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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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삶을 제안하는 브랜드

브랜드가 지구를 생각하는 방식은 자못 다양하다.

Editor 조정화

친환경을 입는 방법

패션 브랜드가 친환경에 접근하는 방식은 의외로 다양하다. 2015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는 동물성 소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친환경을 도모한다. 모피는 물론 가죽, 실크, 양모, 오리털, 거위털, 앙고라 등 모든 동물성 재료를 철저히 배제한다. 대신 인조 모피와 인조 가죽, 리넨, 면 등 비동물성 소재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덧입힌다. 강렬하고 과감한 패턴과 컬러로 비건 패션은 밋밋할 것이라는 편견을 깬 이 브랜드는 ‘2020 K-패션오디션’ 올해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 ‘르 캐시미어’의 친환경 방식은 또 다르다. 캐시미어는 산양의 목에서 배꼽까지 나는 보드라운 속털을 말하는데, 르 캐시미어에서는 주재료가 되는 캐시미어를 쓰되 동물 복지와 환경보호를 대전제로 삼는다. 빗질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빠진 털만 사용하고, 산양들이 좋은 풀을 먹도록 목초지를 친환경적으로 관리하며, 산양들이 살고 있는 몽골의 초원이 사막화되지 않게 숲 조성에도 힘쓴다. 코오롱FnC에서 2012년 론칭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RE;CODE)’는 3년 된 재고 의류에 주목했다. 단지 시즌이 지났을 뿐 새것 그대로 창고에 쌓여 있던 옷들을 리디자인한다. 디자이너의 재해석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래코드의 옷은 독특한 디자인에 희소가치까지 더해져 더욱 특별하다. 그런가 하면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파격적인 홍보 문구로 잘 알려진 대표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이미 가진 옷을 가능한 한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무료로 수선해주는 원웨어(Worn Wear) 서비스를 제공한다. 브랜드에 상관없이 어떤 옷이든 가져가면 경험이 풍부한 수선사가 옷을 고쳐준다.

잔혹함 없는 아름다움

다른 무언가의 아픔을 전제로 한 아름다움이 더는 아름다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이제 화장품에서도 친환경을 생각한다. 관련 용어가 여럿이라 공부도 필수다.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는 동물실험을 엄격히 제한하는 브랜드를 뜻하고, 비건(Vegan)은 동물실험은 물론 동물성 원료를 철저히 배제한 화장품을 의미한다. 클린 뷰티(Clean Beauty)는 일반적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은 착한 성분의 화장품을 가리키므로 비건과 구별해야 한다. 영국 코즈메틱 브랜드 ‘러쉬’는 1995년 창립 이래 단 한 번의 동물실험도 행하지 않은 대표적인 친환경 화장품이다. 제품 중 약 95%는 식물성 원료로 이뤄진 비건이며, 최소한의 포장과 용기의 재활용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한다. 지난해 11월 정식 론칭한 ‘체이싱래빗’은 제로 웨이스트 숍 알맹상점의 리필 스테이션에 선입점하며 먼저 이름을 알렸다.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웰니스 비건 뷰티 브랜드로, 아직 제품 수가 많지는 않으나 ‘매직 뷰티 슈룸 에센스’의 경우 사용 후 만족도 100%로 평가받으며 제품력을 입증했다. 형광빛 도는 팝한 컬러가 돋보이는 용기와 포장은 모두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했다. 용기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제작하고, 라벨은 재활용하기 쉽도록 프린트 대신 리무버블 스티커를 부착했다. 특히 배송 시 충진재를 줄일 수 있도록 두꺼운 골판지를 사용해 박스 패키지를 두껍고 단단하게 설계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 상자 없는 택배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그 밖에도 국내 최초로 비건 립스틱을 선보인 ‘아떼’, 한국적인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온도’ 등 동물과 지구를 지키며 피부에도 좋은 화장품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다시 태어난 가방

