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MOVIE

길에서 만난 삶

걸으며 삶의 의미를 깨닫고 새로운 인생을 찾는 로드 트립 추천 영화.

Writer 홍순채(칼럼니스트) Editor 방은주

낭만적이고 유쾌한 일탈
<이탈리아 횡단밴드>

해산했던 밴드가 우연찮게 재결성을 하게 되면서 이탈리아 남부에서 열리는 스칸자노 재즈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한다. 차로 2시간이면 도착할 일정을 열흘로 늘린 밴드는 작정하고 원칙을 세운다. 행사장까지 도보로 가는데 짐은 수레와 당나귀에 싣고, 휴대전화는 비상 시에만 사용할 것이며 식사 역시 스스로 준비한다. 이런 엉뚱하고 기발한 규칙으로 인해 열흘 일정은 왁자지껄하지만 멤버들의 우정이 더욱 돈독해진다. 배경이 된 이탈리아 바실리카타의 아름다운 풍광이 주인공들의 감정선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것 또한 인상적이다. 영화 <이탈리아 횡단밴드>는 일상에 지친 중년 남자들의 유쾌한 일탈을 로드 무비 형태로 담아내 유명 배우 하나 없이 관객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개봉 당시 남부 유럽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중년 일탈 신드롬을 만들어내기도 한 영화는 이탈리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다비드 디 도나텔로 어워드(David di Donatello Awards)’에서 3관왕을 수상하기도 했다.

Basilicata Coast To Coast(2010, 이탈리아)
감독 로코 파팔레오
출연 알레산드로 가스만, 파올로 브리구그리아, 로코 파팔레오, 지오바나 메조기오르노, 맥스 가제 외
장르 코미디, 뮤지컬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걷는 법
<걷기왕>

인생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살자. 영화 <걷기왕>의 명료한 메시지다. 주인공 만복(심은경 분)은 경쟁사회의 관점으로 보면 루저다. 수업시간에 잠자기 일쑤고, 매사가 무사태평이고 장래에 대한 걱정이나 공부에 대한 미련이 없다. 만복은 멀미가 심해서 등교도 2시간씩 걸어서 한다. 왕복 4시간을 걸어서 등·하교하는 만복의 걷기 재능을 높이 평가한 선생님의 추천으로 경보를 배우고 인생 처음으로 승부욕을 발휘하게 된다. 열심히 했지만 경보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만복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다 다시 서울 선발전에 도전한다. 그러나 선천성 멀미로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하는 만복은 배낭을 메고 하루를 꼬박 걸어서 대회에 참가. 대회 중 선두를 달리던 만복은 무리한 걷기와 준비로 인하여 다른 선수와 충돌 후 쓰러지고 마는데…. 고교생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걷기왕>은 어른들이 강요하고 사회가 강제하는 가공된 열정과 패기, 꿈을 버리라고 말한다.

걷기왕(2016, 한국)
감독 백승화 출연 심은경, 박주희 외
장르 드라마

치열하게 걷는 이유
<영혼의 순례길>

티베트에서 성지 라싸로 향하는 길은 그들에겐 목숨을 건 신앙이고 믿음에 대한 시험이다. 성지까지 가는 길은 신체의 다섯 부분을 지면에 던지는 오체투지의 큰절로 이동하게 된다. 로드 무비 형태로 중국인의 다양한 삶을 스크린에 담아내 중국 6세대 감독군에 오른 장양 감독은 티베트 불교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순례단과 함께 무려 2,500km 순례길에 오른다. 총 11명으로 구성된 순례단은 아이를 출산하려는 임신부, 도축장에서 일하여 업을 씻기 위해 참가한 사람, 집을 짓는 과정에서 인부가 죽는 사건을 목격하고 고인을 추모하려는 사람 등 동기는 다양하지만 간절함은 모두 하나같다. 장양은 티베트인들의 가장 치열한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1년의 시간을 영상에 담고 순례단과 함께 고락을 나누며 그들의 삶과 종교에 한 걸음 다가선다. 자신들의 슬픔과 기쁨을 공유하며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를 이해하는 과정이 감동적인 영화다.

Paths of the Soul(2015, 중국)
감독 장양
장르 드라마,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