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INSIDE

K-디저트의 세계

서양 디저트만큼 보기에도 예쁘고, 맛은 훨씬 담백한 우리의 간식에 대하여.

Editor 이지윤 Photographer 최충식

모던한 양갱, 적당

파스텔 컬러의 마카롱, 빨간 딸기가 올라간 케이크와 비교하면 새카만 양갱은 어쩐지 예쁘지도 않고, 사람으로 치면 노년에 접어들었을 법한 느낌이다. 요즘 떠오르는 K-디저트의 핵심은 은연중에 우리가 품고 있는 이런 편견을 깨뜨린다. 적당에서 맛볼 수 있는 양갱은 모양부터 남다르다. 새로운 양갱의 시작은 모던한 인테리어다.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봤던 조명과 빨간 카펫, 아치형으로 뚫린 가벽의 조화가 멋스럽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 간 곳에는 작은 정원을 연상케 하는 바 테이블이 있고, 카운터 옆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양갱 쇼케이스도 인상적이다. 선명한 조명, 차가운 냉장고 속에서 반짝이는 대신 모래, 선인장 곁의 돌 위에 양갱은 하나의 작품처럼 자리 잡고 있다. 정육면체의 양갱은 총 9가지 종류다. 가장 인기 많은 밤 양갱, 밀크티 양갱부터 흑당, 라즈베리 양갱도 있다. 양갱은 주문 제작해서 만든 아담한 소반, 심보근 공예가가 만든 꽃처럼 하얀 도자 접시에 단정하게 서빙된다. 무조건 달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던 편견은 다시 한번 무너진다. 오랜 시간 공들여 팥을 쑤고 원재료를 더해 단맛보다 적당히 담백한 맛, 은은한 풍미, 초콜릿처럼 부드러운 식감이다. 적당에는 양갱 말고도 모나카 아이스크림, 백설기 사이에 버터와 앙금을 넣은 백설기 앙버터 등 디저트 종류가 다양하다. 적당의 모던한 분위기를 패키지에 한껏 담아낸 4구, 9구짜리 양갱 세트는 선물하기에도 제격이다. 여전히 과거의 양갱을 기억하고 있는 친구에게 선물하면 좋겠다.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29 1층 문의 070-7543-8928

담백하고 고소한 맛, 강정이 넘치는 집

‘후식 배는 따로 있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식사 후에도 케이크, 쿠키 등을 곁들이는 디저트 필수 시대에 서양식 디저트는 사실 먹고 나면 느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케이크 한 조각을 다 먹은 뒤에 라면이 먹고 싶은 그런 마음을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 이에 반해 우리 전통 디저트는 담백한 맛과 다채로운 식감으로 심심한 입을 가득 채우고 뒷맛도 깔끔하다. 젊은 청년 셰프들이 ‘젊은 전통’이라는 슬로건으로 운영 중인 강정이 넘치는 집은 전통 강정을 비롯해 떡, 약과 등 약 50여 종류에 달하는 다양한 간식을 손수 만들어 선보인다. 70여 가지의 곡물과 견과류, 건과일을 이용해 직접 끓이고 굳혀서 자르는 강정은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럽다. 갓 볶은 국산 삼색 깨로 만든 깨강정, 블루베리와 오트밀을 넣은 오트밀 강정, 여러 곡물을 혼합한 다이어트 바도 있다. 견과류 모듬 세트, 깨 모듬 세트 등 원하는 종류를 고르면 정성스럽게 하나의 세트처럼 구성하고 포장도 해주기 때문에 중요한 날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에 제격이다. 강정이 넘치는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떡 역시 인기 메뉴. 일반 떡과 반대로 앙금이 떡을 감싸고 있는 이색적인 이북식 인절미가 대표적이다. 부드러운 하얀 팥앙금에 쫄깃한 떡의 조합이 달지 않고 담백해 한자리에서 몇 개나 먹을 수 있을 만큼 부담스럽지 않다. 여러 종류의 떡을 맛보고 싶다면 찬합 세트도 좋다. 예쁜 보자기에 싸여 있어 한 단씩 열어보는 재미가 있는 3단 찬합에는 흑임자 단자, 유자 단자, 쑥개떡이 들어 있다. 더워지기 시작하니 슬슬 생각나는 빙수도 준비되어 있다. 곱게 갈지 않아 팥이 살아 있는 옛날 팥빙수와 흑임자 떡이 올라간 흑임자 빙수는 친숙하고 편안한 맛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 435 1층
문의 02-2201-0447

앙증맞은 떡과 주악, 병과점 합

기와지붕이 유리 통창으로 고스란히 내려다보이는 한옥 전망 카페는 한식 디저트를 즐기기에 완벽한 장소다. 병과점 합은 창덕궁과 1층 카페의 기와지붕까지 내다보이는 곳으로 오랫동안 우리 떡 문화를 알려온 신용일 셰프가 여러 종류의 떡과 주악, 약과 등을 소개한다. 익숙한 약과나 꿀떡 말고 주악이라는 생소한 메뉴는 합에서 꼭 맛보아야 할 디저트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지>에 따르면 “지금 사람은 가장 귀중히 여기며 손님 대접과 제사음식에는 반드시 이것을 병품의 상으로 친다”라고 주악을 설명하는데 즉, 궁중에서 왕이 먹던 귀한 간식이라는 말이다. 찹쌀을 막걸리로 반죽해 튀긴 다음 생강 조청에 담갔다 뺀 주악은 반짝거리는 표면에 절로 눈이 간다. 조금 베어 물지 말고 한 입에 몽땅 먹기를 바란다. 쫄깃하고 달콤한 겉면을 씹으면 입안 가득 조청이 흘러나온다. 다 먹은 뒤에도 은은한 생강 향으로 여운을 남기는 작지만 강력한 주악은 디저트가 주는 즐거움을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그 외에도 콩꿀떡, 단호박·호두 시루떡, 밤이 박힌 구운 밤 송편 등 제철 식재료로 만든 떡과 간장과 유자 맛이 나는 약과까지 앙증맞은 크기로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손님들을 기다린다. 곁들이는 음료 역시 어디 하나 모나지 않은 푸근한 느낌이다. 두유로 만들어 걸쭉하고 고소한 미숫가루, 상큼함이 느껴지는 제주 청귤차나 일반 카페에서는 흔히 볼 수 없던 배숙 등 커피 대신 건강한 음료와 우리의 간식이 잘 어울린다. 사람의 입이 모이는 장소라는 뜻의 병과점 합에서는 모두의 입이 즐거운 경험이 가능하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83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신관 2층(원서점)
문의 010-5027-8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