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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해변

세계 곳곳에는 현실 세계라고 하기엔 도저히 믿기 어려울 만큼 특별한 명소들이 있다. 마치 솜씨 좋은 작가가 일부러 그려놓은 것처럼, 아름답고 신비한 세계의 해변을 찾아가본다.

Editor 방은주

신비한 동굴 속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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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휴가’는 마치 단짝 친구처럼 참 잘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여행이 자유롭던 시절에는 세계 곳곳의 해변을 검색하며 휴가 계획을 세우고는 했는데요. 그중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 멕시코 서쪽 해안 마리에타섬의 플라야 델 아모르입니다. ‘사랑의 해변’이라는 뜻의 이곳은 해수면 위로 봉긋하게 올라온 동굴 해변으로 은밀하게 숨겨놓은 것 같은 모습에 ‘히든 비치’라고도 불립니다. 동굴 속 바다가 마냥 경이롭지만 실은 이곳은 20세기 초 수차례 진행한 폭파 실험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대지와 섬 사이에 불룩한 공간이 생기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전해지는데요. 이 해변을 감상하려면 바다와 연결된 구멍을 통해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보거나 바위 위에서 아름다운 장관을 내려다보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포르투갈의 베나길 동굴 해변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명소입니다. 남쪽 해안 관광지인 알가르브에 위치한 이곳은 마치 솜씨 좋은 건축가가 세심하게 설계한 것처럼 햇살을 받아들이는 통로와 바다와 바람이 통하는 길까지 나 있습니다. 동굴 꼭대기에 뚫린 구멍으로 아래가 훤히 보이고, 배를 타고 들어가면 보다 가까이에서 베나길 동굴 해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연이 바다에 남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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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현상으로 생긴 곳 중에는 때때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장소가 많습니다. 그중 뉴질랜드의 일명 ‘공룡알 해변’은 보는 것만으로 신비롭기 그지없습니다. 모에라키 지역의 코에코헤 비치에 커다란 축구공 모양의 암석 수백 개가 해안을 따라 죽 늘어서 있는 곳인데요. 마치 공룡이 알을 떨어뜨린 것처럼 보이는 이것은 약 400만 년 동안 풍화와 침식을 거치며 만들어진 퇴적암이라고 합니다. 돌의 지름은 0.5m부터 무려 6m까지 이르는 것도 있고, 그중 큰 바위의 무게는 수 톤에 이를만큼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이곳은 지금도 돌의 표면이 갈라지거나 깨지는 풍화작용이 일어나고 있어 보존구역으로 지정돼 있는데요. 근처 전망대에 오르면 울퉁불퉁한 바위와 해변이 조화를 이룬 진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북아일랜드의 자이언츠 코즈웨이 해변 역시 절경으로 손꼽힙니다. 해안가 절벽을 따라 약 4만 개의 현무암 기둥이 솟아 있는 모습은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과학자의 학구열을 자극하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됐습니다. 약 6,000만 년 전 화산 폭발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은 워낙 그 모습이 신비로운 탓에 수많은 신화와 전설이 만들어진 곳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에서는 새하얀 이회암으로 둘러싸인 스칼라 데이 투르키 해안 절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터키인들의 층계’라는 뜻의 이곳은 언뜻 터키의 파묵칼레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풍부한 석회질 때문에 눈부시게 하얀 빛깔을 뽐내는 퇴적암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진풍경은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합니다.

무지갯빛 모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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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해변을 떠올리면 철썩이는 푸른 파도와 맞닿은 은빛 모래사장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세계에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빛깔의 해변이 존재합니다.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하와이는 휴양의 중심지 답게 유명한 해변이 많은데요. 그중 이색적인 곳은 초록빛 모래사장이 인상적인 파파콜레아 그린샌드 비치와 푸날루우 블랙샌드 비치입니다. 빅아일랜드 사우스 포인트 인근에 위치한 파파콜레아에는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마그네슘과 철 성분을 함유한 감람석이 바다를 감싸고 있는 곳입니다. 녹색을 띠는 감람석이 고운 모래가 되어 인상적인 그린 비치가 된 것이죠. 파파콜레아에서 멀지 않은 곳에 푸날루우 해변이 자리하는데요. 이곳은 마치 숯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새까만 모래로 가득합니다. 화산 폭발 때 흘러내린 화산재가 오랜 세월을 거쳐 검은 모래가 된 거죠. 푸날루우에서는 바다거북이도 만날 수 있어 더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해변으로는 인도네시아 코모도섬의 핑크 비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코모도국립공원 옆에 위치한 작은 이 섬에는 무려 다섯 곳에서 고운 분홍빛 모래톱을 만날 수 있는데요. 코모도가 아시아-태평양의 산호 삼각지대인 만큼 붉은 산호 조각이 백사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인 것입니다.
갈라파고스제도의 라비다섬에는 강렬한 붉은 모래 해변이 자리합니다. 수많은 산호초가 섬을 이루고 있는 라비다는 바다사자와 이구아나, 플라밍고와 펠리컨 등이 주로 서식하는 무인도입니다. 관광이 자유롭던 시절에는 주로 크루즈 관광 중 이곳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철분을 함유한 화산석 탓에 모래 해변 가까운 바다까지 붉게 물들어 신비로움을 자아내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낭만적인 백사장으로는 호주 하이암스 비치가 대표적입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하얀 모래 해변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맑고 투명한 비치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자갈보다 특별한, 모래보다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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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나 자갈 해변이 익숙한 탓에 호주 샤크만에 위치한 셸 비치는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이곳 해변은 온통 새하얀 조개껍질로 가득한데요. 모래에 섞여 있는 조개껍질이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셸 비치에는 모래 없이 오직 조개껍질만 가득합니다. 조개껍질이 파도에 의해 깎이고 다듬어져서 제법 고운 입자가 되어 다칠 위험은 크지 않고요. 신발을 벗어도 모래가 묻지 않아 성가실 일이 없습니다. 셸 비치는 다른 지역보다 염분이 높은 샤크만에서 대량으로 번식한 조개가 해안가로 떠내려와 4,000여 년 가까이 쌓이고 다듬어진 결과물이라고 하는데요. 오랜 시간 동안 70km나 되는 해안에 10m 깊이까지 조개껍질이 채워져 어느 바다보다 빛나는 명소가 됐습니다.
자연의 놀라운 치유력을 경험할 수 있는 해변도 있습니다. 한때 ‘유리 해변’으로 불리며 호기심을 불러모은 곳, 바로 러시아 우스리만과 캘리포니아 포트 브래그 지역에 있는 바다입니다. 실은 두 곳 모두 사람들의 이기심에 의해 온갖 쓰레기로 훼손됐던 곳입니다. 러시아 우스리만은 오랜 기간 유리병과 도자기를 내다버리던 공공 쓰레기장으로, 한때 위험한 장소로 여겨 지역 자체가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버려지고 잊혀져가던 해변을 치유한 것이 바로 자연입니다. 수시로 들고 나는 파도가 날카로운 유리병과 도자기를 어루만지며 반짝이는 유리 자갈로 만들었죠. 캘리포니아 포트 브래그 역시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인데요. 수십 년 동안 방치됐던 이곳도 파도가 부린 재주로 유리알이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거듭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