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기록하는 사람들

사진, 그림, 글….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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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일간의 세계 여행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다,
한다솜 작가

서른을 목전에 둔 언니와 스물다섯의 동생이 모험을 떠났다. 장장 215일 동안 24개국, 54개의 도시에 그들의 발자국을 남겼다. 러시아를 시작으로 체코, 헝가리, 터키, 오스트리아 등을 비롯해 태국, 미얀마, 필리핀, 중국까지 지구촌 구석구석을 종횡무진 다녔다. 가슴에 설렘과 뜨거운 용기를 품고서.
“문득 돌아본 지난날은 나의 만족이 아닌, 타인이나 회사의 만족을 위해 일하고 희생했던 시간이었어요. 모든 것에서 한발 물러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죠. 그동안 열심히 모은 돈을 나의 발전을 위해 쓰고 싶기도 했고요. 세계 여행은 곧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었어요.”
한다솜 작가는 동생 한새미나와 그토록 꿈꿔왔던 세계 여행을 떠났다. 한다솜 작가는 매일 새로운 도시의 매력에 흠뻑 취하며 순간순간을 글과 사진으로 남겼다. 글은 화려한 수식어를 배제하고 쉽게 쓰려고 했다. 그래야 회상할 때 당시의 기억을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으니까. 215일간의 기록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자신만의 보정 비법으로 남긴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기록은 사진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사진은 곧 당시의 살아 있는 감정이에요. 그때의 기분이나 있었던 일을 굳이 기억해내려 하지 않아도 사진을 보면 모든 것이 떠오르죠. 사진이 추억과 감정을 상기시킨다면 글은 더 깊은 내면을 끄집어내게 해준다고 할까요.” 한다솜 작가는 세계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그곳만의 향기가 짙게 배어든 골목이나 시장을 둘러보라고 조언한다. 그들의 삶에 자연스레 동화되면 보다 특별한 기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 전한다. 그렇게 사진으로 또 글로 세계 여행의 순간순간을 빼곡히 담은 그녀는 덕분에 <스물다섯, 서른, 세계 여행>이란 책을 내며 작가로서 인생 제2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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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일상을 웹툰으로 기록하다,
유아름 작가(루니맘)

찹쌀떡 같은 볼, 완벽한 삼등신의 몸, 토실토실한 팔다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이.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듯한데, 뒤집기를 하다가 어느덧 걸음마를 하고, 돌잡이를 하더니 어느샌가 어린이집에 들어가 선생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조금 더 천천히 흘러가면 좋으련만. 아이의 순간순간을 남기고 싶었던 한 주부는 ‘웹툰’으로 육아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기록해나갔고, 엄마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루니맘의 독박 육아 일기’의 유아름 작가(루니맘) 이야기다.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그림을 그렸어요. 마땅히 해소할 방법이 없어 평소 취미로 즐기던 그림 그리기를 웹툰으로 이어갔죠. 덕분에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엄마들이 남긴 댓글을 보면서 큰 위로를 받았어요. ‘모두 나처럼 힘들구나. 나만 육아에 서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또 하루를 시작할 용기를 얻었죠.”
하나의 에피소드에 그림 2~4컷, 짤막한 글귀가 실린 웹툰은 보기에도 편할 뿐 아니라 강력한 유머 코드가 있어 자꾸 다음 화를 클릭하게 된다. 희로애락이 담긴 현실 이야기에 아이가 없는 여성들은 가상 육아를 체험하며 현실에 눈을 뜨고, 아이 엄마들은 상황에 공감하며 울고 웃는다. 출산보다 더 힘든 게 육아라는데, ‘루니맘의 독박 육아 일기’를 보면 그 노고가 실감 난다. 육아를 너무 힘들게 표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현실인 것을.
“분명 힘든 나날이었는데, 예전 기록을 보고 있자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고, 둘째를 갖고 싶기도 해요. 지금이랑은 또 다른 행복한 순간이 켜켜이 있으니까요. 웹툰으로 옛 기억을 생생하게 회상할 수 있어 참 감사해요.”
아이를 키워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행복을 유아름 작가는 웹툰이란 기록으로 기쁨을 공유하며 어느덧 네 살 난 아들 룬이를 키워가는 중이다. 오늘도 펜으로 룬이와 보낸 하루를 그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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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보낸 나날을 일러스트로 기록하다,
안예나 작가(요나)

평화로운 클래식 음악이 귓가를 타고 온몸을 흐르는 것 같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 참으로 오랜만이다. 이 순간을 오롯이 담기 위해 고심했을 작가의 모습이 눈앞에 선연하다. 제주가 좋아 종종 여행을 하다가 이제는 제주에 거주한 지 벌써 2년. 안예나 작가는 제주에서 보낸 나날을 한 장의 그림으로 남기고 있다.
“제주만의 자연이 참 좋아요. 어디에서든 너른 하늘을 눈에 담고,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와 하늘의 표정에 감동하죠. 이런 제주에서의 일상이 좋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그림을 그릴 땐 배경과 인물이 만드는 상황 표현에 특히 신경 쓴다는 안예나 작가. 그래서인지 설명이 없어도 모든 게 전달된다. 어떤 그림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듯한 기분이 느껴지고, 어떤 그림은 더없이 평화롭던 순간이 전해진다. 그림 속 인물은 작가 자신을 투영한 초상화이고, 배경은 작가의 내면을 풀어낸 풍경화다. 안예나 작가는 그림을 통해 잃어버린 자아를 발견하고 삶의 의미를 생각한 덕분에 삶이 좀 더 풍요로워졌단다.
“지치거나 외로울 때면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돼요. SNS로 그림을 공유하면서부터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된다는 답변을 많이 받았는데, 제 삶의 기록을 누군가가 공감하고 격려해준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했어요. 이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에서의 생각과 감정을 메모하는 습관까지 생겼지요.”
‘그림을 그린다는 건 곧 그 순간을 기억하겠다는 의지’라며 ‘기록’의 긍정적인 영향을 누리는 안예나 작가.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라로 장기간 여행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마주한 또 다른 자신을 그려보고 싶다고. 제주도와는 또 다른 이야기의 그림으로 누군가를 위로해줄 안예나 작가의 그림 기록, 어떻게 채워질지 어서 엿보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