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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너머의 간식

코스부터 비건, 프리미엄까지 여러 수식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 디저트.

Editor 장새론여름

프리미엄 디저트 끝판왕, 티 코스

영종도에는 삼면이 바다 전망인 찻집이 있다. 바다가 한가득 담긴 커다란 창문이 시선을 압도한다. 조망은 시원시원한데, 내부는 온화한 분위기다. 노란빛 조명에 따뜻한 원목 소품이 가득하고, 개량한복 차림의 직원이 둥그런 찻주전자를 내어준다. 찻집 하면 떠오르는 쌍화차 이미지는 이곳에 없다. 차와 한복마저도 젊고 산뜻해 보인다. 공간은 두 개로 나뉘어 있다. 검은 가림막 너머는 예약 손님만 들어설 수 있다. 차와 디저트를 매칭해 코스로 선보이는 공간이다. 구운 떡부터 정과, 양갱, 화과자 등을 각각 어울리는 차와 함께 낸다. 마지막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나면 한정식 코스를 끝낸 것처럼 배가 든든하다. 프리미엄 디저트 하면 흔히 호텔 빙수와 애프터눈 티 세트를 연상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코스 메뉴를 먼저 떠올린다. 여러 가지 디저트를 한자리에서, 그것도 꼭 어울리는 차와 함께 즐기는 페어링 메뉴다. 앞서 소개한 전통찻집 무언(無言)뿐 아니라 홍대 인근 알디프 티 바, 예술의전당과 가까운 10월19일, 삼청동 블루보틀 삼청 한옥에서 디저트를 페어링한 코스 메뉴를 선보인다. 알디프 티 바는 자체 블렌딩 차를 이용해 디저트 음료를, 10월19일은 와인과 어우러진 파인다이닝 같은 디저트 코스를 제공한다. 블루보틀 삼청 한옥은 여러 가지 커피 메뉴와 간식을 매칭한다. 한 입에 사라지는 디저트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건, 그만큼 여운이 깊어서다. 최고의 조화를 위해, 신선하게 제공하기 위해 그리고 이야기를 곁들이기 위해 노력한 시간만큼 완성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디저트에도 부는 비건 바람

다양성을 존중하는 트렌드는 디저트 세계에도 어김없이 반영돼 있다. 채식 디저트와 글루텐 프리 디저트 등이다. 특히 비건 디저트는 재료의 변주가 돋보인다. 연금술처럼,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기존 디저트 맛을 업그레이드해낸다. 우유는 두유로, 달걀은 두부로 대신한다. 버터 대체품으로 식물성 오일을 사용하기도 한다. 쌀가루와 귀리 가루, 아몬드 가루 등 베이스 재료도 다채롭다. 어린이대공원에 인접한 디저트 베이커리 8빵은 제철 재료를 듬뿍 넣기로 유명하다. 쑥팥 케이크와 쑥찹쌀 케이크, 딸기 초코 크럼블, 제주감귤케이크 등 계절 내음이 물씬 풍기는 디저트들이다. 무농약 통밀과 밀, 쌀가루, 무첨가 두유만을 사용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보통 디저트’처럼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다는 걸 채식 디저트가 증명해낸다. 연남동과 압구정동, 여의도에 지점이 있는 빵어니스타 역시 NO밀가루, NO유제품, NO달걀을 전면에 내세운다. 말차 브라우니와 빼빼로 비스코티, 현미튀일 등 익숙한 디저트를 비건식으로 만든다. 쫀득함과 특유의 진한 향 등 빵어니스타만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여기에 대부분 단맛은 코코넛 슈거로 낸다. 코코넛 슈거는 당뇨 환자도 일정량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알려진 비정제 설탕으로, 고급 요리나 비건 메뉴에 주로 사용된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 명으로 추정되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한 대기업은 사내 식당에 채식 메뉴를 추가해 화제를 모았다. 샐러드 전문점 등 채식 관련 업종도 눈에 띄게 늘었다. 디저트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쿠키부터 스콘, 케이크, 요거트까지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편의점에서도 구할 수 있을 정도이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디저트로 아트하다

가로수길 청수당갤러리는 케이크와 카스텔라로 유명하다. 사각 돌그릇에 구워낸다는 점부터 범상치 않다. 꾸밈새도 남다르다. 사계절을 표현한 미니어처 정원 같다. 오리지널 카스텔라는 가을 녘 황토밭, 딸기 프로마주 케이크는 눈 덮인 겨울 마당을 연상시킨다. 쑥 수플레 카스텔라는 새싹 돋는 봄 들판, 말차 프로마주 케이크는 여름 제주 숲과 닮았다. 디저트와 음료뿐 아니라 공간까지 모두 잘 꾸민 작품 같다. 설치미술도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어엿한 소규모 현대미술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쁘거나 맛있는 디저트는 흔하다. 하지만 멋있거나 독특한 디저트는 희소한 편이다. 독보적인 디저트 숍은 오랜 역사 혹은 예술성, 기술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차를 활용한 칵테일 전문점 바 티센트는 질소를 이용해 마술 쇼 같은 메뉴를 선보인다.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를 통해 ‘패션과 예술에서 영감 받은 디저트’를 내세운다. 특히 누데이크는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형태로 눈길을 끈다. 크루아상 케이크 ‘피크’부터 삼단 케이크 ‘블랙 벨’까지 현대미술 버금가게 상상력을 자극한다. 키보드 자판 하나 크기의 미니 크루아상을 여기 말고 또 어디에서 굳이 만들까. ‘예술’이라는 수식은 계량하기 어렵다. 이해 불가한 것도 수긍하게 하고 이해할 만한 것도 난해하게 만든다. 예술 감상은 여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한편 예술 창작은 고뇌의 승화로 묘사되곤 한다. 예술을 접목한 디저트는 이렇게 모호함 속에서 저마다 자유롭게 감각을 느끼도록 한다. 부산 돈두커피에서 화산석 모양 초콜릿과 숯덩이 같은 브라우니를 대접받고 허파에 바람 든 듯 웃었던 건 단순히 웃겨서만은 아니었다. 묘하고 신기하고 기발하고, 대단하고 절묘하고 치밀하다는 등등의 생각과 느낌이 한데 섞여 ‘훗’ 하고 터져나온 것이다. 이렇게 디저트를 즐기며 미각 이상의 감각을 즐기는 일이 요즘엔 제법 쉽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소비자의 기준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즐기는 입장에서는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