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ITEM

기분 좋은 이름

재료, 모양, 만든 사람 등 재미난 에피소드를 품은 각종 디저트의 사연.

Editor 이지윤

시원한 풍미 한 입, 젤라토

매운 걸 먹고 난 다음 얼얼한 입안을 달래주고, 더위에 지쳤을 땐 시원한 단맛으로 기운도 나게 해주는 아이스크림은 사실 이런 특정 상황이 아니어도 언제나 맛있다. 아이스크림과는 색다른 풍미를 자랑하는 젤라토(Gelato)는 이탈리아어로 ‘얼리다’라는 뜻의 젤라레(Gelare)에서 파생된 단어다. 아이스크림과 비교해 공기 함유량이 35% 미만으로 적고, 밀도가 높고 풍미가 뛰어나다. 이탈리아 고유의 수제 아이스크림인 젤라토는 이탈리아에 방문했다면 누구나 맛보아야 할 대표적인 디저트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몰래 궁을 빠져나와 스페인 계단에 앉아 음미하던 아이스크림도 바로 젤라토. 저마다의 비법을 담아 만드는 젤라토는 그 가게의 자부심이다. 오드리 헵번이 방문했다는 젤라토 가게 ‘지올리띠’는 무려 100년이 넘었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그만큼 긴 역사를 자랑하는 젤라토는 기록에 따르면 16세기에 처음 만들어졌다. 1595년 피렌체 출신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베르나르도 부온탈렌티는 피렌체 최고의 명문가인 메디치가에게 화려한 만찬을 기획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특별한 디저트를 위해 달걀, 꿀, 설탕, 소금을 사용해 차가운 크림을 만든 다음 약간의 과즙을 더해 만든 젤라토가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1686년 이탈리아 남부 끝에 붙어 있는 섬 시칠리아에서 첫 번째로 아이스크림 기계가 만들어지면서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심지어 이탈리아 볼로냐에는 젤라토 제조 기술 양성을 위해 2003년 설립한 젤라토 대학도 있다.

뚱카롱의 원조, 마카롱

음식에 있어 양껏 주는 것이 미덕이자 정으로 여겨지는 우리나라는 작고 맛있어서 아껴 먹고 싶은 마카롱도 크고, 뚱뚱하게 만들어냈다. 일명 ‘뚱카롱’은 최근 몇 년 사이 여느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끄는 중이다. 동글동글 매끈한 모양새에 알록달록한 색감과 마카롱이라는 단어의 부드러운 어감은 아주 잘 어울린다. 흔히 프랑스 과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어원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는 이탈리아가 있다. 마카롱은 이탈리아어로 ‘반죽을 치다’, ‘두드리다’라는 뜻의 ‘마카레(Macare)’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단어 ‘마케로네’, ‘마카로니’에서 유래됐다. 처음 마카롱이 만들어진 곳은 정확하지 않지만 1533년 이탈리아의 귀족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프랑스 왕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이탈리아 요리사들을 프랑스로 데려왔고, 이때 다양한 요리 비법과 함께 마카롱도 프랑스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과거 마카롱은 지금과 달랐다. 흔히 떠올리는 두 개의 코크(과자) 사이 필링이 채워진 형태가 아닌 한 겹의 코크를 마카롱이라 불렀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지금도 여전히 유명한 제과점 라뒤레를 세운 루이 에르네 라뒤레의 손자 피에르 데퐁텐이 두 개의 코크 사이에 가나슈 필링을 채워 샌드위치처럼 붙여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판매했다. 라뒤레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마카롱 가게는 본인 이름을 딴 피에르 에르메. 올리브 오일, 감귤, 장미 등 신선한 아이디어를 담아 마카롱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먹기 아까운 하나의 작품, 몽블랑

디저트 가게에 가면 일단 눈이 바빠진다. 영롱하게 빛이 나 먹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워서, 그리고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에 그렇다. 몽블랑은 하나의 작품처럼 망가뜨리기가 마음 아플 정도로 몽실몽실 쌓아 올린 크림이 탐스러운 자태를 자랑한다. 알프스산맥의 제일 높은 봉우리 몽블랑과 이름이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프랑스어로 몽블랑(Mont Blanc)은 ‘하얀 산’이라는 뜻인데 대부분의 몽블랑은 갈색을 띠고 있어 의아하다. 크림 위에 뿌려진 하얀 슈거 파우더 탓도 있지만 처음에는 몽블랑이 하얀 크림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몽블랑을 이탈리아어로 발음하면 ‘몬테 비앙코’이고, 147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출판된 지오바니 플라티나의 <순수한 요리>라는 책에 처음으로 몬테 비앙코가 등장한다. 1570년대 발간된 <교황 피오 5세의 요리비결>이라는 책에 나온 몬테 비앙코 레시피는 지금의 몽블랑과 매우 흡사하다. 16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이 디저트가 프랑스로 넘어갔다고 봐도 무방한 것. 고정이 어려운 하얀색 생크림 대신 밤 크림이나 밤 페이스트를 뒤덮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지금의 몽블랑이 만들어졌다. 밤으로 만든 마론 크림, 머랭 등으로 이뤄져 있어 밤을 좋아하는 사람도, 단맛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호불호가 적은 디저트다.

나무를 닮은 바움쿠헨

마카롱, 몽블랑, 바움쿠헨 등 낯선 디저트의 이름을 살펴보면 실제로 굉장히 단순한 조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의 전통 빵인 바움쿠헨을 분석해보면 바움(Baum)은 나무, 쿠헨(Kuchen)은 케이크로 직역하면 ‘나무 케이크’다. 겹겹이 빵이 쌓인 단면이 마치 나무 나이테, 나무 단면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독일에서는 제과점의 바움쿠헨을 보고 그곳의 숙련도를 가늠한다고 할 만큼 만들기 어려운 디저트 중 하나다. 불 옆에 마련한 긴 막대에 반죽을 얇게 바르고 색이 날 때까지 구운 다음 그 위에 반죽을 덧바르고 굽는 것을 20회 정도 반복하다 보면 점점 빵이 커진다. 완전히 식혀서 막대에서 빼면 완성. 여기에 초콜릿을 끼얹거나 크림을 발라 마무리한다. 잘 만든 반죽을 일정한 양으로 막대에 끼얹어 가며 모양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만들기 힘들다. 물론 지금은 공장화 과정을 거쳐 과거보다 만드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졌다.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바움쿠헨이 행운과 장수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