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OVERSEAS

세계의 녹색 도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신기술 도입 등 도시 정비를 통해 다시 태어난 세계의 친환경 도시들.

Editor 이지윤

꿈의 생태 도시, 브라질 쿠리치바

브라질 남부 상파울루시에서 약 350km 떨어진 쿠리치바시는 계획적인 도시 정책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생태 환경 도시의 본보기로 거론되는 도시다. 여러 조합과 기업,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이룩한 여타의 환경 도시와 다르게 1971년 쿠리치바의 시장으로 당선된 자이메 레르네르의 역할이 상당했다. 건축가이기도 했던 레르네르 시장은 1971년부터 1992년까지 세 번이나 시장직을 연임하면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시민에게 재활용 의식을 심어준 ‘녹색교환’은 철물 조각, 페트병 등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가져오면 수거량에 맞게 버스 토큰이나 채소 등의 식자재로 교환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생활 지원과 재활용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계몽활동의 일환으로 현재 쿠리치바의 쓰레기 분리배출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하철이 없는 도시에서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은 버스다. 쿠리치바시는 지금은 서울을 비롯해 세계 도시에 도입된 버스 전용 차선을 1970년대에 만들어 버스가 더 정확하고 빠르게 운행할 수 있도록 했다. 유리로 이뤄진 원통형 버스 승강장에 들어갈 때부터 요금을 미리 지불한다. 버스와 승강장 높이가 같기 때문에 장애인이나 노약자도 버스에 쉽게 오를 수 있게 설계됐다. 여러 대를 이은 굴절형 버스는 5개의 옆문을 통해 최대 270명의 손님을 한번에 태우고 내릴 수 있다. 손님들은 미리 요금을 냈기에 빠르게 승하차가 가능한데 덕분에 버스의 불필요한 엔진 공회전을 방지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는 대기오염이 30% 감소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땅 위의 지하철’이라는 평가를 받는 쿠리치바의 버스 정책은 지하철 건설비를 아끼고, 다른 도시와 비교해 자가용 교통량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쿠리치바는 노르웨이 오슬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1인당 공원 면적 비율이 높다. 도심이 아닌 곳에서 건물을 지을 때는 무조건 건물 앞 공간에 나무나 꽃을 심게 했고, 그렇게 심은 나무가 약 100만 그루에 달한다. 바리귀 공원, 사웅 로렌소 공원 등이 시민의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스마트한 탄소 중립 도시, 덴마크 코펜하겐

깔끔하게 정돈된 도로에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훨씬 많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자전거 보급률은 90%, 이용률은 50%에 달한다. 우리나라처럼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도로를 함께 사용하지 않고, 차도와 따로 구분되어 있는 독립된 자전거 전용 도로는 도심에만 400여 km가 조성되어 있다. 앞으로도 자전거 도로는 15% 가까이 확대될 예정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보급률과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2012년에는 자전거 고속도로를 만들기도 했다. 수도인 코펜하겐 내에서는 자전거를 타면 더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이는 탄소 배출 감소로도 이어진다. 덴마크는 일찍부터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져왔다. 1971년 환경부를 만들고, 1973년에는 환경법을 제정했는데, 이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환경 관련 법이다. 자전거 보급 외에도 ‘저탄소 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2019년에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1990년 대비 70% 줄이고, 2050년에는 기후 중립(탄소 배출 제로)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국가 차원에서는 2050년까지 북해에서 석유와 가스의 탐사·추출·생산도 중단할 계획이다. 첨단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 역시 친환경 도시에 필수적이다. 코펜하겐은 IT 기업들과 손잡고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해 도심 속 실험실, 스트리트 랩을 만들었다. 거리 곳곳에 사물인터넷 센서를 설치한 다음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한다. 예를 들어 도시의 어떤 쓰레기통에 얼마나 많은 양의 쓰레기가 모이는지 조사해 최적화된 수거 방식을 도출해내고, 운전자에게 최단 거리 운행 경로를 안내해 운전 시간을 단축하면 대기오염도 함께 줄일 수 있다는 것. 코펜하겐은 2005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탄소 배출량 24%를 감축했고, 건물 폐기물 90%를 재사용했다.

