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가는 단풍 산행
울긋불긋 단풍의 존재감이 뚜렷해지는 지금, 이 계절을 만나기 좋은 산행길.
포토제닉한 가을 명소, 내장산국립공원
만산홍엽을 이루는 내장산국립공원의 가을은 중년부터 MZ세대 산행객까지 단풍놀이를 즐기려는 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특히 정읍의 내장산과 장성의 백암산 단풍이 곱다. 당단풍과 좁은 단풍, 털참단풍 등 다양한 수종의 단풍나무 가운데 아기 손바닥처럼 작고 잎이 얇은 ‘아기단풍’이 산천을 빨갛게 물들인다. 내장산을 대표하는 포토존은 우화정과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이어지는 단풍 터널이다. 우화정은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내장산 탐방안내소 인근의 연못 위 정자다. 파란 지붕의 정자는 수수하기 그지없지만, 맑은 수면 위로 울긋불긋 물든 산세가 수채화처럼 번져 나가는 풍경은 낭만의 절정이다. 우화정에서 멀지 않은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약 300m 구간은 108주의 단풍나무가 에워싸듯 단풍터널을 이룬다. 마치 빨간 레드카펫을 걷는 기분이다. 내장산 단풍놀이 최단 코스는 매표소(내장탐방지원센터)와 가까운 제2주차장에 주차 후 일주문까지 순환버스(편도 1,000원)로 이동하는 것이다. 하산할 때는 일주문에서 제2주차장까지 2km 남짓 단풍길을 산책하듯 걸어보길 추천한다.
내장산국립공원 남쪽에 자리한 백암산은 1,400여 년 역사를 품은 고찰 백양사를 배경으로 형형색색 물든 한 폭의 동양화가 펼쳐진다. 백양사 입구 북두교에서 쌍계루까지 약 3㎞ 남짓한 단풍 거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아름답다. 11월 초순,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백양사의 쌍계루는 포토제닉하다. 오색 단풍으로 물든 백학봉과 누각이 수면 위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풍경은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올가을, 단 한 곳의 단풍 명소를 찾고자 한다면 내장산국립공원을 추천한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몸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주소 전북 정읍시 내장산로 1207
문의 063-538-7875
감동 두 배!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절경
도파민 뿜뿜 솟아나는 대둔산
‘작은 설악산’,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대둔산은 비경만큼이나 험준하기로 유명하다. 수려한 산세 대부분이 암벽으로 이뤄진 탓이다. 단풍놀이가 목적이라면, 등산 대신 케이블카를 추천하는 이유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선 완주군 운주면의 대둔산 집단시설지구로 향해야 한다.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주황색 케이블카를 타면 산의 7부 능선까지 단숨에 오를 수 있다. 비록 5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우뚝 솟은 기암괴석을 비집고 붉은 단풍 물결이 굽이쳐 흐르는 장관은 숨 막힐 듯 아찔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케이블카 정류소 전망대에서 한 번 더 경치를 음미하고 나면, 2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10분 정도를 걸어 올라 대둔산의 명물인 출렁다리, 금강구름다리를 보고 내려올 것인지, 내처 산 정상까지 올라갈지에 대한 고민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대둔산을 찾은 이들 대부분은 금강구름다리를 구경하고 다시 케이블카 정류소로 내려간다. 정류장에서 산 정상 마천대까지는 직선으로 700m 정도에 불과하지만 1시간 가까이 땀깨나 흘려야 하는 험난한 코스의 연속이다. 급격한 경사면을 따라 가파른 계단이 쉼 없이 이어진다. 특히 정상 직전 나타나는 삼선계단은 아찔 그 자체. 암벽을 기어오르다시피 철 사다리 난간을 잡고 오른 뒤에야 능선을 따라 붉게 물든 절경이 보상처럼 주어진다. 마천대의 경치를 감상하고 능선을 따라 북쪽의 낙조대를 찍고 하산하는 게 일반적인 산행 코스다.
