿨의 조화로 뒤덮인 공간은 기이하면서도, 사방이 막혀 있어서인지 아늑하게 느껴진다. 젊은달와이파크는 조형물과 건축 예술품뿐 아니라 목공예·금속공예공방, 전통주 박물관인 술샘박물관, 카페까지 품고 있다. 아이들이 들어가 놀 수 있는 공중 조형물도 있다. 작품 관람부터 체험까지 아우른 유원지인 셈이다. 나아가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예술 작품으로 오랜 여운까지 안겨준다.

주소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송학주천로 1467-9
문의 033-372-9411
홈페이지 ypark.kr/wind

산책하고 명상하며,
장흥조각공원-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흥조각공원과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하나의 입구를 공유한다. 매표소를 지나 미술관까지 백 걸음은 더 걸어야 한다. 그 사이에 장흥조각공원이 있고 물소리가 장쾌한 장흥계곡도 있다. 조각공원을 거치고 다리도 건너서야 건물 앞에 다다른다. 건물을 둘러싼 숲이 워낙 크고 울창한데다 그 앞으로 펼쳐진 정원 또한 넓어서, 흰 건축물은 물론 우람하고 널찍한 조각들도 아기자기하게 느껴진다. 우선 장흥조각공원을 먼저 둘러볼 요량이다. 저 멀리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건물부터 예술의 일환이다. 2014년 설립하자마자 ‘김수근 건축상’을 수상하고 영국 BBC가 뽑은 ‘위대한 8대 신설 미술관’에 들었으며 한국건축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7’에도 선정되었다. 건축물은 하얀 모시 한복을 입은 듯 말쑥하고 단정하다. 희어서 눈에 띄는데도 위화감 없이 자연과 멋들어지게 어울린다. 조각공원에는 양주에 근거지를 둔 최혜강 작가와 민복진 작가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국내 조각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단란한 가족을 표현한 석조각을 지나 의기양양한 말과 기수를 그려낸 타일 조형을 거쳐 나무 사이 오솔길을 산책한다. 비가 쏟아진 직후라 소나무는 물기를 잔뜩 머금은 상태. 물 먹은 기둥이 마치 연필을 두껍게 칠한 듯 검고도 윤기가 돌아서, 주변 풍광까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마치 그림 속에 머무르는 듯하다. 미술관 앞 잔디 들판에서는 100m까지는 안 되더라도 50m 달리기쯤은 거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름이었다면 계곡에서 물놀이도 했을 테다. 가을에 접어들었으니 물놀이 대신 피크닉으로 만족한다. 잔디 광장에서는 때때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 주최하는 요가 수업이 열리기도 한다. 저물녘에는 미술관 흰 외관에 형형색색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치고, 건물을 둘러싼 울창한 숲 사이로도 반짝이는 미디어 아트 작품이 수놓인다.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들기만 한다면, 요가 수업도, 미디어 파사드 작품도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다. 장욱진미술관은 그의 작품과 인생관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나는 심플하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여백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3D 기술과 영상 애니메이션 등 IT 기술과 접목해 재해석한 작품도 선보인다. 9월 27일까지 진행되는 기획전 <고요한 관찰>展이 대표적이면서 실험적 전시다. 자연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컨템퍼러리 아트&디자인 스튜디오 오마 스페이스(OMA Space)가 장욱진의 ‘정관자로서의 세계관’을 풀어냈다. ‘정관(靜觀))’은 만물을 고요히 바라보며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삶을 가리킨다. 장욱진은 새벽 산책 직후 화폭을 마주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했다. “나의 작업은 이렇게 새벽으로부터 출발한다”고 기록한 바 있다. 이번 기획전은 먹을 이용한 작품부터 안료를 닦아내며 창작하는 기법까지, 장욱진의 정관의 과정과 결과물을 일목요연하게 전시한다. 그 끝에는, ‘장욱진의 정관’을 빛과 소리, 진동의 파동으로 재해석한 오마 스페이스의 작품이 명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주소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
문의 031-8082-4245
홈페이지 www.yangju.go.kr/changucchin

자연, 건축, 미술의 삼박자, 본태박물관

제주의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할 때 본태박물관은 빼놓지 않는다. 건축예술에 관심이 없어도 정교한 설계를 체감할 수 있고 현대미술에 조예가 없어도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우리 전통문화를 잘 몰라도 아름답고 찬란한 것임을 충분히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본태박물관은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노출 콘크리트로 설계한 작품. 두 개의 ㄴ자 건물이 경사면을 따라 나란히 놓여 있다. 지상에서 두 건물은 따로인 듯 보이면서도 외관부터 내부, 바닥까지 같은 소재이기에 하나의 몸체로 느껴진다. 물에 반영된 풍경, 담벼락이 만들어내는 선명한 빛과 그림자, 창을 통해 담기는 자연의 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거대한 공간예술을 이뤄낸다. 전시관은 총 다섯 개 관으로 구성된다. 안도 다다오의 기존 건축물에 세 개 관을 증축했다. 5관부터 1관까지 역순으로 관람하는 게 동선이 짧아 효율적이지만, 여유롭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면 2관과 1관을 먼저 본 뒤 5관부터 3관까지 내려오길 권한다고 본태박물관 홍보팀 임태령 과장은 전한다. 확장됐다가 축소되는 입체적 공간 구성이 1, 2관의 특징이다. 자연을 담아내는 창과 기둥, 구조물의 절묘함도 경험할 수 있다. 1, 2관의 모든 창문에서는 저 멀리 산방산과 함께 제주 서남쪽 바다가 내다보인다. 2관 바닥면에서 1관 옥상으로 넘어가는 직사각형 관문 역시 산방산 풍광을 액자처럼 가둔다. 소장품 역시 국내에서 손꼽히는 작품들이다.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불타는 입술’부터 이브 클라인의 ‘블루 YBK’, 살바도르 달리의 ‘늘어진 시계’ 등 현대 미술품부터 한국 전통 공예품, 전통 상례와 제사 문화를 전시한다. 작품의 희소성도 높이 사지만, 무엇보다 리듬감 있는 작품 진열이 돋보인다. 높이와 너비, 색채를 절묘하게 조합했다. 3층 높이의 벽면을 가득 채운 소반과 조각보의 장면이 지금도 선연히 떠오른다. 본태박물관에는 세계적인 작품이 모여 있지만, 그중에서도 ‘빛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과 ‘도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손꼽힌다. 제임스 터렐이 빛을 작품화하기 시작한 초기 작품인 ‘Orca, Blue’는 본태박물관 전시를 위해 독립된 공간을 작가가 직접 디자인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 2008’은 색색의 조명이 무한히 펼쳐지는 공간예술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기묘한 경험을 선사한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762번길 69
문의 064-792-8108
홈페이지 www.bontemuseum.com

제주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제주현대미술관과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화가 박서보의 집 등 갤러리와 작업실 40여 곳이 자리한 예술인 마을이다. 제주 고유의 멋스러운 자연 풍광 속에서 예술을 감상하며 반나절 유유자적 여행하기에 제격이다. 평지이기에 걷기도 편하다. 본태박물관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

주소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문의 064-710-7801(제주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