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E THEME

JOURNEY

찬사 그 이상의 여행지, 세이셸

‘지상낙원’, ‘하늘 아래 천국’, 세이셸은 늘 그 이상의 여행을 선사할 테니.

Editor 장새론여름

세이셸을 말할 땐 여행지에 붙일 수 있는 온갖 찬사가 등장한다. 가장 흔한 문장은 ‘인도양의 보석’이다. 보석처럼 귀한 장소이자, 보석 같은 외양을 지녔다는 의미다. 특히 하늘에서 세이셸을 내려다보면 보석이라는 수식에 반박할 수 없다. 투명한 바닷물은 영롱한 사파이어빛이고, 야자수로 덮인 섬은 바닷물에 반쯤 잠긴 비취 같다. 인구의 90%가 모여 사는 마에섬부터 바닷새의 터전인 무인도까지, 세이셸을 이루는 115개의 섬 모두 제각기 보석 같은 매력을 뽐낸다. 세이셸의 여러 섬 중에서도 여행자는 주로 마에섬과 프랄린섬, 라디그섬, 실루엣섬, 프로비덴스섬에 머무른다. 모두 세계적인 자연유산 혹은 풀빌라와 리조트를 최소 하나씩은 품고 있다. 새섬과 알다브라섬처럼 인적이 드문 섬이라도, 투명한 바다와 은빛 모래, 또렷한 하늘과 구름은 그 자체로 은총이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천국’, ‘지구 최후의 낙원’, ‘인도양의 보석’까지, 충분히 수긍할 이유가 세이셸을 전방위로 설명한다.

세계에서 가장 작지만 옹골찬 수도

비행기는 마에섬의 빅토리아-세이셸 공항에 가까워지고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해안선이 기이하다. 바닷물이 얼마나 맑은지, 섬의 뿌리가 훤히 드러나 보인다. 검푸른 수풀과 순백의 모래사장도 또렷이 대비된다. 세이셸을 두고 “빛의 질감부터 다르다”던 어느 사진가의 찬사를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세이셸 인구의 90%는 공항이 위치한 마에섬에 산다. 마에섬은 세이셸에서 면적이 가장 넓고 역사도 오래됐다. 세이셸은 16세기 프랑스 개척자들이 이주하면서 프랑스령으로 선포되고, 이후 영국과의 식민지 분할 전쟁을 거쳐 영국의 지배하에 있다가 1976년 독립했다. 영어와 프랑스어, 크레올어가 통용되는 점, 공화국인 점이 이러한 배경에서 기인한다.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던 마에섬은 세이셸의 그 어느 곳보다 사회적으로 발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이자 여러 개 섬의 구심점인 도시, 빅토리아가 위치해서이기도 하다. 빅토리아에서는 1903년 영국 왕실이 선물한, 런던 빅벤을 닮은 시계탑이 랜드마크로 여겨진다. 시계탑을 중심으로 레볼루션 애비뉴, 퀸시 스트리트에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 구석구석 상점과 갤러리가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서 셀윈 클라크 마켓은 현지인이 많이 찾는 시장으로 추천한다. 싱싱한 해산물부터 형형색색 과일까지 세이셸의 밥상을 가늠해보기 좋다. 18세기 지어진 식민지 건축물도 눈요깃거리. 세이셸은 거리상 아프리카 대륙에 더 가깝지만, 개척한 이들이 유럽인인 까닭에 유럽풍 건축물이 많이 들어섰고 지금도 몇몇 남아 있다. 파스텔 톤 건물과 장식 덕분에 도시 전반에 서구적 분위기가 감돈다. 단 힌두교 사원만큼은 예외다. 동아시아 특유의 건축물과 조각들이 딴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세이셸에서 힌두교인은 2% 남짓, 그 외 90%가량이 기독교인이다. 힌두교인의 성지는 평범한 다수의 세계에서 남다른 개성을 발산한다. 마에섬의 또 다른 명소로는 역시 고급스러운 숙소가 손꼽힌다. 세계 유명 인사들의 휴양지로 이름난 만큼 고급 리조트와 호텔, 풀빌라가 해안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반얀트리 세이셸 같은 초호화 리조트부터 프라이빗 빌라, 현지인이 운영하는 아담한 숙박시설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그 덕에 세이셸은 신혼여행부터 자유여행까지 두루 만족하는 여행지로도 손꼽힌다.

