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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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라이벌

선의의 경쟁자이자 때론 앙숙 같은, 라이벌 브랜드에 얽힌 에피소드.

Writer 이은혜(칼럼니스트) Editor 방은주

슈퍼카계의 양대 산맥, 페라리 vs 람보르기니

자동차 마니아들의 드림카로 손꼽히는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슈퍼카 브랜드이자 숙명의 라이벌이다. 브랜드 역사만 놓고 보면 페라리가 람보르기니보다 24년을 앞서지만, 1960년대부터 피할 수 없는 경쟁을 시작했다.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는 레이싱을 위한 경주용 차량을 만들다 1947년 양산차를 생산하는데, 그중 250GT SWB 모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이 모델은 람보르기니를 탄생시킨 결정적 단초가 된다. 트랙터 제조업으로 큰 성공을 이룬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250GT를 타다 고질적 결함을 발견하고, 페라리 본사를 찾아간다. 엔초 페라리에게 차의 결함을 지적했으나 돌아온 것은 비아냥 섞인 응대였고, 이에 격분한 페루치오는 페라리를 능가하는 슈퍼카를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람보르기니를 설립한다. 이는 유명한 람보르기니 탄생 배경으로, 일설에는 페루치오가 자신이 만들던 트랙터와 페라리의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자신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스포츠카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마침내 람보르기니는 1964년 제네바 오토 살롱에 20세기 최고의 명차 중 하나인 미우라(Miura)를 선보이며 슈퍼카 브랜드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는다. ‘도로 위의 예술품’으로 추앙받는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닮은 듯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다. 레이싱용 차량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페라리는 지금도 레이스에 초점을 맞춰 출력에 특화된 반면, 람보르기니는 도로 주행에 적합한 고급 스포츠카를 추구해 차문이 위로 열리는 시저 도어와 같은 고유의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

세기를 뛰어넘는 콜라 전쟁, 코카콜라 vs 펩시

99%의 설탕물과 1%의 비밀 성분을 섞은, 톡 쏘는 맛이 중독적인 콜라는 ‘빨간’ 코카콜라와 ‘파란’ 펩시콜라로 양분된다. 두 제품 모두 약사의 손에서 탄생했고 100살을 넘긴 장수 브랜드지만, ‘콜라 전쟁(Cola Wars)’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만큼 치열하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콜라 시장에서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는 절대 강자는 코카콜라다. 특히 산타클로스가 등장하는 광고는 코카콜라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다.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빨간색 옷과 콜라 거품을 본뜬 흰 수염을 모티프로 탄생한 유쾌한 산타클로스 이미지는 코카콜라의 심벌이자 오늘날 아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다. 코카콜라의 승승장구에 가려 만년 2인자에 머물렀던 펩시에도 볕들 날이 있었다. 1973년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을 도입한 ‘펩시 챌린지’ 광고가 대대적인 히트를 기록한 것. 참가자들의 눈을 가린 뒤 코카콜라와 펩시를 맛보게 했고, 상당수가 펩시를 선택하는 TV 광고 덕분에 펩시콜라는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콜라의 위상도 달라졌다.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탄산음료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펩시는 콜라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건강 음료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며 종합 식음료 기업으로 변신을 꾀했다. 이렇듯 100년 넘게 이어진 콜라 전쟁의 막이 내리고, 건강을 슬로건으로 하는 음료 전쟁의 2막을 예고하고 있다.

둘도 없는 앙숙이자 동업자, 구글 vs 애플

21세기 전장으로 떠오른 모바일 시장을 놓고 양보 없는 격전을 벌이는 구글과 애플은 앙숙지간이다. 휴대폰은 삼성과 애플, 샤오미 등 나라별로 여러 제조사 기업들이 시장을 나눠 갖고 있지만, 운영체제(OS) 시장에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98%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스마트시계 등 모바일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나 iOS가 필수다. 최초의 스마트폰인 애플의 아이폰이 나온 직후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선보이며 두 기업의 불꽃 튀는 라이벌전이 시작됐다. 서로에 대한 심한 견제로 인해 애플의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구글을 멸망시켜 버리겠다’는 선언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 두 기업의 관계가 과거와 미묘하게 달라졌다. 여전히 치열한 경쟁 관계인 건 변함없지만, 때론 긴밀하게 협력하며 이익을 공유하는 브로맨스적인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구글은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클라우드를 제공하는데, 애플은 구글 클라우드의 최대 고객이다. 또한 구글은 매년 애플에 100억~150억 달러의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데, 애플 스마트폰의 iOS 사파리 앱에 탑재되는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로 하기 위해서다. 구글이 검색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선 애플의 협력이 필요하고, 애플의 중요 데이터를 보관하는데 구글이 힘을 보태며 두 기업은 겉으로는 앙숙이지만 속으로는 절친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며 모바일 시장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