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OVERSEAS

같이 걸을까?

자박자박 걷고 싶은 아름다운 지구촌 산책길.

Writer 이은혜(칼럼니스트) Editor 방은주

동화 속 시골길, 영국 코츠월드 웨이

Audio Script

영국인들의 걷기 사랑은 남다릅니다. 개인 사유지라도 공공 산책로로 지정된 길은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호텔 프런트에는 주변 산책길을 표시한 지도가 상비약처럼 비치돼 있죠. 전국에 분포한 4,000km에 달하는 내셔널 트레일 가운데 영국의 자부심이자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 길은 코츠월드 웨입니다. 북쪽의 치핑캠프던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인 바스에 이르기까지, 162㎞에 달하는 코스입니다. 트레일을 완주하기 위해선 꼬박 일주일이 소요되지만, 마음에 드는 한 구간을 골라 산책 삼아 걸어도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코츠월드 웨이 대부분의 마을은 오랜 세월을 견딘 중세 유럽풍 벽돌집으로 촘촘히 채워져 있습니다. 영국의 전형적인 소박한 시골 정취가 물씬 느껴지죠. 코츠월드 웨이에서 손꼽히는 미관을 자랑하는 버튼온더워터는 ‘리틀 베니스’라는 애칭으로 불립니다. 조용한 마을 돌담길을 걷다 보면, 빨간 담쟁이넝쿨이 뒤덮은 찻집에서 은은한 차 향기가 풍겨오고 소박한 아치형 돌다리가 놓인 강물에는 숭어 떼와 순백의 백조가 한가로이 노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평화로운 풍경에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코츠월드 웨이는 소박하지만 밋밋하지 않고, 평범하지만 특별한 매력을 지닌 길입니다.

쉬엄쉬엄 걸어도 좋은 뉴질랜드

Audio Script

10월부터 4월까지는 뉴질랜드를 두 발로 누비기에 최상의 계절입니다.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운 하이킹 대신 가볍게 물병 하나 챙겨 들고 산책 삼아 걷기 좋은 코스가 북섬과 남섬 곳곳에 넘쳐납니다.
북섬에서는 테와이호우 워크웨이와 타우포 호수 주변을 걷는 트레일이 산책 코스로 제격입니다. 푸타루루 근방에 위치한 테와이호우 워크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수원 중 하나이자 뉴질랜드 생수의 70%를 공급하는 블루 스프링을 만날 수 있습니다. 파란 샘물이 얼마나 투명한지 수면 아래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죠. 블루 스프링까지 왕복 3시간 코스로,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지지만 종종 가파른 산길과 습지대를 지나기도 합니다. 뉴질랜드 최대 호수인 타우포 호수는 수려한 경관을 지닌 명소답게 호반을 따라 수많은 트레일이 조성돼 있습니다. 최소 1시간에서 최장 5시간까지, 취향에 따라 목적지를 정하면 되는 데 가장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코스는 호수 동쪽 기슭을 따라 2마일 베이에서 5마일 베이로 이어지는 1시간가량의 트랙입니다. 일렁대는 호수를 바라보며 걷거나 잠시 앉아 피크닉을 즐기기에 더없이 한가로운 길입니다.
남섬은 매서슨 레이크 워크와 블루 레이크, 태즈먼 빙하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뷰 워크가 유명합니다. 매서슨 레이크 워크는 호수 주변으로 나무 데크길이 잘 조성돼 있어 누구나 가볍게 걷기 좋은 코스로, 1시간 30분 남짓 소요됩니다. 빙하가 녹아 조성된 매서슨 호수는 ‘거울 호수’라는 애칭답게, 수면 위로 뉴질랜드 최고봉인 마운트 쿡과 마운트 태즈먼이 고스란히 투영돼 장관을 이룹니다. 특히 수면이 잔잔한 이른 아침과 저물녘은 호수에 비친 반영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죠.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27km 길이의 태즈먼 빙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뷰 워크는 태즈먼 밸리 로드 끝에 위치한 태즈먼 빙하 주차장에서 시작됩니다. 왕복 1시간이 소요되는 비교적 쉬운 코스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블루 레이크와 빙하가 만들어낸 기묘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까지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습니다.

