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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뛰고 땀 흘리는 일상, 스웨트라이프

밤마다 한강 공원을 달리고, 주말에는 산을 오르며 운동이 생활이 된 이유.

Editor 이지윤
Reference <트렌드 코리아 2021>(김난도 외 8명 지음, 미래의창 펴냄)

어릴 적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어차피 내려올 건데 왜 굳이 힘들게 올라가는 건지…. 친구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스스로 등산 초보 등린이를 자처하는 이들이 주변에 꽤 많이 생겨났다. 매 주말마다 서울의 산을 오르면서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어 SNS에 자랑하듯 업로드한다. 서핑을 위해 일부러 강원도와 제주도로 휴가를 떠나는 이른바 ‘스포츠케이션(Sport+Vacation)’도 확산되고 있다. 스스로 선택한 곳에서 마음에 드는 활동을 하며 땀을 흘리는 이들의 목적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위해, 누군가는 친목 모임을 위해 산으로 거리로 나온다. 목적은 달라도 단순히 운동 그 이상을 넘어 성취감을 느끼고,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스웨트라이프(Sweat Life)가 요즘 사람들의 삶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일종의 놀이이자 생활 속 재미

현란한 색의 등산복을 입고 열정을 외치는 중년층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등산을 즐기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등산 초보 등린이(등산+어린이 합성어), 산린이가 등장한 것. 전문 산악인이 아니어도 너나 할 것 없이 갖춰 입는 우리네 부모님의 유니폼 격인 등산복 대신 레깅스에 편안한 티셔츠, 운동화를 신고 가볍게 산을 오르는 등린이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강화된 실내 활동 제약을 극복하고자 산을 찾기 시작했다. 특별한 장비 없이 언제든 도전할 수 있고, 혼자서 또는 친구들과 함께해도 즐겁다. 야외라 실내보다 비교적 안전하고 돈도 들지 않으니 가성비도 좋다. 땀을 흘리고 정상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과 성취감은 덤이다. 재미 삼아 시작했지만 정상에서 찍은 인증샷이 쌓여가면서 매주 새로운 산을 찾는 진지한 등린이로 진화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2030으로 타깃을 바꿔 더욱 젊고 캐주얼한 등산 아이템을 내놓고 있다. K2에서 출시한 일명 ‘수지 하이킹화’는 출시 한 달 만에 3만 족 이상 판매됐고, 지금은 없어서 구하지 못한다. 골프 역시 비슷하다. 실내 골프 연습장은 물론 필드에도 초보 골퍼, 이른바 골린이가 가득하다. 지난 2020년, 대한골프협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골퍼 중 2030세대의 비중은 31.3%로, 36.5%인 5060세대 다음으로 많았다. 젊은 골퍼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기초부터 배우고, 예쁜 옷까지 갖춰 입은 다음 캐디나 카트 없이 셀프로 즐길 수 있는 골프장 또는 스마트 체크인이 가능한 골프장을 찾는다. 등산과 골프 뒤를 이어 떠오르는 운동은 테니스다. 전통적으로 신사들의 스포츠로 불릴 만큼 말끔하게 차려입는 테니스 복장에 매료된 것. 칼라가 있는 티셔츠와 캡 모자, 주름치마에 긴 양말을 신고 강습을 받는 연예인들의 인증샷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운동보다 패션이 멋있어서 시작했지만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니까. 장비 걱정 없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은 단연 걷기와 달리기다. 도심 속에서 사람이 없는 한적한 시간을 골라 강변과 밤거리를 달리는 러너들은 러닝 앱을 사용하거나 크루들과 달리며 앱으로 각자의 기록을 공유한다. 대결을 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고 혼자 했을 때보다 외롭지도 않다. 런데이, 나이키 런클럽 등 매일 러닝 시간과 소모한 칼로리를 측정할 수 있는 앱도 다양하고 덩달아 스마트워치는 러닝의 필수품처럼 여겨진다. 도심을 달리는 시티런, 숲이나 오솔길 등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 말고도 달리거나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과 비치코밍은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생각하는 활동으로 특히 요즘 세대에게 각광받는다.

운동 그 이상의 의미

운동이 일상이고, 일상이 곧 운동인 이 흐름의 시작에는 팬데믹이 있다. 소수의 모임만 가능하고, 그마저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통제하는 낯선 제약들이 생겨났다. 집콕도 한계에 다다랐다. 비교적 사람이 적은 야외 활동에 사람들이 관심을 돌린 이유다. 스웨트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은 집에서도 야외에서도 편안한 룩을 선택했다. 가벼운 스포츠웨어를 이르는 용어인 애슬레저 룩 중에서도 활동성을 고려한 레깅스가 대표적이다. 또한 집의 원마일(약 1.6km) 내 반경에서 충분히 활동 가능하다고 이름 붙은 원마일 웨어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쇼핑, 카페 투어보다는 공원이나 둘레길을 산책하고, 주말에는 산으로 나들이를 떠나는 생활에 편안한 패션이 즐거움을 더한다. 운동으로 얻는 성취감과 기록 갱신은 스웨트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의 원동력이다. 산 정상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서핑숍에서도 수중 카메라를 활용해 영상을 찍어주는 서비스가 생겨난 것만 봐도 증거를 남기듯 사진을 촬영하는 일은 이제 너무나 당연해졌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기록하기 위해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보디 프로필’은 연예인들은 물론 유튜버, 일반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도전한다. 땀을 흘린 일상을 기록하고 건강해진 몸과 마음에 찾아온 성취감은 자아존중감을 확인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기도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 따르면 “칭찬을 받거나 만족감을 느끼기 힘든 현대사회에서 운동을 통해 얻는 성취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활동과 땀은 단연 자기만족을 위해서다. 스웨트라이프를 즐기는 세대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튼튼한 육체와 다부진 마음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는 삶의 진리를 깨달았다고 봐도 좋다. 무조건 마르고, 날씬한 몸을 위한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한 몸을 위해서, 무기력한 일상 대신 스스로 개척하고 가꿔가는 삶을 위해서다.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웹 버전 <오늘부터 운동뚱>에 출연하는 개그우먼 김민경은 “맛있게 먹기 위해 운동한다”고 했다. 이 말에 공감한 이들이 많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의 매력에 빠져 국내 명산은 물론 히말라야 트레킹까지 다녀온 <아무튼 산>을 쓴 장보영 작가는 책에서 “고요하고 겸허하게 오르는 산이 좋다. 들뜬 나를 차갑게 하는 그 산이 좋다. 산을 오고 가며 나는 이제 서서히 나에게 편안한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 같다”며 단순히 좋아서 찾았던 산에서 스스로의 행복을 발견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때로는 혼자 때로는 친구, 심지어 모르는 사람과도 함께 땀을 흘리며 스웨트라이프를 즐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