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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콜라티에 장가영

초콜릿도 요리처럼 얼마든지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아도르의 쇼콜라티에 장가영을 만나 그 방법을 들었다.

Editor 장새론여름
Photographer 최충식

쇼콜라티에 장가영 인터뷰

사랑으로 채운 초콜릿, 쇼콜라티에 장가영

그윽한 눈빛을 꼭 사랑하는 이에게만 발산하라는 법은 없다. 자기애와 같은 충만감도 은밀한 시선으로 표출될 때가 있다. 입안이 즐거울 때, 그 흥은 입가의 씰룩임으로, 광대의 승천으로 뻗어 나가고, 눈썹까지 수직상승시킨다. 그러고도 넘치는 흥은 감미로운 눈빛으로 흘러나온다. 초콜릿을 혀로 굴리는 모습을 슬로모션으로 보면 대체로 이렇지 않을까. 또 다른 예로, 쇼콜라티에 장가영이 초콜릿을 소개할 때가 있겠다. 카메라 앞에서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초콜릿을 향한 애정을 표현할 때만큼은 그렇게 신나고 즐거워 보일 수 없었다. 장가영은 초콜릿 브랜드 아도르(ADORE)를 선보인다. 

아도르는 ‘사랑스러운’ 그리고 ‘아주 좋아한다’는 의미의 프랑스어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마음 그대로를 담은 이름이다. 일을 여가처럼 즐기기가 어디 쉬운가. 직접 만든 요리를 맛있게 즐기기도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장가영은 이 둘 모두에 해당한다. 기계적으로 메뉴를 창작하다가도 초콜릿을 완성할 때마다 맛있게 맛본다. 하루 네다섯 개는 기본으로 먹으면서도, 퇴근할 때 한두 조각을 꼭 집에 챙겨 가 저녁 식후 디저트로 먹는다. 손가락을 접어가며 하루 섭취량을 세던 장가영은 “줄여야 하는데…”라고 낮게 읊조린다. 머쓱한 표정에서 새삼스럽다는 뒷말이 읽힌다.

“한 입 크기의 초콜릿 봉봉을 시그너처 메뉴로 만들고 있어요. 로고가 보이지 않아도, 초콜릿만으로 아도르를 알아볼 수 있도록 물방울 모양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초콜릿을 제외한 대부분 재료는 무농약 재배한 채소와 계절 과일 등을 활용하고 있어요.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엉킨 실타래를 야무지게 풀어내는 손끝처럼 장가영의 미각은 음식 맛을 여러 갈래로 풀어서 느낀다. 와인에서 연필심 맛을 감지해내는 소믈리에와 다르지 않다. 

원산지별 카카오의 차이는 당연히 구분해내고, 온습도에 따른 완성품의 질감까지 캐치해낸다. 초콜릿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음식을 그렇게 느끼고, 매칭한다. 집에서 대대로 만들던 재래식 간장도 장가영의 레이더에 걸려들었다. 구수하면서도 쿰쿰한 간장의 “갈색 느낌 향”은 베네수엘라산 카카오의 감초 맛과 잘 어우러진다. ‘이게 간장이다’라고 단박에 알아차릴 정도는 아니지만, 미묘한 단짠의 조화가 느껴진다. 반면 레몬말차는 맛과 향이 밤하늘 오색 폭죽처럼 터진다. “이건 레몬이고, 다음은 말차야, 서로 다르지만 천생연분처럼 잘 어울려.” 직관적으로 설명되는 맛이다. 이토록 또렷한 맛은 역시 재료가 신선해서이고, 딱 필요한 만큼만 가공해서다. “간장은 메주를 띄워서 직접 담그고 있어요. 허브는 남양주의 농장에서 수확해 오는 것과 집에서 직접 재배하는 것들을 적절히 활용하고요. 화이트 초콜릿부터 다크 초콜릿, 원산지별 초콜릿에 따라 절묘하게 어울리는 맛이 다 달라요. 미묘한 맛과 향을 조합하는 게 관건이지요.” 맛있다는, 그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감각을 이끌어내기까지 얼마나 구체적인 과정이 필요한지 모른다. 

병원 수술실 정도는 돼야 아도르의 주방만큼 깔끔할 것 같다. 초콜릿 공정 하나에 소독 한 번이 한 세트다. 조리대는 매일 100번은 더 알코올로 닦는다. 정리 정돈도 엄격하게 하고, 온습도 역시 매일 똑같이 유지한다. 벙커 같은 주방은 온도 21℃, 습도 50%를 벗어나지 않는다. “초콜릿은 가열하는 과정이 없어요. 빵은 170~180℃ 가열해서 구워내는데, 초콜릿은 최고 온도가 74℃를 넘지 않아요. 위생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요. 하루에 거의 100번 이상은 소독하는 것 같습니다. 출근하고 퇴근할 때는 물론 공정 하나 마무리할 때마다, 밥 먹은 뒤 등등 수시로 쓸고 닦지요. 초콜릿의 가열점이 너무 낮다 보니 무엇보다 신경 쓰는 점이 위생이에요.” 11년 차 쇼콜라티에도 초콜릿 만드는 일이 어려울 때가 많다. 

그저 좋아하는 맛을 원하는 대로 표현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참 까다롭다. 새로운 기법도 나날이 개발되는 터라 계속 공부해야 할 분야이기도 하다. 손 마를 새 없이 소독하고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일상이지만, 그래도 행복한 순간은 역시 내가 만든 초콜릿이 맛있을 때다. “개인적으로 따뜻한 차와 함께 먹을 때 초콜릿 맛을 가장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향이 진한 가향차보다는 보이차나 루이보스차처럼 조금 가벼운 차 정도가 좋고요. 또 하나, 따뜻한 청주와 초콜릿의 조합은 정말 훌륭합니다.” 미간이 활짝 펴진 얼굴이, 다섯 살 조카가 딸기를 베어 물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맛있을 때 모두의 얼굴이 이럴 것이다. 별것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소중한 일상의 한순간이, 이렇게 초콜릿 덕분에 얻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