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OVERSEAS

Music in the City

음악이 있어 반짝반짝 빛나는 도시들.

Writer 이은혜(칼럼니스트) Editor 방은주

클래식이 숨 쉬는 빈

오스트리아에서 클래식은 마치 숨 쉬는 공기와 같다. 언제 어디서나 일상을 부유하듯 잔잔한 선율이 귓가를 맴돈다.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슈베르트, 말러, 브람스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로 많은 음악가를 배출한 빈은 전 세계 ‘클래식의 성지’로 통한다. 그 배경에는 6세기 넘게 유럽을 지배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원이 있었다.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던 합스부르크 왕가는 빈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을 아낌없이 지원했고, 그 결과 수많은 음악가들이 빈으로 모여들었다. 오늘날 빈 중앙묘지에는 위대한 클래식 음악가들이 영면해 있다. 빈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모차르트 기념비 너머로 악성 베토벤과 슈베르트 묘지가 나란히 자리한다. 빈 최고의 번화가이자 문화 중심지로 통하는 케른트너 거리(Karntner Strasse)는 야외 음악회를 방불케 한다. 거리 예술가들의 연주가 끊이지 않고, 전통 복장을 한 호객꾼들은 음악회 홍보에 열을 올린다. 그리고 케른트너 거리에는 빈 음악의 심장이라 불리는 국립 오페라극장이 자리한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 밀라노의 라 스칼라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극장으로 불리는 빈 국립 오페라극장은 1869년 개관했다. 모차르트 필생의 역작 <돈 조반니> 오페라를 초연한 역사적인 장소로, 매년 300회 이상의 오페라와 발레 공연이 상연된다. 특히 베를린, 뉴욕과 함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빈필하모닉 공연 관람은 필수다. 국립 오페라극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빈의 또 다른 명소는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이다. 무지크페라인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향을 만드는 공연장’이라 불릴 만큼 클래식 공연장 중 최고의 음향 시설을 자랑한다. 1870년 개관한 무지크페라인 건물에는 총 7곳의 공연장이 자리하는데, 휘황찬란한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골든 홀과 브람스 홀이 유명하다. 특히 골든 홀에서는 매년 1월 1일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가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 전통적으로 신년 음악회에서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과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이 빠지지 않고 연주된다.

고혹적인 탱고 선율, 부에노스아이레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아프리카와 쿠바, 유럽 이민자들로 넘쳐났다. 라 보카 지구에서 가난한 항구 노동자로 살아가던 그들은 춤과 음악을 통해 고달픈 삶의 애환을 달랬다. 그렇게 탱고 아니 ‘땅고’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대표하는 춤으로 자리 잡게 된다. 탱고에서 춤과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 같은 존재다. 탱고 음악은 춤을 추기 위한 반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연주 자체만을 감상하기에도 부족함 없는 독립적인 음악 장르다. 탱고 음악의 부흥을 이끈 대표적인 인물이 카를로스 가르델과 아스토르 피아졸라다. 카를로스 가르델은 탱고에 가사를 붙인 ‘탱고 칸시온’ 장르를 개척한 인물로, 영화 <여인의 향기>를 통해 전 세계에 각인된 ‘포르 우나 카베사(Por Una Cabeza)’가 그의 대표곡이다. 아르헨티나 전통 탱고에 클래식과 재즈를 접목시킨 ‘누에보 탱고’의 선구자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탱고를 세계적인 음악 반열에 올려놓은 전설적인 뮤지션이다. 오늘날 탱고 음악에 사용되는 반도네온과 피아노, 바이올린, 베이스, 기타로 구성된 악단은 그의 손끝에서 비로소 하나가 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만 수십 개의 탱고 전문 극장과 밀롱가(사람들이 모여 탱고를 추는 곳)가 자리한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라 보카 지구의 카미니토 거리 위에선 끊임없이 탱고와 마주친다. 카페와 식당의 야외 무대 위에선 손님을 불러 모으기 위한 댄서들의 관능적인 춤동작이 쉼 없이 시선을 붙든다. 1858년 문을 연 카페 토르토니(Tortoni)는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곳에서 탱고 쇼를 관람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농밀한 음악 세계를 감상하고 싶다면 아르누보 건축 스타일이 돋보이는 구에메스 갤러리 내 위치한 피아졸라 공연장이 제격이다. 일명 ‘피아졸라 탱고 쇼’는 반도네온 주축의 훌륭한 라이브 연주가 돋보이는 공연으로, 춤과 노래, 연주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산 텔모에 위치한 토르콰토 타소(Torquato Tasso)는 탱고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멋진 장소 중 하나로,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식사와 함께 탱고 쇼를 즐길 수 있으며 일요일 밤에는 현지인들의 밀롱가로 변신한다.

