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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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한 바퀴

이 땅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걷기 여행길.

Editor 조정화

환상의 섬을 경험하는 방법, 제주올레 길

전체 길이 425km, 총 26개 코스로 이뤄진 제주올레 길은 환상의 섬 제주를 가장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제주올레 길을 상징하는 조랑말 모양의 간세와 리본, 화살표를 따라 차근차근 걷다 보면 푸른 바다와 곁을 나란히 하고 마을의 돌담길 구석구석을 거닐며, 때로는 오름 위로 오르고 때로는 숲 깊숙이 파고든다. 천변만화하는 풍경의 매력에 올 4월 영국 아웃도어 전문 매거진 <액티브 트래블러>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해안 트레일’에도 이름을 올렸으며, 작년 한 해에만 2,000명 넘는 사람들이 완주했다. 처음부터 완주를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그저 반나절을 할애해 하나의 코스를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시작은 충분하다. 가을에 걷는다면 12코스와 14-1코스, 18코스, 19코스를 추천한다. 그중 저지예술정보화마을에서 시작해 오설록 녹차밭을 최종 도착지로 하는 14-1코스가 부담 없이 걷기 좋다. 저지 곶자왈, 문도지 오름, 녹차밭 등 제주의 숲과 들을 누비며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로, 소요 시간도 3~4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다. 단 코스 중간에 식당 및 편의시설이 전무해 물과 도시락, 간식 등을 필수로 챙겨야 한다. 매년 10월 하순 무렵에는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개최하는 ‘제주올레걷기축제’(intro.jejuolle.org)가 열린다. 참가자들이 함께 하루에 한 코스씩 걸으며 제주의 자연은 물론 문화 예술 공연과 지역 먹거리를 즐기는 이동형 페스티벌이다. 12회째를 맞이하는 올해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건강한 축제를 위해 제주 본섬 23개 코스를 23일 동안 소규모 그룹으로 흩어져서 진행할 예정이며, 사전 참가 신청은 축제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골짜기 따라 구석구석,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은 3개의 도(道), 5개의 시(市), 20개의 읍·면과 100여 개 마을을 잇는다. 이름처럼 지리산 둘레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을 걷노라면 총면적 483.022㎢에 달하는 지리산의 품이 얼마나 드넓은지 몸으로 깨닫는다. 마을 길, 숲길, 고갯길, 강변 길, 농로 등 전체 21구간, 300여 km의 길을 따라 펼쳐지는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에서 오랜 세월 지리산에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느껴진다. 대표 코스는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에서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까지 걷는 인월~금계 제3구간이다. 숲과 마을을 비롯해 고개, 계곡 등 걷는 내내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로, 코스 중간 즈음에 위치한 상황 마을 다랭이 논이 노랗게 물들고 산에 단풍이 드는 가을 풍광이 특히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초보자가 섣불리 도전하기에는 다소 험난하다. 다채로운 풍경만큼 다이내믹하게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는 데다 소요 시간도 만만치 않아 어느 정도 걷기 경험을 쌓은 후 나서길 권한다. 가볍게 산책하듯 걷기에는 경사가 완만한 운봉고원이 있는 운봉~인월 제2구간, 산골 마을 아이들이 학교를 오가던 옛길이 있는 하동호~삼화실 제11구간, 섬진강에서 서시천까지 평탄한 강둑을 따라 걷는 오미~난동 제19구간을 추천한다. 가을의 황금 들녘을 감상하기에는 하동군 악양면 축지리에서 화개면 부춘지 사이를 잇는 대축~원부춘 제13구간도 좋다. 중간에 고개를 넘기 위한 오르막길이 있지만, 길의 도입부 너르게 펼쳐진 평사리 들판은 평지 길이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평사리 들판은 대하소설 <토지>의 주요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파도 소리를 벗 삼아 걷는 길, 해파랑길

제주올레 길,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걷기 여행길로 꼽히는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따라 걷는다. 전체 10개 구간, 50개 코스, 총길이 750km의 국내 최장거리 트레일이지만, 길의 약 65%가 해안 또는 어촌 마을을 지나 걷기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또 부산 갈맷길, 울산 솔마루길, 경주 주상절리길, 고성 갈래길 등 동해안 지역의 유명 걷기 길들이 코스로 포함돼 덩달아 걸어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해 뜨는 동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만큼 곳곳이 일출 명소요, 바다 뷰를 뽐내는 해파랑길에서도 영덕 구간은 단연 으뜸이다. 화진 해변에서 고래불 해변까지, 해파랑길 19~22코스에 속하는 영덕 블루로드라 불리는 이 길은 바다와 숲이 고루 있어 오래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풍력발전기 24기가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영덕 풍력 발전 단지, 400년 된 영양 남씨의 집성촌 괴시리 전통 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는 물론 영덕 대게 타운 거리, 대게 위판장으로 유명한 축산항 등 대게 제철을 맞아 식도락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꼭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도심 속 걷기 좋은 길을 찾는다면 부산 구간의 1~2코스에 주목하자.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압도적인 풍광의 해식 절벽이 있는 이기대공원을 지나면 광안대교, 마린시티, 해운대해수욕장 등 화려한 부산의 도심이 나타나고, 뒤이어 달빛을 받으며 산책하는 문탠 로드가 길의 절정을 이룬다. 걷기 여행은 낮에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길만큼은 야경을 즐기며 걸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