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CIAL

기록 가치 탐구

동물은 뼈와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기록을 남긴다. 기록이 있기에 인류는 안녕과 번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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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록의 가치를 따지기란 제법 막연한 일이다. 필요에 따라 다르게 읽히거니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기록의 매력은 잊지 않는 데 있는 게 아닙니다. 기록해두면 마치 땅 밑에 묻힌 원유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 있는 무언가로 바뀝니다.” 작가 밥장의 <밥장, 몰스킨에 쓰고 그리다> 속 문장처럼 기록은 언제 어떻게 세상에서 빛날지 모른다. 나아가 기록은 기록한다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소설가 박범신이 “글을 쓴다는 건 자기 구원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 했듯 내면의 심리를 발현하며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길이 기록이다. 그 길에 맞고 틀리고가 없듯, 기록 역시 정답과 오답이 없고 대단함이나 하찮음도 판단할 수 없다. 소설가 박완서는 글은 기록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존감을 원고지 한 장짜리 글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는 작가라는 자의식 하나로 제아무리 강한 세도가나 내로라하는 잘난 사람 앞에서도 기죽을 거 없이 당당할 수 있었고, 아무리 보잘것없는 밑바닥 인생들하고 어울려도 내가 한치도 더 잘난 거 없었으니 나는 참으로 대단한 빽을 가졌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