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따뜻하게 해주는 글귀
흔들리지 않는 희망과 삶의 행복을 보여주는 책.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아침산책>
자연의 소리로 그득한 시인 김용택이 5년 만에 발표한 신작 에세이. 시인이 나고 현재까지 살고 있는 전북 임실 진메마을은 시인의 마음이 자라고 무성해진 시인의 모태이다. 시인은 느리게 마을을 산책하고 책상에 안겨 매일 글을 썼다. 시인은 농고를 졸업하고 임실 덕치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1982년 시인으로 등단한다. 재직 중에는 아이들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작품을 발표했고, 퇴직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에서의 삶을 그린 투박하고도 수수한 감동의 글을 썼다. <아침산책>은 특히 자신을 키워준 마을의 자연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그가 거닐었던 수많은 산책길의 기억이 시가 되고 산문이 되고 결국 선물 같은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진 것. “삶은 주름 같은 것이랍니다. 다치면 아물고 아문 곳이 또 아프고….” 자연에 대한 깊고도 소박한 통찰이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하다.
지은이 김용택
펴낸 곳 나남
당당한 삶을 그리는
<그럴 수 있어>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24년 그리고 시대와 장르를 초월해서 53년간 가수로 사랑받아온 양희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에세이. 참 어른이 귀한 시대, 올해로 72년을 살아온 어른 양희은만의 내공과 경험이 잘 절여진 김장배추처럼 묵직한 간이 되어 페이지 곳곳에 배어 있다. 양희은은 관계를 수영에 비유한다. 수영의 기본은 힘을 빼는 것이다. 잔뜩 힘을 주지 않고 천천히 다가서고 사람이 물에 녹아가는 것처럼 관계를 맺는다면 비로소 그 사람을 제대로 알게 될 것이라는 그녀의 믿음에 신뢰가 간다. 반백 년 넘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수많은 풍파를 겪고 상처도 많았던 그녀가 전하는 위로는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는 백신처럼 묵직하고도 뻐근하며 덤덤하기까지 하다. 위기와 고난의 터널 속을 지나고 있다면 “하늘에서 느닷없는 똥바가지가 떨어졌고 하필 그 자리에 있어 맞을 뿐, 그러니 니 잘못이 아니야 고개 빳빳이 들고 다녀”라고 하는 그녀의 위로를 담아도 좋다.
지은이 양희은
펴낸 곳 웅진지식하우스
가슴에 오래 남을 명대사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우리 인생을 가까이 본다면 드라마가 아닌 것이 없고 모두가 저마다의 드라마를 쓰면서 살아간다. 물론 우리 인생 속 대사가 모두 주옥같은 명대사가 아닐지라도 말이다.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드라마의 명대사에 살을 붙이고 주석을 달아 지친 하루 우리가 숨 쉴 곁을 내주는 에세이로 연장시켰다.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선재 업고 튀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저자가 드라마 속 다양한 인물들이 한 대사를 따서 자신만의 색으로 써 내려간 글에는 드라마가 남긴 여운에 감성이 더해져 깊은 무게와 감동이 전해진다. <나의 아저씨>에서 주인공 동훈은 지안에게 “인생은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라는 위로를 건넨다. 여기에 저자는 아무리 비바람이 불어도 단단한 내력이 있다면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게 해준다.
지은이 정덕현
펴낸 곳 페이지2북스
지친 삶에 에너지를 더하는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이 책의 번지수는 행복이 아니라 불행에 대한 수비력과 면역력을 키워주는 58가지 인생 이야기다. 저자는 인간의 삶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행해지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행복이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고 희망 없이도 내일을 향해 절망 없이 행진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일상적인 삶과 평범한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평범한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가장 행복해지는 방법에는 어쩌면 행복이 없을지도 모른다. 불행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나는 죽고 싶다 말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그저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을 뿐. 부정으로 똘똘 뭉친 내 마음을 부술 긍정을 찾아내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을 뿐이다. 이른바 합리적 긍정을 말이다.” 복잡하고 치열한 행복론을 내려놓고 단순하게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 책에서 위로와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태수
펴낸 곳 페이지2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