주소 전북 완주군 운주면 대둔산공원길 55 대둔산케이블카
문의 063-263-6621~2
운영시간 09:00~18:00
요금(왕복) 대인 1만6,000원, 소인 1만2,500원
드라이브와 함께 즐겨야 제맛, 팔공산
대구의 가을은 팔공산에서 시작한다. 시민들이 첫손에 꼽는 단풍 맛집 역시 팔공산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편안하게 가을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어 매표소 앞은 늘 인산인해다. 대구 동구 용수동의 동화집단시설지구에 주차 후 잠시 걸어 올라가면 팔공산케이블카 매표소 건물에 다다른다. 최대 6인승 규모의 작고 귀여운 노란색 케이블카는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긴다. 내부 좌석도 사람끼리 마주 보는 형태가 아닌 등을 맞댄 채 창가를 향해 나 있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고운 빛깔을 자랑하는 팔공산의 단풍을 구경하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케이지나 가방을 이용하면 반려동물과의 동반 탑승도 가능하다.
해발 820m 신림봉 정상역까지 단 7분 만에 도착한다. 케이블카 정상역에는 전망대와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은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정상역에서 낙타봉 조망대를 지나 염불암을 거쳐 다시 케이블카 정상역으로 되돌아오는 1시간짜리 가벼운 등산을 즐겨봐도 좋다. 팔공산은 단풍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파군재삼거리를 출발해 백안삼거리~동화사 입구~파계삼거리를 거쳐 다시 파군재삼거리로 이어지는 25㎞의 팔공산순환도로가 대표적. 파군재삼거리에서 공산터널까지는 새빨간 단풍 터널이, 백안삼거리에서 동화사 입구까지는 샛노란 은행나무길이 반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한티재고갯길 역시 팔공산을 대표하는 드라이브 코스로, 자전거 라이더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주소 대구시 동구 팔공산로185길 51 팔공산케이블카
문의 053-982-8801~3
운영시간 09:30~18:00
요금(왕복) 대인 1만3,000원, 소인 7,000원
솜털처럼 나부끼는 억새 군락지
호수, 단풍, 억새까지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명성산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에 걸쳐 있는 명성산은 유독 가을에 찾고 싶어지는 산이다. 단풍으로 물든 산자락이 병풍처럼 휘감아 도는 산정호수와 눈부시게 빛나는 은빛 억새 평원은 이 계절이 안기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매년 10월 열리는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 축제’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명성산을 오르는 코스는 크게 자인사 코스와 산안고개 코스, 등룡폭포 코스로 나뉜다. 그중 단풍과 억새를 구경하며 걷기 좋은 등룡폭포 코스가 인기다. 산정호수 상동주차장에서 출발해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지나 억새 군락지에 도착하기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탐방로가 비교적 평탄한 편이지만, 비선폭포를 지나 등룡폭포에 이르는 구간은 슬쩍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할 만큼 고되다. 그 마음을 알아채듯, 폭포 주변의 단풍은 코스 중 가장 곱고 화려하다. 너덜지대가 끝나면, 마치 하늘이 열리듯 시야가 탁 트이며 능선의 억새 무리가 반긴다. 티끌 하나 없이 말간 가을 하늘 아래 새하얀 억새 무리가 바람에 나부끼는 풍경은 마치 한 편의 잔잔한 슬로 무비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주소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188-4 산정호수 상동주차장
파도처럼 일렁이는 억새 평원, 영남알프스 간월재
영남알프스는 울산을 비롯해 5개 시·군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악지대를 아우른다. 가을이면 등산객들은 도장 깨기 하듯 영남알프스의 억새 군락지를 하나씩 섭렵하기 바쁘다. 그중에서 억새들이 마치 하늘에 닿을 듯하여 ‘억새 하늘길’이라 불리는 간월재는 영남알프스의 백미다. 간월산과 신불산 두 능선이 만나는 해발 900m에 자리한다. 넓이만 33만 ㎡(약 10만 평)에 이른다. 온통 억새뿐인 평원은 끝없이 은빛 파도가 휘몰아치는 장관을 연출한다.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 불가다.
