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TREND

이유 있는 컬래버레이션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브랜드×브랜드 컬래버레이션 트렌드에 대해.

Editor 조정화
Cooperation 휠라 코리아, 플랜힐앤컴퍼니, 삼성전자 뉴스룸

집 냉장고나 마트 매대에서 보던 ‘곰표’라는 두 글자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 딱 이 말이 떠올랐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밀가루와 티셔츠가 무슨 상관인지 도통 그 맥락을 짚을 수 없었다. 그런데 자꾸 눈길이 갔다.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났다. 제아무리 화려한 컬러나 디자인도 ‘곰표’라는 두 글자보다 강렬할 수는 없었다. SNS 속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더욱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혹은 평범한 일상에 소소한 재미를 더하기 위해 ‘곰표’ 티셔츠를 입었다. 바야흐로 브랜드×브랜드 컬래버레이션 전성시대다. 편의점에는 이색을 넘어 다소 괴랄하기까지 한 컬래버레이션 상품들의 출시가 이어지고, 패션과 뷰티, 라이프스타일, 푸드 등 전 업계의 브랜드들이 동종과 이종을 가리지 않고 컬래버레이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컬래버레이션은 이전에도 있었다.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라이언 등 캐릭터의 귀여움을 덧입거나, 영화 <스타워즈>, <어벤져스> 등 콘텐츠를 활용해 덕후 팬들의 이목을 끌거나, 혹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해 한정판 에디션으로 출시했다. 이때의 컬래버레이션은 어디까지나 이벤트였다. 신제품 출시 또는 여름휴가, 핼러윈,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시즌에 주로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컬래버레이션 열풍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명품 브랜드×스트리트 브랜드, 푸드×패션 브랜드처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브랜드가 만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조합일수록 반응은 더 뜨겁다. 목표는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트렌디하고 힙한 감성으로 일명 MZ세대라 부르는 젊은 세대를 새로운 소비층으로 포섭하는 것.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요즘 세대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대신 조금 더 재미있거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거나 희소가치가 높은 상품을 선택했고, 브랜드들은 컬래버레이션 전략을 통해 트렌디한 감각, 뉴트로한 재미, 또는 클래식한 멋으로 모습을 달리하며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MZ세대를 저격한 힙한 조합

MZ세대에게 사랑받는 명품 브랜드로 구찌와 함께 손꼽히는 루이비통 역시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리브랜딩이 한몫했다. 2017년 1월, 루이비통은 F/W 시즌을 겨냥한 파리 패션쇼에서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과의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루이비통 하면 떠오르는 브라운 컬러를 걷어내고, 슈프림의 시그너처 컬러인 강렬한 레드 위에 새겨진 루이비통 로고는 힙(Hip) 그 자체였다. 출시 당일 전 세계 루이비통 매장 앞에는 루이비통×슈프림 컬렉션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70종에 달하는 상품은 일찌감치 품절되며 인기를 증명했다. 같은 해, 국내에서는 스포츠 브랜드 휠라가 유가공 기업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메로나와 협업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초판 물량인 메로나 운동화 3,000족이 출시 2주 만에 완판되며 ‘푸드 패션’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이후에도 캔디 브랜드 추파춥스,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 등과 꾸준히 협업을 이어온 휠라는 지난 9월 메로나 컬렉션의 뒤를 잇는 빙그레 캔디바 컬렉션을 론칭해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캔디바의 시그너처 컬러 파스텔블루와 화이트를 적용한 백팩과 메신저백, 볼캡, 양말 4종을 출시했는데, 가방에는 아이스바 모양의 안전 거울 참 장식을 포인트로 달았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먹어봤을 캔디바에 대한 부드럽고 달콤한 기억과 패션의 이색 조합은 이번에도 주효했다. 그 밖에도 종합 게임 스트리머 우왁굳, 키치한 감성이 돋보이는 디자이너 브랜드 푸시버튼 등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컬래버레이션으로 ‘휠라보레이션’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컬래버레이션 명가로 거듭난 휠라는 ‘아재 브랜드’라는 수식어를 벗고 MZ세대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브랜드로 등극하기에 이른다.

