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

overseas

SEP-OCT 2020​

도시의 꽃이 된 박물관

생애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세기의 박물관과 미술관.

Writer 이은혜(칼럼니스트) Editor 주원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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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도시’라는 수식어를 달고 사는 파리의 진가는 길을 걷다 마주치는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에 있습니다. ‘파리의 3대 박물관’으로 불리는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조르주 퐁피두센터에는 거장들이 남겨놓은 찬란한 유산이 가득합니다. 특히 고대부터 19세기까지 역사적 유물을 살피기엔 루브르 박물관이 제격이고, 19세기 이후 근대미술은 오르세 미술관, 현대 예술의 진가는 조르주 퐁피두센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은 유럽 최초의 박물관으로, 1672년 루이 14세가 베르사유궁전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남겨진 궁전에, 왕실 수집품을 전시하면서 탄생한 곳입니다. 대표적인 전시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역작 ‘모나리자’와 고대 그리스 예술의 정수로 불리는 조각상 ‘밀로의 비너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태가 궁전이었다면, 오르세 미술관은 1900년 파리 세계 무역 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기차역입니다. 거대한 시계 조형물과 유리 지붕이 자아내는 고전미는 세기의 명화와 어우러져 관람 내내 황홀경을 자아냅니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비롯해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과 드가의 ‘14세의 어린 무용수’, 밀레의 ‘만종’, ‘이삭 줍는 사람들’ 등 19세기 이후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즐비합니다.
마지막으로 20세기와 21세기 미술사를 관통하는 거장들을 만날 수 있는 조르주 퐁피두센터는 회화, 조각, 건축, 사진, 영화, 디자인 등 방대한 현대 예술 컬렉션을 자랑합니다. 4층은 앤디 워홀, 세자르 등 현대 아티스트의 작품이 자리하고, 5층은 마티스와 피카소, 샤갈, 칸딘스키 등 근대 미술 컬렉션이, 7층은 프랑스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 튈르리 정원을 방문한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가 오랑주리 미술관입니다. 본래는 오렌지나무 온실이었었는데 모네의 ‘수련’ 연작을 전시하기 위해 미술관으로 조성한 곳입니다. 타원형 전시실의 새하얀 벽면은 ‘수련’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지하 전시실에는 미술품 수집가였던 폴 기욤과 장 발터가 수집한 컬렉션과 르누아르, 세잔, 루소, 모딜리아니, 마리 로랑생 등 후기 인상파 화가들의 눈부신 작품이 가득합니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불후의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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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보물’로 불리는 바티칸 미술관과 르네상스를 꽃피운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은 초월적인 예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매년 650만 명이 다녀가는 바티칸 미술관의 역사는 교황 율리우스 2세가 ‘라오콘 군상’ 조각상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미술관 건립을 주문하면서 시작됩니다. 1,400여 개에 달하는 전시실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방대한 조각품과 미술품, 유물들이 줄줄이 소장돼 있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벽면과 천장을 화려하고 웅장하게 휘감은 프레스코화입니다. 이 불후의 명작을 완성시킨 주인공은 바로 세기의 예술가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입니다. 이들의 작품이 자리한 곳은 벨베데레궁 안에 위치한 피오 클레멘티노 박물관으로,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품을 지나 황금빛 천장이 펼쳐진 ‘지도의 방’을 빠져나오면 라파엘로 작품으로 가득한 네 개의 방에 당도하게 됩니다. 그중에서 ‘서명의 방’은 라파엘로의 인생 걸작으로 칭송받는 ‘아테네 학당’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 정중앙에 위치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소크라테스 등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과 현인들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는 그림입니다. 바티칸 미술관의 하이라이트인 시스티나 성당은 미켈란젤로가 그린 벽화 ‘최후의 심판’과 천장화 ‘천지창조’가 성스러움을 더합니다. 꼬박 4년 넘게 그린 ‘천지창조’는 성경의 창세기 내용을 9개의 천장화로 담고 있는데, 하느님과 아담의 손가락 끝이 맞닿는 장면을 그린 ‘아담의 창조’가 특히 유명합니다. 요샛말로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표현이 떠오를 만큼, 미켈란젤로가 남긴 천장 프레스코화는 미술사를 통틀어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르네상스 회화 예술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우피치 미술관은 16세기 중반, 메디치 가문의 계획 아래 당대 최고의 화가이자 건축가였던 조르조 바사리에 의해 건설됐습니다. ‘ㄷ’자 모양의 4층 대리석 건물 아래엔 도리아식 열주가 세워져 한층 웅장미를 더합니다. 처음엔 베키오궁 옆에 위치한 정부청사 건물로 사용됐었지만 메디치가의 마지막 상속녀가 미술품이 피렌체 밖으로 반출되지 않는 조건으로 컬렉션을 기증하면서 오늘날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돋움하게 됐습니다. 대표 작품으로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 미켈란젤로의 ‘톤도 도니’, 카라바조의 ‘메두사의 머리’ 등으로, 화려한 르네상스의 진수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 집합소,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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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건국 역사는 짧지만 미국의 박물관은 규모 면에서나 소장품의 다양성 면에서 결코 다른 국가에 뒤지지 않습니다. 특히 뉴욕은 ‘뮤지엄 시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가득하죠. 센트럴파크 주변에만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노이에 갤러리, 자연사 박물관을 비롯해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그중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 각국의 귀중한 예술품 200만 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는 곳입니다. 렘브란트를 비롯한 네덜란드 거장들의 작품으로 채워진 600호실부터 632호실은 꼭 둘러보길 추천하고요. 반 고흐와 드가, 마티스 등 19~20세기 유럽 회화와 조각이 전시된 800호실부터 830호실 역시 보석 같은 곳입니다. 이집트 전시실인 ‘덴두르 신전’에서 창밖으로 펼쳐진 센트럴파크를 감상하고, 옥상 정원에 올라 뉴욕 시내를 내려다보는 즐거움도 반드시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앤디 워홀을 만나려면 뉴욕 현대미술관을 방문해보세요. ‘캠벨 수프 통조림’과 ‘금빛 매릴린 먼로’, ‘엘비스’ 등 그의 인생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현대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폴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등 인상파에서 입체파, 초현실주의까지 시대별로 다양하게 변모해온 근대 회화의 변천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구겐하임 미술관은 하얀 달팽이 껍데기를 엎어놓은 듯한 독특한 생김새로 유명한데요. 미국 철강업계의 거물이었던 솔로몬 구겐하임이 수집한 현대 미술품을 기반으로 설립된 이곳은 나선형의 경사로를 따라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 쇠라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특히 180점이나 되는 칸딘스키의 컬렉션은 가히 최고라 할 만합니다.

