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

MOVIE

SEP-OCT 2020​

예술가의 삶을 보다

만나고 싶은 예술가를 다시 볼 수 있는 영화. 주옥같은 작품 감상은 덤이다.

Writer 홍순채(칼럼니스트) Editor 주원

Mr. Turner(2014, 영국·프랑스·독일)
감독 마이크 리
출연 티모시 스폴, 폴 제슨, 도로시 앳킨슨 외
장르 드라마

풍경화의 거장 <미스터 터너>

사교성이 없어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지낸 것으로 전해지는 화가, 조지프 말로드 월리엄 터너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극히 단편적이다.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평범한 이발사의 아들로 태어나 특유의 정열과 뚝심으로 영국이 자랑하는 위대한 화가로 인정받았다는 사실 정도. 하지만 영화를 통해 세밀하게 들여다본 그의 드라마틱한 삶은 그가 남긴 작품만큼이나 큰 감명을 준다. 현장감을 중요하게 생각해 바다로, 강으로 직접 작품 활동을 다녔던 윌리엄 터너의 행보는 당시 온실 속 화초처럼 화실에 앉아 그림을 그리던 수많은 풍경 화가들에게 충격을 줬다. 특히 바다의 폭풍을 경험하기 위해 온몸을 돛대에 묶은 채 태풍 속을 항해한 일화는 특히 유명하며, 영국 화단은 전율의 존경을 표해야만 했다. 그런 열정이 있었기에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풍경을 월리엄 터너만큼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작가는 아직도 찾기 힘들다. 어느 날 윌리엄 터너는 템스강에서 나폴레옹을 격퇴한 거대한 전함 테메레르가 작은 증기선에 인양되어 선박 해체장으로 끌려가는 역사적인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근대 과학 문명을 직감하며, 증기기관이 만들어내는 속도에 매료되고 만다. 그리고 마침내 안갯속을 헤치고 맹렬하게 돌진하는 증기기관차의 역동적인 모습을 그려낸 걸작 ‘비 증기 그리고 속도: 대서부 철도’를 발표한다. 하지만 당시로선 진보적이고 몽환적인 인상주의 화풍으로 인해 시력이 나빠지고 작품이 변질됐다는 악평을 받고 만다. <미스터 터너>는 베일에 싸인 월리엄 터너의 삶, 빛과 색채로 순간을 포착하는 거장의 화풍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당대의 편견과 당차게 싸워 이겨낸 월리엄 터너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아들을 위해 직접 물감을 만들 정도로 헌신적이었던 부친과의 이야기가 감동을 전한다. 영화 속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모습이나 나무들 사이를 파고드는 햇살 아래 유유자적 배를 타고 낚시하는 터너의 모습이 그가 남긴 작품처럼 진한 여운을 남긴다.

Mr. Turner(2014, 영국·프랑스·독일)
감독 마이크 리
출연 티모시 스폴, 폴 제슨, 도로시 앳킨슨 외
장르 드라마

Cezanne et moi, Cezanne and I(2015, 프랑스)
감독 다니엘르 톰슨
출연 기욤 갈리엔, 기욤 까네 외
장르 드라마

예술가의 우정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40년간 유지되었던 두 예술가의 내밀한 우정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고집불통의 화가 폴 세잔과 소설가 에밀 졸라의 관계는 끝내 불화했지만 다니엘르 톰슨 감독은 영화를 통해 두 사람의 우정을 되살리고 화해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은 40년 전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난 세잔과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인 졸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외로웠던 졸라에게 세잔은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었고,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고집한 세잔에게 친구는 언제나 응원을 보냈다. 성장한 세잔과 졸라는 주류 예술에 반기를 들며 독창성을 지닌 예술가로 성장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우정을 한결같이 지켜나간다. 하지만 세상의 외면과 푸대접에 상처받아 점점 괴팍해지는 세잔은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세계에 집중하고, 졸라는 곤경에 처한 화가 에두아르 마네를 옹호하는 글로 유명세를 타며 작가로서 성공 가도에 들어선다. <목로주점>, <나나>,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 졸라는 모든 것과 단절해버린 세잔을 다시 세상으로 이끌기 위해 당대의 화가들과 교류를 시도하지만 폐쇄적인 세잔의 고집으로 번번이 좌절되고 만다. 졸라도 오랜 친구의 아집과 독선에 지쳐갔고, 그런 세잔을 모델로 소설 <작품>을 집필한다. 자신을 시대에 뒤떨어진 반항아처럼 소개한 <작품>을 보고 화가 난 세잔. 그 후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가고, 끝내 화해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오랜 세월 묻혀 있던 세잔의 작품들은 화상 볼라르에 의해 가치를 인정받으며 비로소 빛을 발한다. 여기까지의 사실에 더해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은 소설 <작품> 이후 헤어졌던 두 예술가를 다시 소환해 화해시킨다. 남프랑스의 평온한 풍광을 배경으로 두 예술가의 우정과 갈등을 풍성한 색감으로 스크린 가득 담아낸 영화. 빛과 그림자가 드리워진 영상과 이야기가 보는 내내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다.

Cezanne et moi, Cezanne and I(2015, 프랑스)
감독 다니엘르 톰슨
출연 기욤 갈리엔, 기욤 까네 외
장르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