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와이너리 투어
해외처럼 국내 와이너리에서도 직접 재배한 과일을 활용해 수준 높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전국 곳곳 국내 와이너리를 소개한다. 소개한 와인은 모두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다양한 체험이 가득,
하미앙 와인밸리
유럽풍 건물 여러 채가 안온한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영어인 듯, 프랑스어인 듯 이름도 예쁜 ‘하미앙’은 지역 이름인 ‘함양’을 풀어 만들었다. 하미앙 와인밸리는 해발 400~600m 고지의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산머루로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다. 함양이 고향인 대표 부부가 귀농해 농사를 짓다가 와인산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2005년 시제품을 내놓은 이후 와이너리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다. 연간 100~150톤의 산머루를 와인으로 생산한다.
삼봉산의 경사를 이용해 만든 동굴은 와인 저장고로 쓰인다. 커다란 숙성 탱크 20여 개가 늘어서 있는데, 탱크 하나당 750ml 와인 1만5,000병이 나온다. 하미앙 와인밸리의 제품은 깊은 맛을 위해 3년 이상 숙성한 후 판매된다. 대표 와인은 산머루의 새콤달콤함을 경험할 수 있는 ‘달콤스위트’. 현재는 2016년산 빈티지를 판매 중이다. 오랫동안 숙성한 덕분에 풍부한 보디감과 부드럽고 순한 맛이 특징이다. 2008년 수확한 생머루로 오크통에서 3년간 숙성해 만든 프리미엄 오크 와인도 인기다. 오래 숙성된 오크 와인 역시 역사가 길지 않은 국내 농가형 와이너리에서는 나오기 힘든 귀한 술이다.
하미앙 와인밸리는 직접 방문했을 때 진가가 발휘된다. 하나의 테마파크처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지하 숙성실과 와인 동굴 등을 둘러보고 시음도 하는 와이너리 투어는 물론 와인 족욕, 산머루 비누·폼클렌저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그 외에도 와이너리 곳곳은 포토존일 만큼 봄, 가을 날씨가 좋을 때면 잔디광장에서 야외 결혼식이 열리기도 하고,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어 소풍을 나와 멋진 추억을 쌓기에도 제격이다.
주소 경남 함양군 함양읍 삼봉로 442-14
문의 055-964-2500, sanmuru.com
은은한 사과 향을 담은,
예산사과와인
충남 예산은 일제강점기부터 사과를 재배해 100여 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예산사과는 기름진 땅에서 충분한 가을 햇볕 아래 적당한 일교차를 견디며 자라 과육이 단단하고, 과즙이 많으며 풍부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예산사과와인의 정제민 대표는 캐나다에 거주할 때 취미로 양조를 배우고, 집에서 직접 와인을 만들기도 했다. 귀국 후 장인어른이 은성농원이라는 사과농장을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어 외국처럼 와인 생산과 관광이 가능한 와이너리를 만들게 됐다.
2만9,752m²(9,000평)에 달하는 농장에서 수확한 사과 중 70%는 판매하고, 30%는 가공용으로 사용한다. 술을 만들기 위한 사과는 대부분 주변 농가에서 추가로 구매한다. 다른 농장의 사과도 함께 소비하는 것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열렸던 2022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예산사과와인의 ‘추사40’과 ‘추사블루스위트’가 좋은 성과를 얻었다. 추사40은 우리술 비탁주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Best of 2022’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 술은 예산사과를 증류해 프랑스 노르망디의 칼바도스 지방에서 행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사과 증류주다. 사과의 은은한 풍미에 바닐라 향과 초콜릿 향이 어우러져 끝맛이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처음 만든 추사애플와인은 물과 주정은 첨가하지 않고 사과를 한 달간 저온 발효해 만든 캐나다 스타일의 사과 와인이다. 산뜻한 향과 부드러운 맛이 장점이라 해산물, 스테이크, 치즈와도 잘 어울린다. 예산사과와인 와이너리에 가면 시음은 물론 사과 농장을 함께 운영하는 만큼 11월 말까지는 사과 따기 체험도 가능하다.