간월재의 억새 평원을 눈에 담기 위해선 최소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은 걸어야 한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를 출발해 간월재를 왕복하는 코스와 배내2공영주차장에서 간월재를 왕복하는 사슴농장 코스는 등산 초보자들에게 추천하는 코스다. 특히 사슴농장 코스는 중간중간 길이 콘크리트로 포장돼 있고, 완만한 언덕을 오르듯 걷기 편하다. 간월재는 잘 조성된 데크 길을 따라 억새 평원 곳곳을 누빌 수 있고, 곳곳에 마련된 포토 스폿과 전망대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기 좋다. 간월재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 간월산과 신불산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데, 각각 왕복 1시간, 2시간이 걸린다.
주소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알프스온천5길 103-8 복합웰컴센터
문의 052-204-2931~8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은 단풍로드
가볍게 오르기 좋은 봉래산 데크로드 무장애숲길
부산 영도에 자리한 봉래산은 가벼운 마음으로 단숨에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등산이라기보단 산책에 가까운 난이도지만, 부산 땅의 절반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전망이 빼어나 동네 주민은 물론 부산을 찾는 여행객들도 한번은 찾게 되는 곳이다. 부산대교를 비롯해 태종대, 오륙도, 송도해수욕장까지 부산 앞바다가 사방팔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봉래산 정상에 오르는 코스는 총 16개에 달한다. 그중 가장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는 복천사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30분 남짓이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으나 돌계단 구간이라 마냥 쉽진 않다. 반면 봉래산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해 조내기고구마역사기념관을 경유하는 코스는 봉래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편하게 산책하듯 거닐기 좋다. 특히 불로초공원을 지나면 정상인 조봉까지 740m 남짓 잘 닦인 봉래산 데크로드 무장애숲길이 이어진다. 완만한 데크 길은 노약자부터 어린아이까지 별 무리 없이 걷기 편하다. 붉은 단풍잎 사이로 짙푸른 부산 앞바다를 조망하며 걷다 보면, 무르익어가는 부산의 가을을 흠뻑 만끽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주소 부산시 영도구 청학동 484-11 봉래산 공영주차장
단풍캠 성지, 소선암오토캠핑장
선선한 공기, 청명한 하늘, 그리고 오색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가을 캠핑은 낭만 그 자체다. 그만큼 가을 캠핑은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단양에 자리한 소선암오토캠핑장은 단풍캠 성지답게 주말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캠핑장 앞으로 단양팔경 중 하나인 선암계곡이 흐르고 두악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자연에 푹 파묻혀 제대로 캠핑할 맛이 난다. 여름에는 청정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든 산세를 바라보며 힐링할 수 있는 명소다. 선암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선암골생태유람길은 단풍놀이 삼아 걷기 좋다. 신선이 노닐었을 법한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하선암과 중선암, 상선암은 깊어가는 가을 풍경과 어우러져 더없이 신비롭다.
소선암오토캠핑장은 단양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단양힐링캠핑장 4곳 중 하나로, 캠핑장 시설이 잘 관리돼 있어 이용하기 편리하다. 캠핑 사이트 간격이 널찍해 텐트 칠 공간이 넉넉하고, 나무가 울창해 그늘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총 64면의 카라반과 텐트 사이트가 넓은 부지에 조성돼 있는데, A사이트는 계곡 뷰를, C사이트는 산 뷰를 만끽할 수 있다. 마치 숲속의 오두막처럼 진정한 자연 속 캠핑을 즐기고자 한다면, 다른 사이트와 동떨어져 있는 단 4개뿐인 산 텐트 사이트를 선택하자. 소선암오토캠핑장 예약은 100% 인터넷 사전 예약으로 진행되며, 동절기에는 캠핑장이 휴장한다.
주소 충북 단양군 단성면 선암계곡로 1656
문의 043-423-0599
예약 camp.dyt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