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INSIDE

감미로운 음악 공간

귀를 활짝 열고 방문하자. 음악으로 통하는 감동의 한복판으로.

Editor 장새론여름 Photographer 최충식, 윤영식
Cooperation 에디토리,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스크린의 감동을 증폭시키는 소리, 오르페오

무협지에서는 종종 눈 먼 검객이 단골 조연으로 등장한다. 제법 비중 있는 실력자로, 공기의 흐름을 감지하듯 움직이는 물체를 날카롭게 인지해낸다. 웬 무협지 타령인가 싶겠지만, 오르페오의 오디오 시스템에 둘러싸인 동안 ‘눈 먼 검객이라면 이렇게 느끼겠구나’ 싶었기에 하는 말이다. 오른쪽 하늘에서 날아오른 새가 왼쪽 바닥으로 내려앉은 자리, 먹구름이 터뜨린 낙뢰가 바닥에 내리꽂힌 지점을 두 귀와 팔꿈치, 발바닥으로 분명히 느꼈다. 어깨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과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도 양 볼과 코끝으로 감지했다. 안마 의자만 한 좌석에 깊숙이 기대 앉은 동안 모든 감각의 스위치가 켜졌다. 이론적으로는 몰라도 본능적으로 ‘좋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오르페오는 하이엔드 오디오 수입사 ‘오드’의 사운드 시어터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오르페오 한남의 경우 상영관 좌석은 30개지만 벽과 천장, 스크린 뒤까지 배치한 스피커는 그보다 많은 34개에 달한다. 그랜드 조선 부산 호텔 내 위치한 오르페오 해운대는 58석 규모에 37개 스피커를 장착했다. 스피커 브랜드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스타인웨이 링돌프로, 서라운드 사운드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해 생생한 소리를 전한다. 오르페오에서는 상영관이 아니라도 로비와 라운지에서 하이엔드 스피커를 접할 수 있다. 오드는 독점 수입 오디오를 선보이는 5층 규모의 청음실 ‘오드 메종’도 운영하는데, 그 ‘미리 보기’ 격인 공간을 오르페오에 마련해둔 셈이다. “하이엔드 사운드가 주는 감동을 많은 분에게 알리겠다는 뜻으로, 상영 이유와 명목이 분명한 작품을 소개합니다.” 오르페오의 큐레이터 박기태 PD는 설명한다. 지금까지 <원스>와 <물랑루즈>, <위플래쉬> 등 대중적이면서도 음악이 돋보이는 영화와 <빈필하모닉 여름 음악회>, <뮌헨 신년 갈라콘서트-랑랑&마리스 얀손스> 등 세계적인 공연 실황을 상영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여름 바캉스를 겨냥한 기획전, 와인과 샴페인을 곁들이는 스페셜 프로그램도 돋보인다. 지난 12월부터는 오픈 2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커튼 콜(Curtain Call)>을 진행 중이다(1월까지). 공연이 끝난 뒤 박수갈채 속에서 주역들이 재등장하는 커튼 콜의 의미처럼, 지난해 열띤 호응을 얻은 영화와 공연 실황을 두 가지 주제에 맞게 재구성했다. 먼저 ‘The Best of ORFEO 2020’라는 주제로 영화 <샤인>과 <위플래쉬>, 콘서트 <두다멜&뮌헨 필하모닉: 말러 운명 교향곡> 등을 선보인다. 2020년 오르페오 스크린의 주역들을 소개하는 셈이다. 나아가 ‘Celebrate Your Moments’라는 주제에 맞게 삶의 빛나는 순간을 조명한 작품을 소개하며, 영화 <러브 액츄얼리>와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 오페라 <라 보엠> 등을 엄선했다.

주소 한남점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35 사운즈한남 5층
해운대점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2, 그랜드 조선 부산 호텔 B1, 1호
문의 인스타그램 @ode.orfeo, 카카오플러스 친구 오르페오

음악에 일상을 곁들여, 에디토리

좋은 오디오와 취향에 맞는 음반 그리고 감미로운 커피와 따뜻한 조명··· 하나하나 놓고 보면 소소할지 몰라도, 작은 행복이 쌓이고 쌓이면 일상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에디토리는 이렇듯 함께 어우러질 때 더 좋은 것들을 큐레이션해 선보인다.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고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별하며, 어떻게 즐겨야 더 만족스러울지 고민하고 제안한다. 100여 년 역사의 세계적인 스피커사 탄노이 제품에 서로 다른 앰프를 조합하거나, 네임사의 블루투스 스피커와 아르떼미데 조명을 모던하게 매칭하는 식이다. 앤트레디션과 루이스폴센 조명, 허먼 밀러 테이블과 헴 체어, 볼타 모빌과 로젠달 시계처럼,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브랜드를 선별해 신뢰를 더한다. 에디토리 매장은 밝은 우드 톤을 배경으로 해 제품 고유의 색이 도드라진다.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린 요리처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오래 관찰할수록 매력 있게 느껴진다. 에디토리는 두 개 층으로 이루어진다. 3층은 개별 사운드룸처럼 대형 오디오 시스템을 세팅한 청음 위주의 공간이고, 2층은 소형 스피커와 서적, 음반, 생활 소품 등을 두루 전시한다. 커피 내음에 둘러싸여 차분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문화적으로 충만한 느낌이 든다. 기획전도 눈여겨볼 것. 지난 1월 3일까지 열린 <마스터피스 라운지 체어, 10(Masterpiece Lounge Chair, 10)>에서 찰스&레이 임스, 르 코르뷔지에 등 디자인 거장이 만든 의자를 선보였듯, 시대 불변의 아이템을 선별해 주기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 15-8, 2, 3층
문의 02-548-7901
홈페이지 www.editori.kr

