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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사랑한 예술가

예측할 수 없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대상이 되었다.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그리기 위해, 피서를 즐기는 여유로운 해변을 포착하러 예술가들은 그렇게 바다로 향했다.

Editor 이지윤

빛을 쫓은 화가 클로드 모네

클로드 모네의 그림에는 물이 자주 등장한다. 때로는 파도치는 바다가, 때로는 연꽃이 가득한 연못이 그 대상이 되곤 했다. 모네는 평생 햇빛과 그림자, 바람, 계절에 따라 바뀌는 풍경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그에게 단 한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바다는 영감의 시작이자 끊임없이 캔버스에 그리고 싶은 주제였다. 모네는 파리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노르망디 항구도시 르아브르로 이주했다. 바다를 곁에 두고 살아왔기에 모네에게 바다는 그 어떤 대상보다 친숙했다. 동네에서 만난 모네의 스승이자 선배인 화가 외젠 부댕을 따라 해변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같은 풍경이지만 둘의 그림은 확연히 달랐다. 하나의 색으로 표현할 수 없는 바다와 각자가 느낀 감정, 개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스무 살이 되어 파리로 가 전통적인 그림 수업을 받았지만 특별히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인정받지도 못했다. 결국 고향 르아브르로 돌아왔다. 그리고 1872년 ‘인상, 해돋이’를 완성했다. 동료 화가들과 함께 개최한 전시회에서 모네의 그림에는 ‘붓 터치가 그대로 남아 있어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 ‘단순히 인상의 효과만 표현했다’는 혹평이 줄을 이었다. 덕분에 훗날 ‘인상파’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인상파 화가 모네의 시작이다. 모네는 바다를 그린 그림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부와 명예도 얻을 수 있었다. 말년에 자신이 정성껏 가꾼 정원의 연못과 수련에 집착해 새로운 연대기를 쓸 수 있었던 것도 그 시작에 바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찬란한 바다와 사랑스러운 사람들, 호아킨 소로야

‘바다의 화가’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호아킨 소로야는 20세기 초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다. 이 시기 스페인에는 프란시스코 고야, 파블로 피카소 등 이름난 화가들이 많아 호아킨 소로야는 당시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소로야의 전시가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열리며 재평가되고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태어난 소로야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다. 정부 지원을 받아 유학을 간 로마에서 르네상스 미술을, 프랑스에서 인상주의를 경험하고 큰 감명을 받았다. 소로야가 호평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됐던 작품은 바로 바다를 배경으로 소아마비에 걸린 아이들을 그린 ‘슬픈 유전’이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이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가로서 명성은 더욱 높아졌고 작품 의뢰가 쏟아져 들어왔다. 30대 중반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로서 수없이 많은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바쁜 와중에도 다정하고 가정적이었던 가장이자 아버지였던 소로야는 틈틈이 고향인 발렌시아 바닷가를 찾아 사랑하는 아내와 세 명의 자녀를 그림에 담아냈다. 지중해 해안의 뜨거운 햇살 아래 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해변을 걷는 아내와 큰딸의 나부끼는 옷, 투명하게 비치는 바닷속과 물에 젖은 옷가지 등 역동적인 모습과 동시에 섬세한 표현은 초상화 화가로서도 인기가 많았던 소로야의 다재다능한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저는 언제나 발렌시아로 돌아갈 생각만 합니다. 그 해변으로 가 그림을 그릴 생각만 합니다. 발렌시아 해변이 바로 그림입니다.” 소로야의 따뜻한 시선 끝에는 늘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 발렌시아가 있었다. 소로야는 그림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전업 화가로 최선을 다했고 과로한 탓에 결국 뇌졸중으로 쓰러져 1923년 세상을 떠났다. 스페인에 있는 소로야 미술관에서 그의 작업실을 재현해놓았다. 방 안에는 그림이 가득해 소로야 팬이라면 누구나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힌다.

감상적인 휴일을 기록한 포토그래퍼 요시고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팬데믹으로 자유로운 휴가도 포기한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포토그래퍼 요시고의 사진은 잊고 있던 기억 속 휴일의 여유를 선물한다.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지금은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해변과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요시고의 본명은 호세 세라노(Jose Serrano)로 <킨포크>, 비트라, 잭 다니엘 등 글로벌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전도유망한 스페인 출신 사진가다. 유럽의 휴양지부터 마이애미, 두바이, 부다페스트 등 세계 여러 여행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Kresala’, ‘Animal Turista’ 시리즈는 눈부신 바다와 해수욕을 즐기는 휴양지의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록달록한 파라솔과 비치 타월, 에메랄드빛 바다와 모래사장의 분명한 경계, 파도 없이 투명하게 맑은 바다의 여러 가지 색감 등은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처럼 모던한 동시에, 호아킨 소로야의 작품처럼 따뜻한 감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 작품에 그래픽디자인 요소를 더해 독특한 방식으로 자기만의 독창적인 색감을 창조해냈으며,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특유의 낭만을 녹여냈다. 무심코 스쳐 보낸 일상에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가치와 미적 요소를 발견하는 일이 그의 특기다. “사진 찍기 가장 좋은 조건은 아마도 평범한 일상적인 상황”이라고 말하는 요시고는 어릴 적 바다가 아름다운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서 자라 익숙한 바다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여기에 여행과 휴가라는 주제에 매료되어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 누구에게나 그리운 휴일의 기록을 소환하는 힘이 있는 요시고의 작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6월 23일부터 12월 5일까지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이 열린다. 세계 여행지를 기록한 350여 점의 사진을 건축, 다큐멘터리, 풍경 세 가지 섹션으로 구분해 선보일 예정이다. 바다를 포착하는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빛’을 다룬 세밀한 작업부터 스케일이 큰 사진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