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ITEM

NOV-DEC 2020

요즘 집콕 놀이

잘 먹고, 잘 쉬기 바빴던 집에서 이젠 노는 법까지 터득했다.

Writer 이은혜(칼럼니스트) Editor 주원

갬성 놀이, 홈카페

요즘 SNS에서는 감성이란 단어보다 ‘갬성’으로 소통한다. 슬쩍 허세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그게 또 갬성의 매력이다. 홈카페는 요즘 세대가 가장 즐겨 하는 갬성 놀이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 대신 안전한 집에서 카페 부럽지 않은 분위기를 만끽한다. 크고 비싼 커피머신이 없어도, 바리스타처럼 전문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간편하게 버튼 하나로 다양한 커피 맛을 느낄 수 있는 캡슐 커피머신이나 원두 분쇄부터 커피 추출까지 일일이 손품을 들이는 핸드드립이면 충분하다. 처음엔 핸드드립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손수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고 드리퍼로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실력은 늘고 성취감은 커진다. 간편하게 타 마시는 믹스커피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홈카페 놀이의 완성은 최대한 카페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해가 잘 드는 베란다 창가나 예쁜 러그가 깔린 거실, 무드 조명이 달린 주방처럼 사진에 담기 좋은 공간에 테이블부터 배치하자. 커피나 차를 담아낼 근사한 잔도 필수다. 우아한 느낌의 빈티지 잔도 좋고, 라테 음료가 잘 보이는 레트로풍 유리잔이나 마시기 편한 머그잔도 상관없다. 바삭하게 구워낸 크로플(크로와상 와플) 위에 과일 토핑을 올리거나 폭신한 수플레 팬케이크처럼 요즘 유행하는 디저트까지 만들어 곁들이면 플레이팅이 더욱 돋보인다. 언뜻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내 손으로 만드는 재미와 기쁨, 오직 나만의 취향을 반영한 홈카페라는 점에서 준비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힐링이다.

손으로 꼼지락꼼지락 만들기

복잡한 생각이나 지루함에 몸서리칠 때, 손을 놀리는 취미만큼 시간이 잘 흘러가고 집중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집중력은 높아지고 잡념은 사라진다. 집콕러를 위한 신상 놀이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SNS에는 취향별로 즐길 만한 취미가 차고 넘친다. 추운 날씨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업은 손뜨개다. 코바늘이나 대바늘을 이용해 컵받침으로 사용되는 코스터, 가랜드, 월 행잉 같은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어 집 안 분위기를 아늑하게 꾸밀 수 있다. 최근엔 ‘고양이 모자’처럼 반려동물을 위한 소품을 만들어 인증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손재주 없는 곰손이라도 책, 온라인 클래스 등 수준별 수업이 다양하고 도안이나 키트도 함께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손쉽게 시도할 수 있다. 털실을 엮어 만드는 위빙도 요즘 같은 계절에 시도하기 좋다. 위빙은 룸(Loom)이라 불리는 전용 틀에 세로 실을 고정한 후 가로 실을 엮어가며 직물의 패턴을 완성하는 작업 기법을 말한다. 선조들이 작업하던 베틀의 축소판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룸은 손바닥 정도 되는 크기부터 러그를 직조할 수 있는 중급자용까지 사이즈가 다양하다. 입문자라면 간단한 DIY 세트부터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좀처럼 식지 않는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비즈 공예도 여전히 인기다. 최근엔 보석십자수가 핫한 취미로 떠올랐다. 단순 작업의 결정체라 불리는 보석십자수는 캔버스에 적힌 번호대로 작은 비즈를 붙이기만 하면 뚝딱 작품이 완성된다. 손으로 집을 수 없을 만큼 작은 비즈를 전용 펜에 콕 찍어 일일이 캔버스에 붙여야 하는 만큼 시간과 노력이 적잖이 필요하다. 매일 쓰고 나가야 하는 마스크 스트랩 만들기도 유행이다. 쓰다 남은 리본이나 털실, 목걸이 등 길이가 긴 끈이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알록달록 컬러감이 돋보이는 토이체인이나 장식용 비즈를 끼워 개성 만점 나만의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 좋다.

