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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DEC 2020

시공간을 넘나드는 집 안의 기술

스마트홈 기술에 기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조명을 끌 수 있다. 침대에 누워서도, 거실에 앉아서도.

Editor 장새론여름

트랜드

한때 인기를 모았던 양문형 냉장고 대부분은 한쪽 문에 스크린이 장착돼 있었다. 혁신적이고 미래적인 기능이었다. 신제품이라면 어김없이 터치스크린이 있었고, 라디오 기능부터 온도 조절 기능까지 내장됐다. 터치스크린 냉장고는 오늘날까지 꾸준히 출시되며 조작 기능도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요즘은 온도 조절은 물론 냉동고와 냉장고를 바꿀 수도 있고 음악 감상, 레시피 검색, 메모까지 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 냉장고가 스테디셀링 아이템으로 출시되는 한편, 표면에 아무것도 없는 냉장고가 등장해 가벼운 반향을 일으켰다. 외관만 보면 기술이 퇴보했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데, 매끈하고 유려한 디자인과 보이지 않는 기능 덕분에 또 한번 ‘혁신적’, ‘미래적’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기존 터치스크린의 기능을 스마트 기기로 옮긴 덕분이다. 문이 열려 있는 등 문제가 생기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격으로 알려주고, 에너지 사용량까지 측정해준다. 기존 터치스크린으로 하던 온도 조절과 기능 설정 역시 앱으로 다 할 수 있다. 냉장고뿐 아니라 최근 출시되는 거의 대부분의 생활가전이 스마트홈 시스템으로 연결된다. 에어컨과 세탁기, 청소기, 심지어 도어록까지 아우른다. 스마트폰을 통해 손가락으로 톡톡 가전 기기를 조종하는 한편 원격조정을 통해 집 밖에서도 켜고 끄고, 나아가 스마트 스피커를 이용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음성으로 기기를 설정한다. 스마트홈 기술 덕분에 우리는 그야말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시대를 사는 셈이다.

손가락으로 톡톡 켜고, 말 걸어 끄고

스마트홈은 두 발을 자유롭게 한다. 주방에서 안방의 불을 켜고 끌 수 있고, 침실에 누워 거실의 청소기를 작동할 수 있다. 여러 가전 기기 중에서도 조명은 스마트홈을 가장 자주, 익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하루에도 몇 번씩 켜고 끄는 조명을 스마트 기기의 앱으로 원격조정할 수 있다. 현재 출시된 스마트 조명, 필립스 휴 시리즈의 몇몇 제품은 노란빛부터 흰빛까지, 밝은 빛부터 어두운 빛까지 주먹만 한 조명 하나로 다 낸다. 또 소형 스마트홈 플랫폼 헤이홈에서는 기존 조명은 그대로 둔 채 벽면 스위치만을 바꿔 스마트 조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 조명과 같은 스마트홈 아이템은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만들어진다. 물건에 센서와 네트워크 기술 등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사물인터넷 기술은 2000년 무렵 등장해 반도체의 소형화, 무선통신 기술의 저전력화에 힘입어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홈만 해도 가전부터 가구, 인테리어까지 집 안의 거의 모든 물건을 앱과 음성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한다. 일례로 굴지의 국내 가전 기업은 각각 스마트홈 앱을 운영한다. LG 씽큐(ThinkQ)와 삼성 스마트싱스(SmartThins)다. 각 애플리케이션을 가전제품과 연동해 조작할 수 있다. 냉장고는 물론 세탁기와 건조기, 정수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청소기까지 거의 모든 가전을 아우른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에어컨의 경우 필터 교체 시기를 알려주기도 한다. 집 안 가전과 연관 있는 생활 전반을 케어해주는 셈이다. 가전에서 나아가 가구 및 인테리어 분야 역시 스마트홈의 한 축을 이룬다. 조명 켜듯 터치 한 번으로 펼치는 전동 커튼과 블라인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예약 설정 기능으로 자동으로 여닫는 제품도 출시돼 있다. 척추 건강에 중요한 의자 역시 IoT와 만났다. 시트에 연결된 압력 감지 센서를 통해 앉은 상태와 습관, 시간을 파악해 건강까지 케어해준다. 화장실마저도 스마트홈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거울에 IoT를 접목한 사례가 대표적. 터치 패널을 부착한 스마트 거울은 마치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처럼 날씨, 뉴스, 일정 등을 설정할 수 있으며, 움직임을 감지해 디스플레이는 자동으로 켜고 꺼진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 전동 칫솔은 양치하는 시간부터 치아를 구석구석 잘 닦았는지 스마트폰 앱으로 알려준다. 조명부터 습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센서도 출시돼 있다. 스마트 스피커 역시 스마트홈 라이프를 한결 편리하게 한다. “00야, 불 좀 꺼줘”, “00야, 잔잔한 음악 틀어줘”처럼 목소리를 이용해 물건을 조종할 수 있다. 날씨를 묻거나 일정을 관리하거나, 스마트폰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기능도 스마트 스피커에 탑재돼 있다. 스마트 스피커 분야에는 가전 기업은 물론 통신사, IT 기업까지 진출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홈으로는 구글홈, LG ThinkQ 허브, 카카오 미니, 네이버 클로바 등이 있다. 가전·가구 전시관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집에는 여러 브랜드의 제품이 모여 있게 마련이다. 스피커의 개별 기능보다는 얼마나 많은 물건을 통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스마트 스피커의 경쟁력이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통신사와 가전 기업이 손을 잡거나 IT 기업과 통신사가 결합하는 등 호환성을 염두에 둔 협업이 두드러진다.

기대할 수밖에 없는 미래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만큼 반짝 등장했다 사라진 스마트홈 아이템도 많다. 개발 단계에서 물거품이 된 제품도 수두룩하다. 표정을 읽고 반응하는 거울, 얼굴 인식 도어록, 태양광 발전 기능을 하는 블라인드 등 수많은 아이디어가 지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 접목하기까지는 기술 개발부터 보급까지 멀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2016년경에는 한 가구 브랜드와 통신사가 협업해 스마트 거울을 선보였다. 사용자의 피부 상태를 측정해주는 화장대다. 거울 안쪽에 고해상도 카메라를 설치해 피부를 관찰하고, 모공과 주름, 피부결, 잡티 등 케어할 부분을 파악해 피부과 전문의의 조언, 스킨케어 방법, 화장품 정보를 제공했다. 혁신적인 제품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실적 부진으로 판매는 이내 중단됐다. 일반 화장대에 비해 가격은 5배 높은 데 비해 실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1월 국내 한 스타트업은 앞서 소개한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형태의 스마트 거울로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 2020에서 ‘CES 혁신상’을 받았다. 피부 분석과 메이크업 제안 기능을 갖췄고,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 하이엔드 오디오 기업 하만카돈의 오디오 시스템까지 탑재했다. 해당 기업은 수상 후 1년여간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준비한 뒤, 지난 9월 정식 제품을 선보였다. 2021년 1월 본격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4월 무렵 소비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기대가 된다. 스마트홈은 분명 앞날이 창창한 분야다. 내일을 더 기다리게 하는 키워드가 곧 스마트홈이다. 스마트 스피커만 해도 스크린을 장착한 제품, 음질을 강조한 제품,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하게 출시되면서 시장의 혹평과 호평 아래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는 중이다. 사실상 지나온 길보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 기대된다. 아마존 에코, 즉 세계 최초 스마트 스피커가 출시된 지 이제 겨우 6년째다. 스마트홈 시스템 자체가 어리고 젊은 분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