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주방을 논하다

셰프도 아니고 음식평론가도 아니지만, 요리 그리고 주방과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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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놀이일 때, 푸드 스타일리스트&번역가 용동희

주방에 가장 가까울 거라 예상하고 용동희를 만났는데, 그 일의 범주는 주방 안보다 바깥에 더 가까워 보였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요리책 저자 겸 번역가, 제품 분석가… 예상을 뛰어넘는 소개에 귀가 번쩍 뜨인다.
“좋아하는 일을 동시에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여기까지 왔어요. 화학공학을 전공했기에 제품 분석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외국인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며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길로 흘러왔죠. 글쓰는 취미가 있다 보니 요리책을 썼고,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었기에 일본 요리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경험이 주방으로 모인 셈이에요.”
주방에 몸담고 있지만, 사실 ‘요리 관계자’라는 게 그녀에겐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녀는 “식탐이 많지 않다”며 넌지시 고백한다. 다만 요리와 세팅을 좋아하고,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을 바라볼 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 기쁨을 좇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음식을 마주해왔다. 대낮 햇살 가득한 푸드 스튜디오는 유원지를 연상케 한다. 풍성한 음식과 북적이는 사람들, 깔깔깔 웃음소리와 감미로운 음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맛깔나는 이미지가 탄생한다. 번역은 주로 깊은 밤 서재에서 이루어진다. 간간이 울리는 책 넘기는 소리, 침묵하는 번역가… 공간은 정적이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수만 가지 단어가 와글와글 떠돌다 종이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먹는 일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있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기도 해요. 먹지 않아도 배부르듯 요리의 즐거움을 오롯이 만끽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주방에서 원색이라고는, 큼직한 액자와 몇몇 조미료 병, 앞치마와 슬리퍼의 붉고 푸른색뿐이다. 쿠킹 스튜디오를 제작 할 때 가장 먼저 요청한 주문이 바로 “벽을 만들어달라”였다. 물건이 외부에 보이지 않도록 완벽히 수납하기 위해서다. 음식을 차리며 한창 어질렀다가도 리셋하듯 말끔히 정리하는 게 일상. 흰 도화지 같은 주방을 매일 마주하며, 용동희는 요리를 ‘조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실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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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Only One Kitchen, 바이빅테이블 정재운

주방 가구 디자이너 정재운은 오직 한 집을 위한 하나의 주방을 만든다. 모퉁이가 사선이면 사선인 대로, 지붕이 낮으면 낮은 대로 꼭 맞는 옷을 입혀준다. 비유하자면 한 사람을 위해 양복을 짓는 테일러숍과 같다. ‘취미는 인테리어, 특기는 주방 디자인.’ 정재운은 무심히 대답한다. 다른 가구에 비해 주방 가구는 확실히 어려운 편이다. 디자인 후 설치하기까지 수많은 공정을 거친다. 설비도 얽혀 있고, 가전도 고려해야 한다. 집중해서 전념할 수밖에 없다.
“주방 가구 디자인은 가스, 전기, 수도 시설을 고려해 불편함 없이 설치하는 일까지 아우르고 있어요. 현장의 변수가 많기 때문에 ‘합’이 매우 중요하죠. 설비와 인테리어 등 여러 분야와 조율하며 하나의 주방을 완성해갑니다.”
주방 가구 설계에는 일명 ‘냉툭튀’, 몸집이 큰 냉장고가 도드라지게 튀어나오는 것까지 염두에 둔다. 쿡톱 위에 후드를 놓고, 싱크대와 화기 사이 60cm 이상 공간을 마련한다는 가이드라인도 있다. 계산대로 척척 이뤄지면 좋으련만, 수도와 배관의 위치가 예상과 다른 경우도 부지기수다. 정재운은 “내가 잘하는 건 기본이고, 변수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진짜 실력입니다”라고 덧붙인다.
주방 디자인은 트렌드에도 민감해야 한다. 최근에는 빈티지와 내추럴 무드가 유행하면서 그에 어울리는 나왕합판 소재가 떠오르는 중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매력이 젊은층 사이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물론 소량 맞춤 가구이기에 자유롭고 과감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바이빅테이블만의 디테일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어요. 맞춤 스테인리스 손잡이나 가죽 장식처럼 포인트를 더하는 것이죠. 주방에 ‘느낌’을 더하고 싶다면 문을 두드려주세요. 유일무이한 ‘나만의 주방’을 만들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