섬에서 섬으로 세이셸의 상징 따라

세계에서 가장 관능적인 나무가 세이셸에서 자란다. 세이셸에만 서식하는 열대나무 코코 드 메르다. 암나무 열매는 여성의 엉덩이를, 수나무 열매는 남성의 성기를 닮았다. 성인 남녀가 이 열매를 만지면 행운을 얻는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코코 드 메르는 세이셸의 상징 그 자체여서, 기념품이며 그림 소재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프랄린섬의 발레 드 메 국립공원은 6,000여 그루에 달하는 코코 드 메르 숲으로 이름나 있다. 프랄린섬은 과거 해적의 땅이었다. 발레 드 메 국립공원은 보석을 숨기는 비밀 금고였고, 코트도르 해변은 체력을 보충하는 소굴이었다. 지금은 그때의 모습은 흔적도 없고 그저 환상적인 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앙스라지오 해변도 프랄린섬 북서쪽에 위치한다. 세이셸의 간판 이미지로는 라디그섬의 풍광이 으레 뜬다. 라디그섬은 프랄린섬의 동쪽에 나란히 떠 있다. 라디그섬에서도 앙스수스다종 해변은 세이셸 대표 스폿이자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여겨진다. 세이셸의 수많은 해변 중에서도 독보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다만 목적지까지는 여러 걸음 돌아가야 한다. 유니온 이스테이트 팜에서 코코넛과 바닐라빈 농장을 관람하고 육지거북과도 조우한 다음에야 앙스수스다종 해변에 들어설 수 있다. 덧붙이자면 라디그섬에는 2,000여 명의 인구가 생활하고,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육지거북이 살아간다. 육지거북은 뭉툭한 다리로 느리게 걸으며 삼삼오오 모여 생활한다. 곁에 앉아 먹이를 주는 동안 급한 성정이 덩달아 느긋해진다. 앙스수스다종 해변에서는 원시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모래밭에 굳건히 뿌리 내린 열대 나무도 경이로운데, 용암이 갓 굳은 듯한 바위까지 어우러지니 머나먼 과거를 목전에 둔 듯 신비롭다. 바다를 바라보면 한없이 청량한 물빛에 산뜻한 기분이 들 법도 한데, 등 뒤로 포진한 건물만 한 바위의 기세에 눌려 어쩐지 엄숙해진다. 그저 장엄한 경관을 감상하고 새길 뿐이다. 라디그섬은 자전거로 한 바퀴 돌기에도 좋다. 선착장 주변으로 자전거 렌털 숍이 잘 마련돼 있다. 라디그섬의 명소를 다 돌아보는 데 2~3시간이면 충분하다. 라디그섬의 그랑앙스(Grand anse)는 앙스수스다종 해변에 비해 모래사장이 넓고 수면 아래 거친 바위도 적어 수영하기 좋은 해변으로 인기다. 해안가 따라 숨겨진 호텔과 리조트, 카페와 레스토랑은 프라이빗한 휴식에 제격이다. 세이셸에서는 요트와 페리, 경비행기와 헬리콥터를 이용해 여러 섬을 둘러볼 수도 있다. 마에섬에서 배로 10분 거리의 센트안섬은 마에섬 이전에 프랑스인 개척자가 정착했던 곳이고, 서프섬은 원주민의 땅이다. 지금은 그 후손의 생활 터전이자 프라이빗 웨딩 성지로 여겨진다. 마에섬에서 경비행기로 30분가량 소요되는 새섬은 생태 여행지로 각광받는다. 세이셸의 최북단에 위치한 섬으로, 육지거북과 함께 300만 마리에 달하는 제비갈매기, 수많은 철새와 텃새가 서식한다. 새섬에서 서남쪽에 위치한 노스섬은 갖가지 레저 스포츠 명소로 알려졌다. 트레킹 코스가 잘 조성돼 있어 섬 구석구석 누비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양스포츠센터는 카약과 카누, 윈드서핑, 스노클링을 수월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한다. 노스섬은 마에섬에서 헬리콥터로 15분쯤 걸린다. 경비행기나 헬리콥터에서 내려다보는 세이셸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프러포즈 장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휴가지, 데이비드 베컴 가족의 기념 여행지였던 세이셸의 매력을 예고편 보듯 감상하기에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