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원
싱그러운 생명이 움트는 따뜻한 봄, 꽃향기 맡으며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정원을 소개한다.
자연이 빚은 정원
순천만정원
싱그러운 봄 내음을 만끽하기 위해 순천으로 향하는 길. 순천만국가정원을 찾기 위해서다. 2013년 국제박람회 개최 이후 순천이 정원의 도시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한 데다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정원으로 지정돼 더욱 의미가 깊은 곳이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곳은 단연 호수정원이다. 봉화언덕을 중심으로 인제·순천만·앵무·해룡언덕이 잔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순천 지형을 그대로 축소해 호수와 언덕으로 표현했다. 특히 호수 중앙의 봉화언덕은 나선형 계단처럼 언덕을 빙 둘러 오를 수 있는데, 주변 풍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데다 정상에 오르면 정원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스페인, 프랑스, 독일, 멕시코 등 12개 나라의 정원을 재현한 세계전통정원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나라별 정원 환경과 특색을 엿볼 수 있는데, 각 나라의 정원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원의 동쪽과 서쪽을 잇는 꿈의 다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방색 한글 유리 타일 1만여 점으로 꾸민 외벽과 14만여 점의 그림으로 내벽을 채운 꿈의 다리는 세계 최초의 물 위에 떠 있는 미술관이기도 하다. 특히 내벽의 그림은 꿈을 주제로 한 전 세계 어린이의 그림이어서 더욱 특별하다. 다리를 건너며 그림을 하나씩 감상하다 보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전해져 마치 꿈이 이뤄질 것만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천천히 걸으며 정원 곳곳을 탐닉하는 여유도 좋지만, 관람차를 이용해 정원 전체를 빠르게 둘러볼 수도 있다.
2023년 4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다시 한번 열린다. 무려 10년 만에 열리는 우리나라 두 번째 국제정원박람회다. 기존보다 두 배 넓어진 공간에서 오천그린광장, 그린아일랜드, 시크릿가든, 국가정원뱃길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정원에서 특별한 하룻밤을 보내는 가든스테이는 좀 더 오래 정원에 머물고 싶은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 단 하루지만, 정원 전체가 마치 내 집 마당 같은 풍요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을 찾을 계획이라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순천만습지와 함께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스카이큐브와 갈대열차를 이용하면 정원과 습지 간 이동이 편리하다. 현재 순천만국가정원은 박람회를 위한 준비 기간으로 4월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주소 전남 순천시 국가정원1호길 47
문의 061-749-3114
고요한 달빛 내려앉은
월연정
경남 밀양 8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월연정. 조선 중종 때 한림학사를 지낸 월연 이태가 관직을 버리고 낙향해 지었다고 전해진다. 밀양강과 단장천 두 물줄기가 만나는 추화산 절벽에 지어 별서(별장)로 삼고, 스스로를 월연주인이라 불렀다고 한다. 흔히 월연정을 건물 하나의 이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는 쌍경당과 제헌, 월연대를 포함한 주변 일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월연정의 기품 있는 건축물과 주변 경관이 이룬 조화가 아름다워 명승으로 지정됐다.
월연정의 아름다움은 이름의 의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달빛이 고요히 내려앉은 연못이라는 뜻의 월연(月淵), 강물과 달의 밝기가 거울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쌍경(雙鏡). 두 곳 이름 모두 ‘달’과 관련돼 있다. 실제 월연정 풍경은 보름달이 떴을 때 달빛이 강물에 비치는 월주경(月柱景)이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밀양강 변을 따라 숲속 길을 조금만 오르면 쌍청교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자리한 쌍경당과 제헌, 월연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쌍경당과 제헌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사방에 담장을 두르고 문을 낸 구조다. 솟을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쌍경당이 고즈넉한 한옥의 멋을 한껏 드러낸다. 봄에는 활짝 핀 수선화가 생동감을 불어넣고,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쌍경당과 제헌이 살림집이라면, 월연대는 정자에 가깝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월연대는 가운데 방 한 칸을 두고 사방에 대청을 둔 구조다. 사면이 모두 뚫려 있어 주변 경치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는 게 장점. 대청마루에 앉아 내려다보면 배롱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밀양강이 장관이다.
이런 풍경이라면 깜깜한 밤, 강물이 비친 달그림자에 반할 수밖에.
