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OVERSEAS

이야기의 시작

지역 특색과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아낸 브랜드는 오래도록 사랑받아왔다. 방대한 이야기가 시작된 곳으로.

Writer 이지윤

‘킨포크’ 문화의 시작, 미국 포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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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서부에 자리한 작은 도시 포틀랜드의 슬로건은 다소 생소합니다. ‘Keep Portland Weird-포틀랜드를 이상하게 유지하자’ 엉뚱한 듯 보이지만 포틀랜드를 여행하면 이 슬로건이 이해가 됩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나 레스토랑 대신 작지만 개성 있는 로컬 상점과 갤러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도시에는 자유롭고 독창적인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세계적으로 포틀랜드가 유명해진 계기는 잡지 <킨포크> 덕분이었죠. 2011년 포틀랜드에 살고 있던 네이선 윌리엄스와 케이티 설 윌리엄스 부부는 텃밭에서 수확한 재료로 이웃과 함께 요리를 해서 나눠 먹고, 피크닉을 가는 등의 소소한 일상을 서정적인 사진과 글로 담아냈습니다. 잡지에는 화가, 농부, 요리사 등 지역민들의 일상은 물론 자연 친화적이고 여유로운 포틀랜드인들의 삶의 방식을 소개합니다. ‘킨포크족’, ‘킨포크 문화’라는 단어가 지구 반대편인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유행했을 정도니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잡지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했죠.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서점 파웰북스는 대형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도서를 선정해 고객들에게 선보입니다. 개인 창작자들이 만든 책과 매거진, 엽서 등의 창작물은 물론 오르골, 머그컵 같은 기념품도 판매합니다. 포틀랜드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를 구경하고 지역민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파머스 마켓, ‘예술가의 마을’ 앨버타 아트 디스트릭트 등 느림과 여유를 즐기면서 저마다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킨포크 문화를 포틀랜드에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기후가 만들어낸 브랜드, 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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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날씨가 안 좋기로 이름난 영국에서 차와 방수 관련 브랜드가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82%의 영국인이 하루 네다섯잔의 차를 즐기고, 오후 세시에서 여섯시 사이에 즐기는 애프터눈 티는 관광객이 영국에 방문해 꼭 경험해보고 싶은 코스 중 하나입니다. 어디든 축축하고 서늘한 런던에서 온몸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차 한잔의 소중함을 경험한다면 차는 일상의 필수품처럼 여겨집니다.
차 브랜드 중에서도 오랫동안 왕실에 차를 납품하고 있는 ‘포트넘 앤 메이슨’이 대표적입니다. 1707년 윌리엄 포트넘과 휴 메이슨이 설립한 곳으로 피카딜리 거리에 자리한 본점에서 300년 넘게 식료품 및 차를 판매해오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시그너처 컬러인 민트색으로 장식한 매장은 고풍스럽고 우아합니다. 총 6층 건물로 차와 쿠키 등 대표 제품뿐만 아니라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심지어 테이블웨어와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기도 하니 런던에 왔다면 필수로 방문해야 할 장소입니다. 기념품을 구매하기에도 좋고, 영국만의 감성을 경험하기에도 완벽한 곳입니다.
비가 자주 내리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우산을 잘 쓰지 않는 문화 덕분에 우비, 방수 재킷, 장화 브랜드도 다양합니다. 방수가 되는 왁스를 재킷에 입힌 바버, 매일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필요한 장화 헌터 모두 영국 브랜드입니다. 피카딜리 거리에는 포트넘 앤 메이슨, 헌터, 바버 등의 매장은 물론 버버리,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리버티 백화점도 가까워 쇼핑하기 좋습니다.

시대를 뛰어넘는 가구의 탄생, 스위스 바젤&독일 바일 암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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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바젤은 대다수의 여행객들이 ‘비트라’ 투어를 위해 찾는 곳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스위스와 독일의 경계인 독일의 바일 암 라인에 비트라의 철학과 디자인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비트라 캠퍼스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빈티지 수집가 혹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찰스&레이 임스 부부의 라운지 체어, 베르너 판톤의 판톤 체어가 만들어진 스위스 가구 회사가 바로 비트라입니다. 비트라는 소속 디자이너가 없는 가구 회사로, 외부 디자이너들과 협업으로 제품을 만듭니다.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생산은 생산자가 담당해 매번 독창성을 뽐내면서도 기술력을 유지하는 그야말로 최강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죠. 덕분에 생산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의자와 가구는 견고한 내구성을 자랑하며 없어서 구하지 못하는 보물처럼 여겨집니다.
비트라 캠퍼스는 스위스 바젤 시내에서 30여 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독일보다 스위스에서 가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본래 이 자리에 본사와 공장이 있었지만 1981년 큰불이 났었는데요. 텅 비어버린 부지에 공장 대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가구를 생산하며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했던 것처럼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모여 건물을 지은 것이죠. 자하 하디드가 소방서를, 안도 다다오가 콘퍼런스 파빌리온을, 프랭크 게리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을 설계했습니다. 넓은 잔디밭 위에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건축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가구는 물론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비트라 캠퍼스는 꿈의 여행지로 손꼽힙니다. 건축가의 개성이 한껏 발현된 건물 내부에는 비트라의 유산이 조화롭게 진열되어 있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룸처럼 보입니다.

달콤한 초콜릿에 담긴 에피소드, 벨기에 브뤼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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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은 하루면 웬만한 관광지는 다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아담합니다. 작은 도시에 흥미를 불어넣는 건 먹거리. 벨기에인에게는 사이드 메뉴가 아니라 메인으로 사랑받는 벨기에식 감자튀김 프리츠, 고소하고 달콤한 와플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이 중에서도 제일은 단연 벨기에 초콜릿입니다.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작고 예쁜 수제 초콜릿 프랄린은 1857년 세워진 노이하우스에서 1912년 개발했습니다. 노이하우스와 쌍벽을 이루는 또 다른 벨기에 출신 초콜릿 브랜드로는 황금빛 박스에 고급스럽게 담긴 이미지를 만들어낸 고디바가 있습니다. 대표 브랜드 말고도 브뤼셀을 여행하다 보면 수없이 많은 초콜릿 가게를 마주치게 됩니다.
브뤼셀 여행의 중심지 그랑 플라스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말한 곳입니다. 여기에 고디바와 노이하우스 지점이 모두 자리하는데요. 1847년 완공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제일 큰 아케이드 갈르리 로얄 생튀베르는 실내 쇼핑몰 격으로 총 길이 213m에 달하며 양쪽으로 화려한 상점들이 줄을 잇습니다. 수제 모자 가게, 레스토랑, 카페는 물론 100년 넘게 아케이드를 지키고 있는 프랄린 전문점 ‘마리’도 있으니 필수 코스죠.
브뤼셀의 상징이라 해도 좋을 오줌싸개 소년 동상, 화가 르네 마그리트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이 있는 예술의 언덕을 여행할 때도 프랄린 한 조각이면 피로가 금방 사라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