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떡없는 관절 건강을 위해
관절 질환은 날씨에 민감하다. 아침저녁 일교차가 커지면 근육과 혈관이 수축돼 유연성이 감소하고 혈액순환이 저하된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가을, 관절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선선해진 날씨에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 단풍놀이나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운동을 시작하면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관절이 약한 중년 여성이나 노년층의 경우 산길을 오르내릴 때 자기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발이 꼬이거나 걸음걸이가 흐트러져 발목을 삐거나 관절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무릎이 아픈 사람의 경우 무릎을 구부렸다 펼 때 무릎 주위 근육이나 힘줄에 무리가 생겨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또한 평소 운동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무릎관절 주위의 근육·인대·관절막이 굳어져 있기 때문에 갑자기 산행을 하면 허벅지·종아리·허리 등에 근육통이 생길 수 있다. 무리하게 걷거나 넘어지면 무릎, 발목관절이 손상되고 심각한 골절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발목염좌
가을 산행 사고 중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발목을 삐는 발목염좌다. 산길은 바위와 나무뿌리 등이 곳곳에 있어 잠깐의 방심으로도 발목을 접질리기 십상이다. 주로 종아리뼈와 발뼈를 연결하는 발목인대가 손상을 입어 발생한다.
발목염좌는 통증 및 증상이 심한 정도로 단계를 나눌 수 있다. 인대가 늘어난 것을 염좌라고 하고, 보통 2~3주가 지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가벼운 손상이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을 삐끗하게 된다면 발목불안정증일 가능성도 있다. 발목불안정증은 발목염좌로 인대가 손상되면서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안정감이 떨어져 자주 발을 접질리는 만성 질환이다. 발목염좌가 발생한 사람의 30% 정도가 만성 발목불안정증을 겪기 때문에 초기 염좌 치료가 중요하다. 증상이 경미한 1도 염좌는 영상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도 치료법을 결정하는 데 필수적 요소가 아니어서 엑스레이나 초음파, MRI 등의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초기에 적절한 치료 후 발목 주위의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통해 만성 발목불안정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발목이 심하게 붓고 압통이 있으며, 부상 발생 3~4일 후 멍이 드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2도 염좌일 가능성이 크다. 2도 염좌는 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된 경우를 말한다. 파열의 정도가 심할수록 내부 출혈이 커져 발목인대가 있는 복숭아뼈 주변에 멍이 드는 것. 증상과 회복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2도 염좌 치료를 위해서는 보통 3~4주 동안의 석고 고정과 이후 보조기 착용이 필요하다.
3도 염좌는 인대가 완전히 파열된 경우를 말한다. 발목이 심하게 꺾인 경우에는 인대뿐 아니라 신경까지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3도 발목염좌 환자 10명 중 8명에서 비골 및 경골 신경 손상이 나타난다. 발목염좌로 인한 통증 외에도 저릿한 통증과 화끈거리는 느낌이 든다면 신경 손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발목을 접질렸을 경우 대처법은 다친 발목에 체중부하가 실리지 않도록 최대한 휴식을 취하고, 냉찜질을 한다. 또 압박붕대나 압박스타킹을 발목에 감거나 고정기를 덧대 부상 부위를 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잠을 잘 때는 다리 밑에 베개를 괴어 심장보다 높게 다리를 올려주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병원을 찾아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노년층은 ‘무릎 퇴행성관절염’ 주의
체중이 1kg 증가하면 무릎관절에는 4~7배가량의 부하가 걸려 무릎연골 손상을 재촉하게 된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점진적으로 손상되거나 변화하여 뼈와 인대 등에 염증 및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비만인 경우 체중의 대부분이 무릎 안쪽으로 집중돼 관절의 변형 및 손상을 부추긴다. 또 관절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져 운동 범위가 줄어들거나, 관절 주위에 부종이나 압통이 나타나며 관절운동 시 마찰음이 느껴진다면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산행을 할 경우 무릎관절에 미치는 부하는 더욱 커지고 고통도 그만큼 심해진다.
퇴행성관절염은 초기에 발견하면 주사나 약물치료, 물리치료, 운동요법을 병행하여 치료가 가능하다. 이때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다이어트를 함께 하는 것이 증세 호전에 도움이 된다. 무작정 과격한 운동을 하기보다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운동량과 강도를 서서히 늘려가는 것이 좋다. 또한 대표적인 무릎관절 부상으로는 반월상연골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월상연골은 무릎관절 안쪽과 바깥쪽에 각각 있는 반달 모양처럼 생긴 연골이다. 무릎을 안정시키고 충격을 흡수해 관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산하는 길에 무릎이 지속해서 충격을 받거나 미끄러질 때,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 때 쉽게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등산 후 무릎 통증이 계속 나타나거나 붓고 뻑뻑한 느낌, 무릎이 완전히 펴지지 않고 걸리는 느낌, 삐걱거리는 느낌 등이 있으면 반월상연골에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반월상연골은 나이가 들수록 쉽게 찢어질 수 있어 중장년층은 더 주의해야 한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무릎이 앞쪽으로 빠지거나 회전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무릎 내 구조물인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이다. 경도 파열을 제외하고는 스스로 회복이 불가능하다. 십자인대 파열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만성적으로 무릎관절에 불안정함을 느낄 수 있다. 또 관절 연골에 비정상적인 부하가 지속되면서 연골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절 건강을 지키는 방법
등산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발목염좌, 무릎관절 질환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스트레칭이 중요하다. 산행 전 발목과 손목, 무릎, 허리 등 전신 스트레칭을 진행해 근육과 인대의 유연성을 높여주는 것이 좋다. 하산할 때는 발 밑을 잘 보면서 보폭을 좁혀 걸으면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또 내리막길에서 본인 체중의 약 5배가 앞쪽으로 쏠려 관절 및 허리 등의 각 부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평지에서보다 절반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걸으며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발목을 안정감 있게 잡아주고 발바닥을 견고하게 받쳐주는 등산화를 신는 것도 중요하다. 등산 스틱은 균형 잡는 것을 도와주면서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과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어 활용하는 것이 좋다.
무릎에 부상을 입으면 통증과 부기 등을 감소시키기 위해 안정을 취하고 1~2주간 압박붕대, 부목, 석고붕대 등을 사용해 급성 증상을 완화시킨다. 보존적 치료를 진행하지만 경과에 따라 적극적인 병원 치료가 필요한 사례도 종종 있다. 증상이 심하다면 빨리 병원에 방문해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등산은 전신의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키고 심폐기능을 향상시켜 큰 운동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섣불리 나서면 안전사고나 관절·근육 손상 등의 부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중장년층은 체력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산행으로 예상치 못한 사고를 겪을 위험이 높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관절 건강을 지키며 안전하고 즐거운 가을 산행을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