뉴트로한 재미를 더하다

70년 전통의 대한제분 밀가루 브랜드 곰표는 ‘푸드 패션’에 ‘뉴트로(New+Retro)’ 감성의 재미를 더하며 컬래버레이션의 새 장을 열었다. 2018년 1월 패션 브랜드 4XR과 협업해 출시한 티셔츠 1,000장이 순식간에 매진되는가 싶더니, 곰표 패딩, 곰표 밀가루 쿠션, 곰표 오리지널 팝콘, 곰표 뉴샤이닝 화이트 치약, 곰표 밀식혜, 곰표 글라스락 등에 이르기까지 범위를 확장하며 내놓은 컬래버레이션 상품마다 흥행에 성공해 곰표라는 이름을 새롭게 각인시켰다. 이후 성신양회×4XR의 천마표 시멘트 가방, 해태제과×폴햄의 맛동산 짐색, 하이트진로×차이나타운마켓의 진로이즈백 티셔츠와 버킷햇 등 뉴트로 콘셉트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이 줄지어 출시되었고 사람들은 뉴트로가 주는 재미에 푹 빠졌다. 특히 지난해 5월 처음 선보인 곰표 밀맥주는 맥주 업계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국내 최초 수제 맥주 기업 세븐브로이와 함께 만들었는데, 브랜드 마스코트 ‘표곰’을 변형한 귀여운 패키지로 출시 3일 만에 10만 캔이 팔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맥주 맛에 있어서도 합격점을 받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2,500만 캔을 달성하며, 지난 5월 국산과∙수입 맥주 통틀어 매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구두약 브랜드 말표산업이 스퀴드 브루어리와 협업해 출시한 말표 흑맥주를 비롯해 백양BYC 라거, 유동골뱅이 맥주, 쥬시후레쉬 맥주, 진라거 등 컬래버레이션·뉴트로·수제 맥주를 키워드로 하는 제품들이 열풍의 대열에 합류했다. 국산 수제 맥주 시장 역시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시장 규모 1,180억원을 달성하며 3년 사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명품을 입는 새로운 방법

요즘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은 스마트 기기와 명품 브랜드의 만남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장 패션 브랜드 톰브라운과 갤럭시Z 시리즈를, 애플은 3대 명품 브랜드로 손꼽히는 에르메스와 애플 워치를 만들었다. 사실 스마트 기기와 명품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은 몇 년 전부터 시도되었으나, 최근 플렉스 문화와 함께 MZ세대의 명품 구매가 늘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이 일상 속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며 가방이나 액세서리와 같은 패션 소품의 하나로 여겨지고, 한정판 중고 거래가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게 된 것 또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2020년 처음 선보인 갤럭시Z 플립2 톰브라운 에디션이 2시간 만에 완판되자 그다음 시리즈부터는 온라인 추첨 방식을 도입했는데, 하루 8시간 동안 갤럭시Z 플립3·폴더3 에디션에는 46만 명이, 단독으로 진행한 갤럭시워치4 에디션에도 20만 명이 응모해 ‘로또폰’, ‘로또 시계’라는 별명이 붙었다. 갤럭시Z 폴더블폰인 플립3 또는 폴더3를 중심으로 갤럭시 워치4, 갤럭시 버즈2에 S펜 프로까지 포함된 올해의 톰브라운 에디션은 화이트 컬러에 톰브라운의 시그너처 스트라이프 디자인으로 깨끗하면서도 클래식한 감성이 돋보인다. 브랜드×브랜드 컬래버레이션 역시 몇 년째 트렌드가 이어지며 갈수록 시장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색 컬래버레이션 소식을 기대하는 이유는 세상은 넓고 그만큼 브랜드도 많기 때문일 터다. 내일은 또 어떤 브랜드들이 색다른 조합으로 세상에 나올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