밴드 음악의 성지, 런던

영국은 음악 마니아들이 인정하는 록의 요람이다. 1960년대 비틀스를 시작으로 롤링스톤스,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퀸,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뮤즈 등 내로라하는 밴드 아티스트들이 영국에서 탄생했다. 특히 현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뮤지션으로 통하는 비틀스의 탄생은 전 세계 대중음악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혁명과도 같다. 영국의 리버풀이 비틀스를 태동시킨 곳이라면 런던은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밴드로 키워낸 도시다. 런던 서쪽 웨스터민스터에 위치한 애비로드 스튜디오는 비틀스를 비롯해 저명한 아티스트들의 명반과 영화 <스타워즈> 사운드트랙을 녹음한 90년 역사를 간직한 음악 스튜디오로 명성이 자자하다. 비틀스가 첫 녹음 후 해체할 때까지 협업을 이어나간 역사적인 장소로,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Abbey Road> 재킷 커버를 촬영한 횡단보도가 근처에 자리해 전 세계 팬들을 불러 모은다. 런더너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하이드 파크는 대규모 콘서트가 자주 열리는 장소로, 1962년 결성 후 단 한 번의 해체 없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록 밴드 롤링스톤스의 50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소호에 위치한 덴마크 스트리트는 70년대 하드록 시대를 연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가 무명 시절 거리 공연을 펼치던 장소다. 오늘날에는 악기 판매점이 즐비한 거리로 명성이 퇴색했지만, 과거에는 록 공연장과 레코딩 스튜디오가 자리하며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록 스피릿을 불태웠다. 오늘날에도 런더너들은 레코드 숍에서 희귀 앨범을 고른다. 러프 트레이드 이스트(Rough Trade East)는 다양한 장르의 방대한 레코드를 자랑하며, 시스터 레이(Sister Ray)는 희귀한 음반들이 많기로 유명해 컬렉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일 밤 런던의 수많은 록 클럽에서는 하드록에서 브릿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라이브 밴드 연주가 두 귀를 황홀케 한다.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위치한 ‘the 100 Club’은 롤링스톤스, 오아시스가 공연한 런던의 오래된 음악 공연장으로, 매년 수백 명의 무명 아티스트들이 이곳에서 꿈을 키운다. 힙스터들의 아지트로 사랑받는 캠든타운은 낮에는 쇼핑을, 밤에는 ‘Dublin Castle’, ‘Electric Ballroom’ 등 개성 넘치는 라이브 클럽에서 라이브 밴드 공연에 흠뻑 취할 수 있다.

힙합의 고향, 뉴욕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뉴욕필하모닉과 오페라 가수들의 꿈의 무대로 통하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뮤지컬의 심장이라 불리는 브로드웨이 등 뉴욕은 다채로운 음악이 공존하는 음악의 메카다. 그리고 오늘날 전 세계가 열광하는 힙합 역시 뉴욕에서 태동했다. 1970년대 뉴욕의 브롱크스와 할렘은 슬럼화된 빈민가로, 가난과 소외에 대한 울분을 음악에 담아 표출하기 시작했다.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장본인은 쿨 허크라는 DJ였다. 그는 턴테이블을 이용해 리듬과 비트가 강한 음악의 일부분만 무한 재생하며 믹싱이라는 개념을 처음 시도했고, 파티의 흥을 돋우기 위해 넣은 일종의 추임새는 랩으로 진화해 전문 래퍼의 등장을 불러온 계기가 된다. 뉴욕을 중심으로 랩, 브레이크댄스, 그라피티, 디제잉은 힙합이라는 문화 형태로 미국 전역으로 퍼졌고, 뉴욕을 중심으로 하는 이스트코스트와 LA를 주축으로 하는 웨스트코스트 힙합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힙합은 미국 주류 문화로 진입하게 된다. 다채로운 흑인 문화를 잉태한 맨해튼 북부의 할렘은 힙합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힙합 투어를 통해 뮤지션과 함께 할렘을 걸으며 뉴욕의 예술과 역사, 힙합 문화에 대한 체험과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뉴욕의 음악 역사가 숨 쉬는 아폴로 극장(Apollo Theater)은 할렘의 필수 방문지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아마추어의 밤’이라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마이클 잭슨, 빌리 홀리데이, 지미 헨드릭스, 니요 등 미국 음악계의 걸출한 스타를 배출한 역사적인 장소로 유명하다. 이스트 할렘에 위치한 명예의 벽(Graffiti Hall of Fame)은 평범한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그라피티 벽이다. 1980년대 팝 아티스트 키스 해링이 ‘Crack Is Wack’이라는 페인팅을 이스트 할렘에 남기면서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이 속속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그들이 합법적으로 작품을 남길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 오늘날 명예의 벽으로 남았다.

보사노바가 흐르는 리우데자네이루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리우 카니발이 삼바의 향연이라면, 청춘들의 낭만이 부유하는 이파네마 해변은 감미로운 보사노바 선율이 낭만을 더한다. 빠른 리듬에 육감적인 춤을 선보이는 삼바와 빠르지도 느리지 않게 찰랑거리는 리듬이 매력적인 보사노바의 고향은 리우데자네이루다.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경향’이란 뜻을 담은 보사노바(Bossa Nova)는 삼바에 재즈를 결합한 음악으로,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통 조빙)과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가 발표한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The Girl from Ipanema)’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열풍에 불을 지폈다. 리우데자네이루 남쪽에 위치한 이파네마 해변은 브라질 청춘들이 즐겨 찾는 세계적인 휴양지로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라는 명곡이 탄생한 곳이다. 통 조빙과 시인이었던 비니시우스는 이파네마 해변에서 200m 떨어진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 우연히 매일 그곳을 지나는 한 소녀를 보게 된다. 곡의 영감을 떠올린 두 사람은 곧바로 창작에 몰두했고, 훗날 그들의 이름은 리우올림픽 마스코트로 채택될 만큼 리우 시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게 된다. 그들이 노래의 영감을 받았던 식당은 ‘가로타 데 이파네마(Garota de Ipanema)’로 이름을 바꿔 보사노바를 좋아하는 팬들의 성지가 됐다. 식당 맞은편 건물 2층에는 보사노바 라이브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비니시우스 바(Vinicius Bar)가 자리한다. 현지 느낌 물씬 풍기는 조그마한 라이브 바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보사노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중 하나다. 보사노바 LP와 CD부터 악보, 작곡 책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토카 도 비니시우스(Toca do Vinicius)는 보사노바 팬들이 놓칠 수 없는 음반 가게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유명 보사노바 연주자들이 때때로 헌정 공연을 펼치기도 하는 보사노바 명소로, 유명 뮤지션들의 기념품을 모아놓은 전시실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