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즐거움을 더하다, 헬시플레저
즐겁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건강을 챙기는 트렌드에 대하여.
건강관리는 늘 다양한 방식으로 유행해왔다. 몸과 마음이 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웰빙(Well-being), 체중 감량을 위해 한 가지 음식만 섭취하는 원푸드 다이어트 등 때마다 주목받는 트렌드가 생겨나고, 사라졌지만 지금의 건강관리는 어느 때보다 즐겁다. 오랜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하고, 예방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건강을 가꾸기 위해서는 ‘절제’와 ‘고통’이 동반되기보다 재미있어서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즐거운 건강관리’ 스타일을 찾게 됐다. ‘건강(Health)’과 ‘즐겁다(Pleasure)’의 합성어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가 유행하게 된 이유다.
경험과 재미로 무장한 자기관리
등산에 입문한 등린이(등산 초보) 친구가 금방 그만둘 거란 예상과 달리 지방으로 산행을 다녀왔다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등산 크루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 산에서 만나는 모임도 갖고 있다. 알게 모르게 지나쳤던 서울의 크고 작은 산을 하나씩 정복하고, 지방의 이름난 산으로 원정을 떠나기에 이른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경험’과 ‘재미’를 빼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꾸준히 건강한 삶을 이어가기 위해 혼자가 지루하다면 마음이 맞는 동료와 함께 즐겁게 지속해나가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가장 쉽게, 특별한 장비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운동, 달리기 역시 친구 혹은 새로운 사람들과 크루를 결성해 늦은 밤 도시를 달리는 시티러너,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플로깅 등으로 퍼져 나가며 건강한 친목 도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골프, 테니스 등 유행하는 운동의 마무리는 SNS 인증이다.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해시태그와 사진 한 장은 내가 하루를 얼마나 알차게 보냈는지 증명하고, 자랑하는 수단이다.
한 끼를 먹어도 맛있게
다이어트 식단이란 자고로 맛이 없지만 그럼에도 억지로 먹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몸에 좋은 건 입에 쓰다’는 말을 증명하듯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고, 건강에도 유익하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한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이가 늘어나면서 ‘맛있는 다이어트 음식’이 잔뜩 출시됐다. 높은 칼로리로 식단을 관리할 때 금기시됐던 떡볶이는 떡 대신 곤약을 활용해 칼로리를 대폭 낮췄다. 밀가루 면 대신 두부 면을 사용한 파스타, 밥 대신 달걀과 야채로 속을 채운 키토김밥 등 저칼로리 음식은 맛도 좋고, 살찔 걱정도 줄여주니 죄책감이 덜하다. 다이어트 음식의 대명사 닭가슴살 역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닭강정맛, 트러플크림맛, 숯불갈비맛 등 맛있는 소스와 함께하니 금방 질렸던 닭가슴살도 계속 먹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운동을 하면 멀리해야 했던 술이나 탄산음료 역시 무알코올·무설탕·제로칼로리를 내세운 제품이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무알코올 맥주 ‘하이트제로0.00’은 출시 이후 세 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고,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는 출시 한 달 만에 1,200만 병 넘게 팔리며 흥행 중이다. ‘칠성사이다 제로’와 ‘펩시 제로슈거’ 등 제로 탄산음료 판매 비중은 지난해와 비교해 2배 넘게 증가했다. 탄산음료, 에너지드링크, 맥주는 물론 소주까지 저칼로리 제품이 있으니 마시는 즐거움 역시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과 함께 영양제를 챙기는 것도 헬시플레저의 형태 중 하나다. 독일에서 건너왔다는 비타민제는 1회분 가격이 5,000원으로 저렴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친구들 사이 생일 선물로 나를 위한 선물로도 인기가 많은 제품. 매달 맞춤형 영양제를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 ‘필리’, 먹기 편하고 귀여운 젤리형 영양제 등 간편하고 거부감 없는 건강보조식품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멘탈 관리도 중요해
몸 건강만큼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 것 중 하나가 바로 멘탈 케어다. ‘워라밸’, ‘멍 때리기’ 모두 열심히 일하고, 운동하는 만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 건강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헬시플레저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스마트 워치를 이용해 수면 패턴을 체크해주는 수면 측정 앱 사용이 몇 년 전과 비교해 증가하는 추세다. 운동, 수면 패턴 체크 등을 위해 스마트 워치를 구매했다고 하는 우스갯소리에 진심이 담겨 있다는 증거. 숙면을 위한 ASMR을 적극 활용하고, 질 좋은 잠을 위해 베개와 매트리스, 이불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온라인상에서는 ‘베개 유목민’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사용되는데 나에게 꼭 맞는 ‘인생 베개’를 찾아 각종 브랜드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베개를 구매해 사용해보고 평점을 매긴 블로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수면 산업을 가리키는 ‘슬립 이코노미’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3년 만에 다시 열린 멍 때리기 대회에는 수많은 남녀노소 참가자를 비롯해 연예인들도 참여해 뉴스에도 보도될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모닥불을 바라보는 ‘불멍’, 호수나 바다를 바라보는 ‘물멍’, 인센스 스틱에서 피어오르는 향 연기를 바라보는 ‘향멍’까지 일상생활에서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멍 때리기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랑받는다. 또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심리 상담을 실천하는 이도 많아졌다. 간단하게는 원데이 클래스에서도 가능한 미술 치료부터 상담 플랫폼이나 심리 상담 센터를 찾기도 한다. 온라인 익명 심리 상담 플랫폼 ‘마인드카페’는 최근 2년간 매출이 400%씩 성장했고, 회원 수도 100만 명에 달한다. 무제한 멘탈 케어 구독 서비스 ‘트로스트케어’, 셀프 케어 앱 ‘클라’ 등과 더불어 TV에서도 심리 상담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걸 보면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 건강에도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절제하는 대신 즐거운 마음으로 먹고, 마시며 건강을 돌보는 헬시플레저. 이 방법은 지치지 않고 꾸준히 건강을 챙길 수 있어 그 어떤 건강 트렌드보다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