힐링 사운드, 칼림바 연주하기

누구에게나 악기 하나쯤 마스터하고 싶은 로망이 있다. 호기롭게 산 기타는 코드 잡기 어려워 방치하고, 새로운 악기에 눈길이 가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포기한 적도 있을 것이다. 요즘 대세로 떠오른 칼림바는 연주법이 쉽고 가격대도 저렴한데다 소리까지 아름답다. 아프리카 전통 악기인 칼림바는 1960년대 영국의 민속음악학자에 의해 개량돼 오늘날의 형태를 갖췄다. 두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적게는 5개, 많게는 24개의 건반이 있다. 연주법도 단순하다. 나무 상자처럼 생긴 몸통 위에 달린 철편으로 된 건반을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기기만 하면 마치 오르골처럼 영롱하고 구슬픈 소리가 울린다. 잔잔하게 공명하는 소리가 크지 않아 언제든 원하는 시간대에 연주할 수 있어 좋다. 악보를 읽을 줄 알면 하루만에도 연주가 가능하다. 보통 17개의 건반이 일반적인 칼림바는 타브 악보와 숫자 악보를 보며 연주한다. 입문자들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숫자 악보는 악보에 표시된 숫자대로 칼림바 건반을 튕기면 원하는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다. 칼림바 건반 모양대로 손가락 위치를 알려주는 타브 악보도 몇 번 따라 하다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손가락 가는 대로 튕겨서 내는 소리마저 근사한 멜로디로 느껴질 만큼 칼림바는 집콕 생활에 활력이 되는 힐링 악기다.

피로를 푸는 시간, 홈스파

에스테틱 못지않은 분위기를 집에서도 연출할 수 있다. 따뜻한 물을 받은 욕조에 그날의 기분과 컨디션에 맞춰 입욕제를 넣고 오롯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심신의 피로가 사르르 녹는다. 우선 물 온도는 체온보다 살짝 높은 37~40℃가 알맞다. 입욕 시간은 10~15분, 길어도 30분을 넘기지 않는 게 좋으며 에센셜 오일이나 배스 밤, 배스 솔트 등 입욕제에 따라 홈스파의 효과도 달라진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탁월한 라벤더 에센셜 오일은 불안과 긴장을 풀어주고 불면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몸이 잘 붓는 체질로 노폐물 배출이 필요하다면 배스 솔트를, 목욕물을 알록달록 예쁜 색으로 물들이는 배스 밤이나 풍부한 거품을 내는 버블 바는 피부에 촉촉하게 수분막을 형성한다. 특히 기분 전환에 탁월한 배스 밤은 홈스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입욕제다. 따뜻한 물을 받은 욕조에 배스 밤을 20분 정도 담가두면 에센셜 오일이 충분히 녹으면서 목욕물을 컬러로 물들이고, 기분 좋은 향기가 은은하게 번진다.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의 배스 밤이 유명한데, 우아한 꽃향기가 매력적인 섹스밤과 우주의 별들이 소용돌이치듯 환상적인 무드를 조성하는 인터갈락틱이 인기다. 홈스파를 즐긴 후 결리거나 뭉친 근육을 가볍게 마사지하면 한결 부드럽게 피로가 풀린다. 이때 좋은 향을 내는 인센스 스틱으로 힐링의 시간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고요히 피어오르는 한 줄기 연기와 공간을 물들이는 향이 마음의 안정을 돕는다. 오리엔탈 무드를 자아내는 묵직한 파촐리, 나그참파, 팔로산토 향부터 라벤더, 재스민과 같은 가벼운 플로럴 향, 숲속에 있는 듯한 샌들우드 등 취향에 맞는 향을 피워 나만의 홈스파를 완성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