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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돈

현금은 시대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를 가상화폐가 메우며 ‘무현금 시대’의 막을 활짝 열었다.

경제는 돈의 흐름이 결정한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의 돈은 어떤 형태를 띠게 될까. 또 현금은 어떻게 될까. 이런 궁금증은 매우 당연하다. 돈의 미래를 통해 내일의 경제 형태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와 미래

2017년 겨울은 유난히 뜨거웠다. 세계가 가상화폐 열풍으로 들끓었다. 보통 사람들도 가상화폐니 블록체인이니 하는 난해한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다. 금방이라도 세상의 돈이 가상화폐로 바뀌는 듯했다. 모든 거래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로 이뤄질 듯 떠들썩했다.
그리고 불과 1년, 가상화폐는 어느새 잊힌 아니 잊고 싶은 단어가 되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가상화폐 가격은 지난해에만 연초 대비 90%가량 폭락했다. 가상화폐가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 기대했던 소망은 물거품이 됐다. 역사는 반복된다. 기이하게 폭등한 자산은 언젠간 붕괴한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거품은 언젠간 꺼진다는 역사적 교훈에 예외는 없었다. 그렇다고 가상화폐의 뜨거움이 가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소한 거품의 위험성을 알려줬고 미래 화폐가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를 그려줬기 때문이다.

현금과의 전쟁

현금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편리성 때문에 현금을 멀리하는 반면 그것의 익명성을 사랑해 그 뒤를 졸졸 쫓는다. 한쪽에서는 현금이 천덕꾸러기가 되어가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여전히 금고에 고이 보관해야 할 귀중품이다.
대세는 어떨까. 세계는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든 현금 없는 사회 즉 ‘무현금 사회’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 신용카드에 이어 제로페이와 같은 각종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현금을 몰아내고 있다. 짜장면 한 그릇, 커피 한 잔도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심지어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는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현금 없는 매장을 전체 매장의 30%까지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무현금 사회’를 만들려는 이유

오늘의 경제는 은행에 예속되어 있다. 은행이 활동을 멈추면 경제 시스템은 일시에 붕괴한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가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현금을 없애야 한다. 무현금 사회가 되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원하는 방식대로 통화정책을 시도할 수 있다. 또 무현금 사회가 되면 지하경제나 세금 탈루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져 누구도 완벽하게 돈을 숨기거나 거래 내용을 은폐할 수 없다. 모든 거래는 디지털화되어 보관된다. 때문에 단돈 1원이라도 숨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국가는 투명한 거래를 통해 세금을 원하는 만큼 거둘 수 있다.

가상화폐의 반격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돈은 법화다. 가상화폐란 정부가 발행하지 않는 디지털 화폐를 말한다. 법적 권리가 인정되는 ‘법화’가 아니며 동시에 물리적 형태를 갖지 않는 그야말로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돈을 말한다. 가상화폐도 무현금 사회를 꿈꾸지만 그 방식과 이유는 기존 은행과 정부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일부에서는 가상화폐가 법화를 대체할 거라 믿지만 이는 커다란 착각이다. 국가가 발권력, 즉 돈을 찍어내는 힘을 포기하는 순간 국가는 망한다. 

편리성, 투명성, 통화정책의 가용성 등의 이유로 화폐는 디지털화될 것이다. 그에 따라 물리적 현금이 사라지는 시대는 멀지 않았다. 현금의 감촉, 냄새 등은 추억이 될 것이다. 현금의 장점 역시 역사 속으로 저물게 될 것이다. 우린 이미 디지털 화폐 세상에 살고 있다. 다만 그로 인한 ‘빅 브라더’ 세상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거래가 디지털화된다면 우리의 24시간이 백일하에 드러날지 모른다. 편리함에는 불편한 대가가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