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MUSIC

희망의 클래식 선율

새해를 맞이하며 듣고 싶은 클래식.

Writer 홍순채(칼럼니스트)
Editor 방은주

뮤직

안토닌 드보르자크가 그린 광활한 신세계,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아버지는 가업인 정육점과 여인숙을 물려주는 데 필요한 독일어를 공부시키기 위해 독일어 선생님인 리만을 가정교사로 들인다. 리만은 음악가 출신으로 드보르자크에게 독일어는 물론 음악도 가르치면서 작곡가의 꿈을 키워준다. 이렇게 시작된 드보르자크의 음악 세계는 초창기 국가 보조금을 받으며 어렵게 이어가다 서른일곱이 되던 해에 발표한 ‘슬라브무곡’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러던 중 보헤미아(현재 체코공화국) 출신인 드보르자크에게 뉴욕 국립음악원 원장을 맡아 달라는 달콤한 제의가 들어온다. 1892년 그는 과감하게 유럽을 떠나 신세계와도 다름없던 미국으로 향한다. 당시 유럽과 다른 광대한 미국 대륙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곡이 바로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다. 총 4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은 1악장에 흑인영가의 멜로디를 차용했고, 2악장에는 보헤미아의 민요 멜로디를 넣어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힘찬 선율의 3악장에 이어 4악장은 영화 <죠스>의 오프닝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힘차고 극적인 선율로 응원가나 CF 단골 음악으로 쓰여 멜로디가 꽤 익숙하다. 힘차게 전진하는 4악장으로 마무리되는 ‘신세계로부터’는 새 희망으로 시작하는 새해에 응원가처럼 잘 어울리는 곡이다.

뮤직 copy 2

요한 슈트라우스의 흥겨운 행진곡
‘라데츠키 행진곡’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는 새해맞이 행사 중 하나다. 빈에 위치한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진행하는 음악회는 분위기가 매우 경쾌하고 흥이 넘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주곡은 주로 빈 출신의 작곡가들과 요한 슈트라우스 가문의 왈츠, 폴카, 행진곡 등이다. 1939년 처음 음악회가 열렸고, 1941년부터 매년 이어온 신년 음악회에서 빠지지 않고 앙코르곡으로 연주되는 음악이 바로 ‘라데츠키 행진곡’이다. 이 곡은 본래 1848년 쿠스토자 전투에서 이탈리아 무장 세력을 진압한 오스트리아의 명장 라데츠키에게 헌정된 곡이다. 라데츠키의 승리를 환영하기 위해 왈츠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작곡한 행진곡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는 승리와 영광의 감정까지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흥겨운 선율이 매력적인 이 곡은 현재까지도 국가에서 치르는 주요 행사에 빠지지 않는 단골 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다. ‘라데츠키 행진곡’이 울려 퍼지면 관객들이 박자에 맞추어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는 광경은 새해 기분 좋은 희망을 불러들이는 일종의 의식처럼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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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희망 찬가,
교향곡 9번 ‘합창’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일찍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음악적 성공을 이루었지만 26세부터 진행된 질병으로 젊은 나이에 청력을 잃게 된다.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베토벤은 한때 자살을 결심하고 유서를 작성할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음악가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시련인 난청 상황에서 교향곡 5번 ‘운명’,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같은 명곡을 탄생시켰으며, 그가 남긴 총 아홉 편의 교향곡 중 여덟 편이 유서 작성 후에 만들어졌다. 특히 교향곡 9번 ‘합창’은 무려 30년에 걸쳐 구상하고 다듬어서 완성시킨 대작으로 22세에 스케치를 시작해 53세가 되어서야 마침내 세상에 등장한 곡이다. 교향곡에 합창을 넣는 시도는 당시로는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특히 대미를 장식하는 4악장 ‘환희의 송가’는 독일 시인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를 차용해 오케스트라 연주와 합창이 반복된다. 음악과 시가 하나가 되어 ‘인류여 서로 굳게 포옹하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인류의 자유와 평화, 단결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는 이 음악은 새해 희망찬 기운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