환경 친화적 주택단지, 영국 베드제드

3개의 건물에 100여 가구가 입주한 작은 주택단지 베드제드(BedZED)는 베딩톤 제로 에너지 개발(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의 약자로 석유나 석탄 등 화석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개발한 모범적인 제로 에너지 주거지역이다. 영국 최초의 성공적인 환경 친화적 주택단지로 태양열과 풍력 등을 이용한 에너지 수급과 함께 조형미도 갖춘 곳이다. 단지는 주거, 헬스 센터, 유치원, 오가닉 카페, 오피스 등이 구비된 복합 공간으로 자체 생산 에너지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을 지향한다. 버려진 토지에 지어진 베드제드 건물 지붕에는 이 마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알록달록한 색의 환기 장치와 태양광 전지가 설치되어 있다. 닭 볏 모양의 환기구는 실내의 오염된 공기는 외부로, 신선한 공기는 집 안으로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환풍기에 부착된 열 교환기 덕분에 바깥의 찬 공기가 실내의 더운 공기와 섞이면서 별도의 난방 기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난방 효과를 낼 수 있다. 설계 초기부터 주거용 공간을 남쪽에 배치해 태양에너지 이용을 극대화했고 3중 유리 및 온실, 차양 설치, 슈퍼 단열재 시공 등 생활 속에서 단열 효과를 높일 수 있게 했다. 거주 공간 외에 사무 공간을 함께 마련해 집과 가까운 곳에 일터가 있는 직주근접(職住近接) 방식이 가능해졌다. 출퇴근 시 차량 이용을 최소화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장려한 것도 이 복합 건물의 장점. 단지 내 주차장은 세대당 최소 0.5대~1대로 규정해 주거지에 필수인 주차장을 만들지 않고 생긴 여유 공간은 주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주변 도시에 비해 주거비가 약간 비싼 편임에도 베드제드에 살고 있는 주민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고 알려졌는데, 환경 친화적인 집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자원을 아끼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되살아난 공해 도시, 미국 채터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채터누가 테네시 강 주변에는 석탄, 철, 석회암 등을 취급하는 공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미국에서 열손가락에 드는 공업지대였던 채터누가의 대기오염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1969년 채터누가시는 환경보호국(EPA)이 발표한 ‘미국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거리’에 뽑히기도 했다. 대낮에도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안개가 낀 날은 연간 150일 이상, 심지어 밖을 걸어 다니면 셔츠가 금방 더러워질 정도였다. 폐렴 환자 수는 미국 평균 3배에 달했다. 환경보호국의 발표로 충격을 받은 시에서는 대기오염 억제국을 설치했다. 그리고 공장에서 배출가스를 억제하는 필터 장치를 의무화한다. 시와 지역의 기업에서 약 1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비용을 투자한 결과 8년 사이 환경보호국의 기준치를 11% 이상 웃돌 정도로 대기 상태가 좋아졌다. 하지만 극심한 환경오염과 동시에 채터누가 산업이 쇠퇴하면서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가자 시민 자원봉사 조직 채터누가 벤처가 활동을 시작한다.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연간 130만 명이라는 관광객이 모여드는 테네시 수족관을 만들었고 철거 예정이던 낡은 철교가 세계에서 가장 긴 보행자 전용 다리인 월넛 스트리트 브리지로 되살아나 관광객을 불러모았다. 채터누가시에서는 환경을 지키면서 도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한다. 시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주차장을 만들어 전기 셔틀버스로 외곽 주차장과 도심 사이를 운행하는 파크 앤 라이드(Park&Ride) 방식이 그중 하나다. 1989년에는 전기 버스 운행을 계획, 1993년 6월 제1호 전기 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지금도 채터누가 도심에는 자동차 대신 전기 버스가 운행된다. 도심에서는 교통 정체가 사라지고, 자동차 배기가스도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채터누가에 살았던 원주민인 체로키 인디언에게 전해지는 “7대손을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말이 여전히 이 지역사회에서 구전되고 있다. 엄청난 대기오염에 시달렸던 과거 대신 자연 친화적 액티비티로 가득한 관광도시이자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이 몰려드는 채터누가의 비결이다.

미래형 계획도시, 아랍에미리트 마스다르

사막 한복판, 영화 속에서 볼 법한 미래 도시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석유 수출국으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2위로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씻고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세계 최초, 최대 규모로 계획된 친환경 도시 마스다르다. 탄소, 쓰레기, 자동차가 없는 이 도시는 사막의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약 6km² 부지에 5만 명의 거주자와 1,500개의 친환경 기업이 수용될 예정인 마스다르는 100%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유지된다. 한낮 기온이 50℃ 이상 올라가는 사막의 핵심 자원은 풍부한 태양광과 태양열이다. 도시 내 모든 빌딩 옥상에는 태양광 전지와 태양열 발전 설비가 갖춰져 있다. 마스다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차가 없는 텅 빈 도심이다. 이곳에서는 차가 지하로만 다니는데, 내연기관 연료로 운행되는 일반적인 차가 아닌 전기로 움직이는 개인용 무인자동궤도 운행차량(PRT)이다. 중앙 통제 시스템에서 조종하기 때문에 각 정거장에서 승객이 타고, 목적지를 입력하기만 하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운전사 없는 영화 속 장면이 그대로 실현되는 듯하다. 외부 방문객들은 도시 외곽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도시로 진입해야 한다. 거리에 차가 없으니 보행자들은 쾌적하고, 안전하게 도심을 누빌 수 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건물 설계도 돋보인다. 건물을 지표면에서 6m 띄워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을 막고, 건물 상층부는 면적을 넓게 해 그늘을 조성했으며 건물 사이 간격이 좁아 바람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도시 온도를 낮춘다. 세계 유수의 대학과 글로벌 기업도 적극적으로 도시 건설에 참여해 과연 ‘탄소 배출 제로’ 도시가 완성될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