음악과 문학이 만나면, 라이너노트

정원이 있는 양옥 2층집 앞, 대문은 활짝 열려 있지만 현관은 굳게 닫혀 있다. ‘라이너노트’ 간판을 보고 들어섰건만, 낯선 이를 방문하는 듯 벨 누르기가 살짝 조심스럽다. 건물은 1세대 현대 건축가 김중업의 1968년 작품이다. 단단한 석재로 이루어진 외관과 목재로 꾸민 내부가 고풍스럽다. 시선 아래에는 빈티지 스피커와 브라운관 TV, 피아노 덕분에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데, 머리 위로는 반짝반짝 빛나는 샹들리에가 날카로우리만큼 눈부시다. 서로 이질적이어서 더 매력적이다. 라이너노트는 음반에 수록된 해설을 가리킨다. 음악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배경과 특징을 소개해 감상을 돕는 수단이다. 음악 전문 서점 라이너노트 역시 그 이름에 걸맞게 음악사를 망라한 지식을 전한다. ‘음악가 탐독하기’부터 ‘음악을 알고 싶은 당신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등 주제에 맞는 서적을 선보인다. 책 종류는 많지 않지만, 음악 애호가라면 필독서로 여길 법한 서적이 책꽂이에 진열돼 있다. <쇼팽을 찾아서>부터 <쳇 베이커>까지, <경계를 넘는 월드 뮤직>부터 <브릿팝>까지 다방면의 입문서를 선보인다. 카페도 겸하고 있어서, 언젠가 예전처럼 공간을 향유하게 된다면 햇살 드는 창가의 나무 의자, 거실의 푹신한 소파, 마당의 철제 테이블 자리 곳곳에서 차와 책을 함께 탐닉할 수 있을 테다. 라이너노트는 ‘음악을 읽고 듣고 쓰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좋아하는 문장을 읽고 필사하고, 음악을 감상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과거 거실이었을 공간 한구석에 필사용 테이블이 있고, 큼직한 소파도 놓여 있다. 음반도 다양하게 보유한다. 장필순과 나희경, 선우정아 등 실력 있는 뮤지션의 음반부터 재즈, 클래식을 망라한 LP까지, 계단 아래부터 책장, 오디오 선반 곳곳에 자리한다. 라이너노트는 개념상 퍼즐 조각 같다. 이 중후한 양옥집은 음악 서점 외에도 많은 용도를 품는다. 음악 관련 강연이 열릴 땐 ‘거실’이라는 이름으로, 음감회나 독서모임을 진행할 땐 ‘시간이 머무는 서재’로, 공연이나 파티를 개최할 땐 ‘문악정원’으로 이름을 바꾸어가며 활용된다. 이곳을 운영하는 음반·공연 기획사 페이지터너는 모든 개념을 아울러 ‘문악(文樂) 홈(HOM)’으로 정의한다. 사뭇 복잡하게 느낄 수 있지만, 음악 혹은 문학으로 통하는 공간이라고 단순히 기억해도 좋을 듯하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15안길 6
문의 02-337-9966
홈페이지 blog.naver.com/pageturner_kr

우리 음악 역사를 한눈에, 한국대중음악박물관

몇 번의 경주 여행에서 반복해 방문한 곳이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다. LP부터 카세트테이프, CD에 이르기까지 각종 대중음악 앨범을 진열하고, 오디오와 음향 기기, 악기까지 방대한 전시물도 보유하고 있다. 한 층당 1,090㎡(330평), 총 3개 층을 통틀어, 삶에 위로가 되고 웃음을 주던 한국 대중음악사가 기록돼 있다. 개인적으로 여러 번 방문하고도 거듭 기대하는 이유는 앨범을 훑어보는 재미가 있어서다. 정사각형 LP 재킷에 당대 유행한 음악 장르부터 패션, 디자인이 모두 깃들어 있다. ‘청청(청재킷과 청바지) 패션’이 돋보이는 1970년대 양희은의 ‘아침이슬’부터 조동진, 이동원, 해바라기, 시인과 촌장 등 1980년대 포크송의 주인공들까지 진열장에 박제돼 있다. 굵고 둥근 폰트부터 가늘고 단순한 폰트까지, 그림에서 사진으로, 다시 그림으로 흘러가는 디자인 유행까지 앨범 재킷에서 엿보인다. 당대 가수들이 입었던 ‘무대복’도, 이효리와 싸이, 트와이스, 방탄소년단에 이르는 최신 음악도 두루 접할 수 있다. 청음 기기를 통해 추억의 앨범을 듣는 것도 좋지만, 눈으로 즐기는 음악의 세계도 그 못지않게 다채롭다. 영화 OST 특별관, 한국 최초 댄스 가수 이금희 쇼케이스, K-POP 특별 전시관, 신중현과 한대수관 등 테마전도 관심을 끈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의 백미는 3층의 음향 시스템이다. 가장 최근 방문했을 땐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흘러나왔다. 육중한 웨스턴 일렉트릭 스피커가 내뿜는 묵직한 음악에 아날로그 특유의 질감이 생생히 살아 있다. 고운 모래가 쓸리는 듯한, 간혹 자갈이 튕기는 듯한 음향이다. 우렁차지만 전혀 날카롭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게 느껴진다. 보고 만진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오래 남은 기억이 한국대중음악박물관 3층에서 비롯한다.

주소 경북 경주시 엑스포로 9
문의 054-776-5502
홈페이지 www.kpopmuse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