월연정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과의 조화다. 최대한 자연을 살려 지은 건물 주변으로 영월간, 수조대, 탁족암 등 다양한 유적과 백송, 오죽, 진시 등 희귀한 나무가 어우러져 완성된 월연정 풍경. 우리나라 전통 정원의 단아한 매력과 조선 정원의 청아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주소 경남 밀양시 용평로 330-7
문의 055-359-5639
여름 수국의 천국
그레이스정원
여름의 길목에 들어서면 영롱한 보랏빛으로 인사를 건네는 수국. 개화 소식이 들려올 때면 만개한 수국을 찾아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따뜻한 곳일수록 더 일찍 피고 오래 볼 수 있어 주로 남쪽 지방에 수국 명소가 많은데, 가장 먼저 손꼽히는 곳이 바로 그레이스정원이다. 개장 첫해부터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는데, 수국정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2020년 개장한 그레이스정원은 경남 고성의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다. 백암산 뒤편에 위치한 이곳은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들여 가꾼 정원이다. 여러 갈래의 산책로와 숲속 트레킹,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연못, 형형색색의 빛과 향기를 뽐내는 꽃이 16만 평 규모의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레이스정원 곳곳에는 오랜 시간 정성스러운 손길로 키워낸 수국 수십만 그루가 탐스럽게 피어 있다. 산수국 같은 재래종은 물론 다양한 품종의 수국이 있어 찬찬히 둘러보며 특징과 차이점을 비교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이곳의 백미는 단연 메타세쿼이아 길. 하늘을 향해 웅장하게 뻗어 있는 메타세쿼이아와 짙은 녹음 위에 흩뿌려져 있는 듯한 수국의 조화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정원 한 바퀴를 도는 데는 1시간 반 남짓이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에 담고 싶은 풍경이 많아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가는 게 좋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보랏빛 비비추정원, 졸졸 흐르는 개울물소리가 정겨운 에메랄드그린숲, 이국적인 돌계단 등이 자꾸만 걸음을 멈춰 세운다. 숲속 교회, 숲속 도서관, 바람의 언덕, 연못 등 정원 구석구석 다양한 볼거리가 걷는 재미를 더한다. 탐스러운 수국과 함께 무르익는 계절, 그레이스정원에서 꽃놀이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주소 경남 고성군 상리면 삼상로 1312-71
문의 055-673-1803
사계절 싱그러운
아름다운정원화수목
순천만정원이 국가정원 1호라면, 충남 천안에는 1호 민간정원이 있다. 바로 ‘아름다운정원화수목’이다. 독특한 이름은 꽃을 뜻하는 화(火), 물을 의미하는 수(水), 나무인 목(木)을 합쳐 지었다. 꽃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물과 같이 대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나무처럼 단단하고 포근한 터전으로 자리하겠다는 의미다. 개인이 일군 정원이지만 일반인과 공유함으로써 공익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민간정원의 의미 또한 매우 깊다.
아름다운정원화수목은 사계절 아름다운 꽃이 가득하다. 봄꽃 수선화와 튤립부터 늦가을에 만날 수 있는 국화와 핑크뮬리까지 300여 종이 넘는 꽃이 계절마다 정원을 물들이기 때문. 좋아하는 꽃이 있다면 개화 시기에 맞춰 방문하거나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하는 꽃 페스티벌 정보를 먼저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 언제 찾아도 계절의 변화 속에 피어난 꽃들이 제각기 아름다움을 뽐내며 찾는 이들을 반긴다.
아름다운정원화수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다양한 조형물이다. 정원 곳곳에서 식물 틈 사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석부작길에서는 제주 현무암으로 만든 조각품을 보며 걷는 재미를 더하고, 100m 인공폭포 아래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뒷산 산책로 언덕에 오르면 곧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정원이 한눈에 펼쳐지는데, 반대편에 마주하고 있는 흑성산 풍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현무암으로 만든 돌모루 개울길과 동백나무, 귤나무 등 내륙지방에서 보기 힘든 제주 나무를 한데 모은 탐라식물원도 들러봄 직하다. 너른 잔디광장에서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정원 안에는 한식당과 베이커리 카페가 있어 산책 후 허기를 달래기에 제격. 통창으로 보이는 정원을 감상하며 식사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정원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 아름다운정원화수목. 언제 찾아도 아름다운 꽃과 싱그러운 자연이 반기는 이곳에서 삶에 쉼표 하나 더할 수 있기를.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교천지산길 175
문의 0507-1407-4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