하이킹 초보자를 위한 알프스 트레일

Audio Script

탄성을 자아내는 스위스 자연경관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하이킹입니다. 총 길이 6만5,000km에 달하는 하이킹 코스 가운데 초보자도 무리 없이 알프스를 누빌 수 있는 코스도 적지 않습니다. 그린델발트 인근에서 시작되는 아이거 트레일과 마터호른 주변 호숫가를 걷는 5개 호수 길이 대표적이죠.
아이거 트레일은 알프스 체험판 정도의 난이도를 지니고 있는데요. 6㎞ 코스를 완주하는 데 2시간, 넉넉잡아 3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이거 트레일의 출발지로 가기 위해선 그린델발트에 들러야 합니다. 그린델발트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 자리한 융프라우요흐 길목에 위치한 작은 산악 마을인데요. 그린델발트역에서 기차를 타고 아이거글레처역에 당도하면 비로소 하이킹이 시작됩니다. 융프라우 설산을 등지고 장엄한 산세를 마주 보며 걷는 길은 그야말로 풍경 맛집이나 다름없죠. 짧은 오르막길이 있긴 하지만 나무 한 그루 없는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 길은 대체로 무난한 편입니다.
스위스 남부의 체르마트 주변에는 약 400㎞에 달하는 하이킹 코스가 조성돼 있는데요. 그중 ‘5개 호수 길’은 각양각색의 호수를 지나는 9.3㎞의 하이킹 코스입니다. 특히 제주 올레길 6코스와 ‘우정의 길’을 맺어 우리에겐 더욱 특별한 코스로 느껴지기도 하죠. 하이킹 초보자라면 역시 오르는 코스보다는 산을 따라 내려오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체르마트에서 푸니쿨라와 곤돌라를 이용해 오를 수 있는 로트호른 전망대를 하이킹의 시작점으로 삼으면 됩니다. 가장 먼저 잔잔한 수면 위로 마터호른이 잠겨 있는 슈텔리 호수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침엽수에 둘러싸인 그린디 호수와 청록색 물빛을 머금은 그뤼엔, 빙하가 녹아 불투명한 옥빛의 무지이예, 하이킹의 종점인 레이제 호수까지 수정처럼 빛나는 호수를 차례로 감상하며 하이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매력을 품은 산책로, 파리 vs 밴쿠버

Audio Script

도시의 산책로는 탁 트인 대자연을 거닐 때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산책을 좋아하는, 프로 산책러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파리와 밴쿠버를 빼놓을 수 없죠.
노르스름하게 단풍이 물들어가는 가을이 다가오면 비로소 파리는 고혹적인 프렌치 감성에 젖어듭니다. 여행자가 사랑하는 파리의 산책로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콩코드 광장, 튈르리 정원으로 이어지는 코스.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울창한 플라타너스와 마로니에 나무가 이어지는 2㎞ 남짓의 샹젤리제 거리가 산책의 서막을 알린다면, 우아한 프랑스식 정원의 진수를 보여주는 튈르리 정원은 클라이맥습니다. 샹젤리제 거리의 번잡함이 싫다면 센강을 따라 이어지는 에리반 공원을 추천합니다. 규모는 소박하지만 잔디밭 양옆으로 호젓하게 늘어선 가로수길이 낭만적인 코습니다. 여행자들과 달리 파리지앵이 사랑하는 산책로는 따로 있습니다. 에펠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시뉴섬이 바로 그곳. 에펠탑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비르아켐 다리와 그르넬 다리 사이에 위치한 시뉴섬은 파리 센강의 3개 다리를 가로지르듯 연결한 자그마한 인공 섬입니다. 섬의 총 길이는 고작 890m, 폭은 20m에 불과하지만 벤치에 앉아 고즈넉한 센강과 에펠탑을 동시에 눈에 담을 수 있어 파리지앵들이 즐겨 찾는 곳이죠.
파리의 산책로가 오밀조밀한 매력을 지녔다면, 밴쿠버는 자연 그대로의 꾸밈없는 매력을 자랑합니다. 밴쿠버를 대표하는 산책로이자 자부심으로 통하는 명소는 스탠리 파크. 밴쿠버의 ‘녹색 심장’이라 불리는 스탠리 파크는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중심부와 주변 해안 산책로로 이뤄져 있습니다. 해안 산책로 둘레만도 10km에 달해 가벼운 산책도 좋지만 자전거를 빌려 타고 공원 곳곳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스탠리 파크 외에도 눈부신 모래사장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가 인상적인 키칠래노 비치 파크, 바다와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로키 포인트 파크 역시 밴쿠버 시민들의 산책 코스로 사랑받는 곳입니다. 밴쿠버 특유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도 있는데요. 하늘을 향해 쭉 뻗은 빌딩숲과 새하얀 요트가 그림처럼 어우러진 폴스 크릭을 따라 먹거리와 즐길거리로 가득한 산책로는 차분하면서도 한가로운 도시의 여유에 흠뻑 취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