주소 충남 예산군 고덕면 대몽로 107-25
문의 041-337-9584, ysapplewine.cafe24.com
과일의 변신,
고도리 와이너리
‘고도리’ 하면 한국인이 떠올리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고도리 와이너리가 자리한 오랜 지역명 ‘고도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과수 농사만 30년이 넘은 최봉학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국내 와이너리는 대부분 직접 과일 농사를 짓는 농민인 동시에 술을 생산하는 양조인인 경우가 많다. 맑은 물이 마르지 않고, 비가 적게 오는 지역적 특성 덕분에 영천에서는 포도와 복숭아가 잘 자란다. 최봉학 대표가 취미로 와인을 담그고, 공부하다 본격적으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좁은 의미의 와인은 포도로만 만든 것을 의미하지만, 국내에서는 포도 외에도 복숭아, 사과 등 여러 과실로 만든 술 역시 와인으로 보고 있다. 고도리 와인을 판매하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상품페이지가 마치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하다. 망고포도라 불리는 샤인머스캣와인, 당도가 가장 높은 8월에 수확한 복숭아로 만든 복숭아와인, 사과와인과 청수와인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처음 생산한 고도리화이트와인은 거봉포도의 독특한 향을 살리기 위해 15℃ 이하에서 저온 발효해 만들었다. 여러 차례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한 고도리 와이너리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복숭아와인은 천도복숭아와 황도복숭아를 일대일 비율로 배합해 천도복숭아의 산미와 황도복숭아의 향을 잘 보존한 제품이다. 상큼 달콤한 맛과 향 덕분에 디저트 와인으로 사랑받는다. 고도리 와이너리를 방문하면 직접 포도를 따고, 와인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식당, 펜션도 함께 운영하기에 가족들과 함께 여행하며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소 경북 영천시 고경면 민도길 63
문의 054-335-3174, 고도리와인.com
달이 머물다 가는 월류봉 자락의 와인,
오드린
국내 최대 포도산지 영동에는 와이너리 40여 개가 모여 있다. 지역으로 구분해봐도 최대 숫자다. 그만큼 포도를 재배하기에 완벽한 기후를 자랑하는 곳이다. 영동의 유명 관광지 월류봉은 앞으로는 강이 흐르고 그림처럼 굽이치는 봉우리가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얼마나 경관이 수려하면 달도 머물고 간다는 뜻이니 짐작할 만하다. 이 월류봉 자락에 와이너리 오드린이 자리한다.
오드린의 박천명 대표는 3대째 포도 농사를 지으며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1974년 할아버지가 포도 농사를 시작했고, 아버지는 포도 박사로 불릴 정도로 포도 지식이 해박하다고. 포도 집안의 박천명 대표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다 귀농해 와인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2015년부터 와인을 생산하면서도 배움을 쉬지 않을 만큼 남다른 열정으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스위트 와인 라인 ‘베베마루’와 드라이 와인 라인 ‘그랑티그르’로 총 9종의 와인이 있다. 베베마루 ‘아내를 위한’은 2017년부터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상을 받으며 오드린의 대표 제품으로 사랑받은 스위트 와인이다. 영동의 특산물 캠벨 포도를 베이스로 술을 전혀 하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낮은 도수로 만든 것이 특징. 풍부한 과실 향과 적절한 산미가 장점이다. 베베마루가 와인 입문자를 위해 부담 없는 맛을 강조했다면, 그랑티그르는 1년에 한정 소량 생산하는 프리미엄 라인이다. 그중 ‘그랑티그르 M1988’은 캠벨 포도의 단점을 제거하고, 오미자를 블렌딩해 독창적인 한국 와인 맛을 자랑한다. 타닌감이 적어서 육류보다는 산채 한정식 같은 나물 요리에 잘 어울린다. 지난 4월 신축한 오드린 와이너리에서 시음은 물론 각종 체험도 진행된다.
주소 충북 영동군 황간면 남성동3길 4-14
문의 0507-1379-7806, smartstore.naver.com/eaudel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