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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친환경 챌린지 중

필환경 시대에는 우리 모두가 환경운동가다.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고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챙겨 외출하고 지구를 생각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을 고르는 일상이 곧 환경운동이기에 그렇다.

Editor 조정화

언제부터인가 일상에서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게 된 스스로를 발견했다. 누군가의 지시나 호소에 의했다기보다는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태평양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한 쓰레기 섬, 돈을 벌기 위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했지만 처리하는 속도보다 버리는 속도가 더 빨라 곳곳에 산처럼 쌓인 플라스틱들 사이에서 사는 어느 가족, 코에 빨대가 꽂힌 채 피를 흘리는 거북이에 대해 알게 되면서 마음이 술렁였다. 재활용 업체에서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는 대란이 일어나 당장 눈앞의 쓰레기 처리를 걱정하게 되고,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음에도 따뜻한 겨울 날씨에 성급하게 싹 틔운 나무를 보게 되고,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과 30일 이상 이어진 폭염을 겪게 되면서 절로 몸이 움직였다. 그제야 수십 개의 플라스틱 칫솔 사이 놓인 하나뿐인 대나무 칫솔이 눈에 들어왔다. 번거로워도 페트병 라벨을 분리하고, 배달 음식을 시킬 때는 일회용 수저 및 포크 사용을 거절하는 난에 체크했다.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제로 웨이스트,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플라스틱 프리 등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SNS나 유튜브를 유심히 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는 ‘필환경 시대’를 그해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으며,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충분히 고려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현상’을 뜻하는 착한 소비가 대세로 떠올랐다.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분명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었다. 다만 이전의 환경운동과 차이가 있다면 더는 환경운동가나 생태 전문가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 필환경 시대에는 지구에 발 딛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하는 불가결한 삶의 태도라는 사실이었다.

시작은 SNS 친환경 챌린지

필환경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단연 SNS다. 다른 사람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릴레이 방식의 캠페인을 펼치거나 자신의 친환경 실천을 기록하고 인증하는 수단으로 SNS가 활용되었다. 국내에서는 특히 2018년 11월 국제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과 제주도 렌터카 실시간 가격 비교 사이트를 운영하는 제주패스가 공동 기획한 ‘No More Plastic Islands’ 캠페인, 일명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가 화제를 모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보유한 텀블러를 인증하는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를 달고 캠페인에 동참할 사람 2명을 지목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일반 시민은 물론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 인사의 참여로까지 이어지면서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졌다. 첫 번째 게시물을 올린 지 불과 한 달 만에 처음 목표로 삼았던 1만 명을 돌파했으며, 목표를 상향 조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제주패스에서는 애초의 계획대로 피드 하나당 1,000원씩 적립해 기념 텀블러를 제작하고 판매 수익금을 세계자연기금에 기부하는 것으로 캠페인을 종료했다. 하지만 SNS 속 친환경 챌린지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자체와 공공 기관, 기업 차원의 챌린지를 통한 친환경 선언이 이어졌고, 개개인의 생활 속 친환경 실천과 인증도 계속되었다. 지난해부터는 배우 류준열이 그린피스와 함께 시작한 ‘용기내 챌린지’가 SNS를 타고 알음알음 확산하는 모양새다. 마트나 식당에 갈 때 집에서 쓰는 다회용 용기를 챙겨 포장에 쓰이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의 운동으로, 용기(容器)를 내기 위해 용기(勇氣)를 내야 할 만큼 제법 난도가 있다. 때문에 이전의 챌린지들과 달리 폭발적인 수의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필요성을 인식한 이들이 각자의 경험담과 요령을 공유하며 새로운 친환경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SNS 친환경 챌린지의 좋은 점은 쉽고 간편한 것 그 이상이다. 소소하여 잊기 쉬운 생활 속 친환경 실천들을 앨범처럼 기록으로 남길 수 있고,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면 환경을 생각하는 이웃과 동료를 쉽게 만날 수 있으며, 나아가 친환경 챌린지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라는 것도 두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뜻을 같이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다시 또 친환경 챌린지를 이어가는 힘이 됨은 자명하다.

환경을 위하는 목소리

SNS 친환경 챌린지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꾸었다. 사람들은 환경을 중요한 삶의 가치로 삼으며 미닝아웃(Meaning-out)을 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정의로운 예민함으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화이트 불편러를 자청했다. 과도한 택배 포장,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아이스팩, 재활용이 어려운 컬러 페트병과 떼기 힘든 라벨 스티커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다소 값이 비싸더라도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과 브랜드의 제품을 사는 착한 소비로 친환경 행보에 힘을 실었다. 실제 모바일 설문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에서 조사한 ‘Z세대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나는 착한 소비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항에 51.5%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2021 트렌드 모니터>에서는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 의식과 관련해 ‘이제는 나(고객)의 편의보다 환경을 위해 번거로움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78.8%로 나타나 달라진 소비자의 인식을 확인시켜주었다. 비닐 테이프와 에어캡은 종이 테이프와 충진재로, 형형색색의 페트병은 투명 페트병으로 바뀌었다. 재활용도 안 되고 썩지도 않는 아이스팩 대신 얼린 500ml 생수를 쓰기도 하고, 신세계푸드의 경우 물에 광합성 미생물을 주입해 하수구에 버리면 오수 정화 효과가 있고 식물에 주면 생장에 도움을 주는 친환경 얼음팩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제품에 있는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모아 해당 기업에 보내 시정을 요구하는 방식의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도 등장했다. 한 소비자가 자주 마시는 음료에 부착된 쓰지 않은 플라스틱 빨대들을 모아 손 편지와 함께 기업에 보냈는데, 기업의 고객최고책임자(CCO)가 마찬가지로 손 편지를 써서 응답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해당 게시물을 3만 회 이상 리트윗했을 정도로 주목받았으며, 기업 또한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같은 해 7월부터 대표 제품에 부착된 빨대를 없애고 올 1월에는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도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고안한 빨대 없는 우유를 출시하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깨달음, 매일매일의 실천이 쌓이고 함께 힘을 모으면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은 친환경 챌린지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에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