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STORY

JUL-AUG 2020

신비로운 이끌림

두려우면서도 궁금하고 으스스하면서도 짜릿하다. 마치 밀당하듯 관심을 잡아당기는 미스터리, 그 원리는 무엇일까.

Editor 장새론여름
Reference <미스터리 심리학>(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호기심의 두 얼굴>(수전 엥겔 지음, 더퀘스트 펴냄), <위험한 호기심>(알렉스 보즈 지음, 한겨레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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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을 일깨우다

미스터리는 원초적 본능을 자극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미래의 위협에 대처하려는 방어기제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심까지 발휘된다. 인류가 동물과 다른 점은, 이런 본능적 자극을 관조하며 즐긴다는 점이다. 스릴러물을 보거나 공포 체험을 하거나, 마술쇼를 관람하는 식으로 두려움과 그 상황을 즐긴다. 신체 반응은 자극의 정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놀랍거나 두려울 땐 환한 곳이라도 동공이 벌어진다. 입가에 힘이 들어가고 목젖과 기도 사이에 압박감이 온다. 숨이 가빠지면서 어깨와 등도 잔뜩 굳는다. 이성보다 동물적 감각이 먼저 움직인다. 가상이든 현실이든 위협이 감지되면 일단 논리적 사고는 배제된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위험을 감지하도록 털이 곤두서고 콧구멍이 벌렁인다. 귀 위쪽 부위 편도체, 이마 부근 전두엽, 뇌 깊숙한 곳의 해마가 빛의 속도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만일의 경우 재빨리 튈 수 있도록 허벅지 근육에 피를 보내는 한편 당장 쓸모가 없는 소화기관을 잠시 억제하기도 한다. 그렇게 모호한 상황에서 잔뜩 긴장하다가 안정적이고 실존하는 현실에 발 디뎠을 때, 그 안도감이란. ‘휴’ 하고 한숨을 내뱉으며 후련함을 만끽하는 일도 인간만이 느끼는 묘미 아닐까. 덴마크 오르후스대 매티아스 클라센 교수 연구진은 공포물 마니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들은 개방적이고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결론지었다. 공포물을 즐기는 건 스스로 공포물에 대한 지배력을 갖기 위한 행위와 같다고도 밝혔다. 동물이 새끼 시절 서로 물고 뜯으며 천적으로부터 방어하는 법을 배우듯 사람 역시 숨바꼭질 같은 놀이를 통해 천적으로부터 피하는 능력을 기른다. 마찬가지로 공포 상황을 놀이처럼 즐기며 두려움을 딛고 생존하는 법을 깨우친다는 논리다.

공포심보다 호기심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구심이 유독 강한 사람들이 있다. ‘무섭다’보다 ‘궁금하다’에 더 집중한 사람들, 가령 과학자나 의사, 그 밖에 미스터리를 좇는 이들이다. 개개인을 놓고 보면 특이하다거나 미쳤다고 판단할 법도 하다. 흔히 징그럽다고 여기는 일을 호기심의 대상으로 여기는 게 어디 평범한 일이겠는가. 분명한 건 이들의 호기심과 집념 덕분에 의학과 과학이 발달해왔다는 점이다. 영혼의 무게를 잴 수 있으리라는 믿음, 전기로 송장을 움직이게 해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겠다는 포부, 수술용 여벌 장기를 만들어내겠다는 목표가 미스터리 호러물에서 볼 법한 실험을 탄생시켰다. 이 중 마지막 목표, 수술용 여벌 장기 제작을 꿈꾼 러시아(구소련) 의학자 블라디미르 데미호프는 그 과정에서 머리 둘 달린 개를 탄생시킨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는 강아지의 머리부터 앞다리까지 상체를 잘라 셰퍼드의 목덜미에 이식했다. 강아지를 목에 두른 듯한 생명체가 무려 스무 마리가량 만들어졌다. 머리 둘 달린 개들은 각자 입맛이 달랐고 시각과 청각, 후각도 각각 활용했다. 동물들은 최대 29일간 생존하며 데미호프의 연구 대상이 되었고, 데미호프는 이 실험을 바탕으로 의학계에서 장기 이식술의 기반을 닦은 인물로 인정받는다. 다만 이 기이한 동물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한 내용은 별달리 기록돼 있지 않다.

초자연적 능력 vs 심리 게임

영매와 심령술사의 주장, 초자연적 능력에 대한 실험은 한 세기가 넘도록 수없이 이루어졌지만 그 능력의 실체는 막연하다. 1980년대 초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심리학자 헨드릭 부렌캄프와 시보 스호우텐은 심령술사의 능력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네덜란드에서 인지도가 높은 심령술사 12명을 방문해, 특정 인물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에 대한 정보를 알려달라고 했다. 심령술사의 대조군으로 일반인, 즉 스스로 초자연적 능력이 없다고 여기는 임의의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사진 속 인물의 정보를 물었다. 연구자들은 5년간 심령술사와 일반인으로부터 1만 건 이상의 진술을 받아 분석했다. 그리고, 심령술사의 불가사의한 능력이 일반인의 추측과 다를 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독심술이나 영매술의 성공이 그저 우연이라는 판단이다. 하나 기이하게도 사진 속 인물 중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은 심령술사의 점이 정확하다고 믿었다. ‘믿을 사람은 믿는다’라는 근거가 심령술을 이어오게 한 건 아닐까. 심령술사들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심리적 최면을 부린다. 상대에 대한 칭찬, 선택적 기억 효과 등을 활용하며 ‘콜드 리딩(Cold Reading)’, 즉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의 속마음을 간파하는 기술을 발휘한다. 심령술사는 상대가 전하는 단어를 바탕으로 상황을 추측하고, 고객은 무의미한 이야기 사이에서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맞장구를 친다. 언어의 호수 속에서 각자 이해관계에 맞는 단어를 낚아 그럴싸하게 맞추는 셈이다. 미스터리는 정보로 엮어낸 거대한 이야기 세계다. 심리학은 물론 경영학, 회계학, 사회학 등에서 두루 언급되는 각종 술수와 효과가 발휘된다. 두려움과 안도감을 오가는 짜릿함이 묘미다. 이 환상적인 세계를 감히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인간의 뇌가 상상 이상으로 경이롭다는 사실이다. 이야기를 짓고 믿고 즐기는 동물은 아직까지 인간밖에 없다고 믿는다. 외계인이나 초사이언을 만난다면 생각이 또 달라질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