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PEOPLE

윤리적 최소주의자 소일

한 사람의 인생에는 당연하게도 쓰레기가 뒤따른다. 쓰레기 제로는 불가능할지라도 하나라도 줄이는 삶 역시 의미 있음을 5년 차 제로 웨이스터 소일은 말한다.

Editor 이지윤

윤리적 최소주의자 소일 인터뷰

피플

환경보호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친환경 트렌드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줄이고,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움직임은 선명하다. 다 쓴 화장품 용기를 가져가면 할인 쿠폰을 주고, 샐러드를 구매했더니 용기부터 포크까지 모두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종이로 만들었거나 새벽배송 포장재가 종이로 되어 있는 사례도 흔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아침에 마신 생수병, 집을 나서며 착용한 일회용 마스크 포장지, 점심으로 먹은 편의점 도시락 용기와 일회용 젓가락, 간식으로 먹은 과자 봉지 등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두 손 가득 쓰레기가 넘쳐난다.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만드는 삶을 5년째 이어가고 있는 윤리적 최소주의자 소일(김가영)을 만나보니 환경을 생각하는 삶은 짐작만큼 어렵거나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사람과 사회,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인 방향성에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만들기 위해 적게 소유하며 노력하는 사소한 습관들은 스스로 지은 이름 소일의 뜻처럼 ‘아주 하찮고 작은 일’, ‘어떠한 것에 재미를 붙여 심심하지 않게 세월을 보내는 일’일 뿐 거창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재난을 겪으며 결심한 제로 웨이스터의 삶

2011년 일본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하고 있었던 소일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로 도시가 사라지고, 일본인 친구들이 피난물품 세트를 꾸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때 처음으로 삶에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지진은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멀게 느껴졌는데 2016년 9월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났고, 그 여파가 소일 작가의 터전인 경기도 수원까지 전해졌다. 본격적으로 삶의 짐을 줄여야겠다 다짐했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소일이 최근 몇 년 사이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인 최소주의(미니멀리즘)와 제로 웨이스트를 함께 지향하는 이유는 이 둘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면서 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적게 소비해야 하더라고요. 소비되는 과정에서도 쓰레기가 발생하니까요. 적게 소비하려고 하다 보니 꼭 필요한 물건만 사게 돼요. 제로 웨이스트 삶을 위해 미니멀리즘이 필요하고, 미니멀리즘을 하다 보니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가 따라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요.” 5년 전 윤리적 최소주의자를 지향하며 삶에서 1,000개의 물건을 덜어내는 것을 목표로 했고 인터뷰를 진행한 시점에는 85개를 남겨두고 있었다. 옷은 총 29벌, 신발 6켤레, 모자 2개, 장갑 1켤레, 가방은 4개가 남았다. “누군가 지금까지 버리고, 정리했던 물건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떠오르는 게 없더라고요. 떠나보낸 물건이 그만큼 제 삶에서 중요하지 않았다는 거겠죠.” 삶을 비워내기 시작하니 쓰레기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쇼핑 후 무심코 받아 드는 영수증과 비닐 봉지, 분해되는 데 200년은 걸리는 알루미늄 캔, 5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 생수병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도 쓰레기는 자꾸만 생겨났고, 생긴 쓰레기는 지구상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러므로 많은 물건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버려온 우리 모두 그간 만들어온 쓰레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를 살리는 데 일조해야 한다. 내가 유별난 환경주의자여서가 아니다. 이는 명백한 사실일 뿐”이라고 최근 출간한 책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에서 소일은 이야기한다.

일회용품 줄이기부터 시작해보세요

사실 제로 웨이스트라는 말은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단어다. 제로(Zero), 즉 쓰레기가 ‘0’인 상황은 불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주도한 비 존슨의 가족 역시 1년에 지름, 높이 10cm 크기의 병에 채울 정도로 적지만 결론적으로 쓰레기를 배출하며 산다. 소일은 “완전히 0은 아니더라도 작은 시도라도 우선 해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말한다. 일회용품 쓰지 않기, 플라스틱 대신 천연 소재 사용하기,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해서 오래오래 고쳐 쓰기,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적은 방법 선택하기의 4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생활 속에서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이미 일상을 지배하는 습관으로 가득 찬 삶, “모두 습관이 되면 의외로 재밌다”는 말에서 진심이 묻어난다. 매달 버려지는 일회용 월경대 대신 월경컵 사용, 샴푸와 치약 대신 머리를 감을 때는 구연산과 식초, 양치질을 할 때는 더 꼼꼼한 칫솔질과 스테인리스 혀 클리너로 치약을 대체했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면 따라오는 내용물보다 거대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텃밭에서 야채를 길러서 먹는 자급자족, 직거래, 배달 음식 대신 직접 요리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방식을 선택했다. 공정무역 커피, 친환경 국내산 먹거리를 선택하는 것도 생산 공정에서도 최대한 환경 오염이 적은, 윤리적 제품을 선택하고 싶은 원칙 때문이다. “가장 쉬웠던 습관은 손수건을 갖고 다니는 거였어요. 휴지 대신, 때로는 비닐봉지 대신 쓸 수 있는 손수건은 만능이거든요. 들고 다니는 걸 자꾸 잊어버려서 외투 주머니마다 손수건을 넣어뒀더니 한결 나아지더라고요. 가장 어려웠던 건 소비 디톡스였어요. 아무리 물건을 비우고, 정리해도 소비를 하면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따라와서 생필품을 제외하고 한 달은 소비하고, 두 달은 소비를 하지 않기로 정했어요.” 소비하는 달을 정해두면 우선 스트레스를 소비로 풀려는 충동구매, 이른바 홧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사고 싶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소비하는 달을 기다리다가 나중에 확인하면 사고 싶은 마음이 말끔하게 사라진다고. “5년 가까이 제로 웨이스터로 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목표치를 세우지 않고, 완벽을 추구하지 않았던 거예요. 거창한 목표 대신 최대한 노력해보고 실패하면 내일 또 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어요.” 많은 이가 환경보호를 위해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1을 줄이고, 친구도 1, 전 세계 사람들이 1을 줄이면 지구적 차원에서는 100분의 1, 1,000분의 1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소일의 목표이자 논리다. 마지막으로 이제 막 친환경과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은 가장 먼저 어떤 것을 시도해보면 좋을지 물었다. “일회용품 줄이기를 해보는 게 어떨까요?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내가 하루 동안, 일주일 동안 얼마만큼의 쓰레기를 만들어내는지 한번 모아보세요. 일회용 젓가락이나 카페에서 받아오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얼마나 많은지 등등 내 상황과 소비 패턴을 알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확실히 보이거든요.” 쓰레기 없는 삶에는 부지런함이 필수다. 카페에서 주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휴지 대신 손수건,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 등 직접 챙겨야 할 준비물이 꽤 많다. 수고롭고 귀찮은 일도 “하다 보면 재밌어진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소소하고 작은 일도 분명 의미가 있다”는 5년 차 제로 웨이스터의 증언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는다면 분명 지구는 후손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터전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