아부다비의 떠오르는 문화 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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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화려함을 뽐내는 두바이와 달리, 고아한 매력을 띤 중동의 부국다운 첫인상을 안깁니다. 특히 문화특구로 지정된 사디얏 섬에 특별한 박물관이 개관하면서 그 인상은 더욱 짙어졌습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첫 해외 분관이자 아랍 최초의 세계사 박물관인 루브르 아부다비가 프로젝트 개시 10년 만에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앞으로 30년간 ‘루브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미술품을 대여해 전시하는 조건으로 무려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프랑스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밀라노 귀족 부인의 초상’, 루이 다비드의 ‘생 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 고흐의 ‘자화상’,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에 이어 피카소와 앤디 워홀, 잭슨 폴록 등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명작들이 펼쳐집니다. 특히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간 순서대로 전시를 기획해 동시대에 어떤 예술 작품이 탄생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한눈에 살필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전시품 못지않게 루브르 아부다비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할 만합니다.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한 박물관은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야자수를 모티프로 한 돔 모양의 지붕이 건축물의 핵심 요소로, 거미줄처럼 얽힌 기하학 패턴의 창 사이로 마치 빗줄기처럼 시시각각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풍경이 가히 장관을 이룹니다. 머지않아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과 아랍 문화를 집대성한 국립민속박물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해양 박물관이 주변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세계 문화 중심지로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예르미타시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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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옛 수도이자 문화 예술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에메랄드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예르미타시 미술관이 자리합니다. 러시아의 마지막 여섯 황제가 기거한 겨울궁전을 중심으로 6개의 건물이 통로로 연결된 예르미타시 미술관은 300만 점이 넘는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합니다. 작품 하나당 1분씩 감상해도 8년이 걸린다는 우스개 농담이 있을 만큼 1,000여 개에 달하는 방에는 고대 이집트 미라부터 제정러시아 시대의 보석과 왕관, 현대미술까지 넋을 잃고 감상하게 되는 소장품들이 차고 넘칩니다. 예르미타시 미술관은 러시아혁명 이후 왕실 소유의 궁전과 귀족들의 개인 수집품이 국유화되면서 러시아를 대표하는 국립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미술관의 초석을 다진 대표적인 인물은 표트르 3세의 아내이자 18세기 제정러시아를 전성기로 이끈 대제 예카테리나 2세였습니다. 그녀는 유럽과의 교류를 통해 러시아 문화를 향상시키는 데 공을 들였는데, 특히 프랑스 회화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였습니다. 오늘날 프랑스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프랑스 미술품을 소장한 미술관이 된 배경이죠. 야수파를 태동시킨 화가 마티스의 ‘춤’을 비롯해 모네의 ‘정원의 여인’, 고갱의 ‘타히티의 목가’,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 등 19~20세기를 관통하는 프랑스 대가들의 걸작을 감상하노라면 한 걸음을 떼기도 쉽지 않습니다. 렘브란트, 루벤스, 푸생, 부셰, 피사로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지나치고 싶지 않다면, 예르미타시 미술관 관람 전 동선 체크는 필수입니다.

런던, 전시품에 드리운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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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여행에서 대영박물관은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왕립학사원장을 지낸 한스 슬론 경이 유품으로 남긴 7만 점이 넘는 수집품과 장서를 모아 1759년 대영박물관이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영국은 제국주의 시대 세계 곳곳의 식민지에서 수집하고 약탈한 문화재를 대영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했습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층으로 이뤄진 박물관은 100여 개의 전시실에 600만 점이 넘는 소장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 할 수 있는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부터 이집트, 에게해, 그리스를 포함한 고대 문명의 유물이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이집트와 관련된 유물이 상당한데, 람세스 2세와 아메노피스 3세의 거대 석상, 미라 등 카이로 박물관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이집트 유물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모두 이집트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약탈한 전리품으로, 비단 대영박물관뿐만 아니라 세계의 내로라하는 박물관 역시 ‘약탈’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20세기 이후의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는 테이트 모던은 대영박물관과 달리 스타일리시한 건축물과 감각적인 작품들이 몰입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방치된 화력발전소의 외관을 고스란히 살린 덕분에 99m에 달하는 거대한 굴뚝은 테이트 모던의 중요한 상징물이 됐습니다. 2000년 본관 개관 후 2016년 신관 건물이 들어서며 전시 공간은 한층 풍성해지고, 런던 시가지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야외 데크는 늘 인파로 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