환경을 위한 착한 소비를 실천하면서도 여러 브랜드 사이에서 나와 어울리는 물건을 고르고 찾는 쇼핑의 즐거움 또한 여전히 누릴 수 있는 품목 중 하나는 가방이 아닐까 싶다.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 시대로 접어들며 등장한 업사이클링 브랜드 가운데 제법 많은 수가 대표 제품으로 가방을 내세우고 있다. 오래된 트럭 방수포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을 선보이는 ‘프라이탁’은 럭셔리 브랜드 못지않은 매출을 기록하며 업사이클링계의 명품으로 자리 잡았으며, 미군 군용 텐트에 자연스럽게 남은 흔적들을 고스란히 살려 제작하는 ‘카네이테이’,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 또는 신진 작가들이 습작 후 버린 캔버스의 회화적 질감을 살려 디자인한 ‘얼킨’, 옷을 만들고 남은 지퍼들만 모아 봉제하여 색다른 느낌을 주는 ‘에크레아’, 사진관에서 쓴 인화지 봉투를 재활용해 만드는 ‘재재프로젝트’ 등 브랜드마다 특색이 담긴 업사이클링 가방들이 즐비하다. 2017년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실제 메고 다니며 여행한 모습을 SNS에 올려 화제를 모은 ‘컨티뉴’는 대개 업사이클링 가방 하면 떠오르는 빈티지한 멋 대신 새 가방이라 해도 믿을 법한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는 자동차 제작 과정 또는 폐차에서 수거한 가죽 시트와 에어백, 안전벨트를 업사이클링해 가방으로 만드는데, 특히 자동차 시트의 경우 수만 번의 마찰은 기본이고 고온 다습한 여름과 추운 겨울을 모두 견딜 수 있는 가죽을 사용하는 터라 이를 재생해 만든 가방 역시 견고하고 오래 쓸 수 있다. 지난해에는 100% 태양광 전기와 저장한 빗물을 세척 용수로 쓰는 생태 공장을 준공함으로써 세계적인 수준의 친환경 시스템도 갖췄다.

친환경이라 더 특별한

일상 속 익숙하고 평범한 소품들, 이를테면 그릇이나 식물, 문구 등에 친환경이라는 지속 가능한 삶의 가치를 더해 특별하게 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2018년 문을 연 디자인 스튜디오 ‘그레이프랩’은 물건을 만들고 사용하고 버리기까지 그 모든 과정에서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디자인을 고심한다. 소재로 재생지와 비목재지를 선택하고, 코팅 같은 화학적 가공이나 화학 접착제는 최대한 멀리하며, 발달장애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상생을 도모한다. 시그너처 제품 ‘g.stand’는 100% 재생지에 폴딩 테크닉(Folding Technique)을 적용해 만든 것으로, 110g에 불과한 단 한 장의 종이에 과연 무엇을 올릴 수 있을까 싶지만 아코디언처럼 앞뒤로 반복해 접은 거치용 스탠드는 최대 5kg의 무게까지 견뎌 책,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어떤 것이든 거뜬하다.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스마트폰 사이즈의 ‘mini stand’, 노트북 타이핑에 최적화된 각도의 ‘g.flow’도 함께 출시돼 원하는 용도에 따라 선택 가능하며, 간편한 휴대도 큰 장점이다. 투박하면서도 모던한 멋이 느껴지는 도자기 그릇을 선보이는 ‘당신의식탁’은 비건을 지향하는 도예가가 만든 국내 최초의 비건 도자기 브랜드다. 동물 뼈 성분은 물론 납·비소·카드뮴·수은 4대 중금속도 검출되지 않은 안전한 원료만 사용하고, 유해 화학 물질과 인공색소도 첨가하지 않는다. 또 평생 무상으로 수선 서비스를 제공해 이가 나가도 버리는 일 없이 가능한 한 오래 쓸 수 있도록 돕는다. 반려 나무를 입양하면 산에 진짜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드는 ‘트리플래닛’과 같은 브랜드도 있다. 이곳에서 심은 나무만 현재까지 약 86만 그루에 달하며, 2019년 산불로 피해를 입은 강원도의 숲을 복구하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