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없는 건강한 연말을 위하여
술자리가 많아지는 시기, 적당한 음주는 삶의 활력소가 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몸에 무리를 준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과음이 유발하는 질환과 술병의 원인과 증상, 예방 및 해소법에 대해 알아보고 연말 건강한 음주 문화를 제안한다.
술의 대사와 숙취의 원인
술이 몸에 흡수 및 대사되는 과정을 보면 입안에서 극소량을 흡수하고, 위에서 20%, 나머지는 소장에서 흡수한다. 흡수된 알코올은 혈관을 통해 간으로 가고, 90% 이상이 간에서 분비되는 알코올 분해 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를 거쳐 다시 아세트산으로 분해된다. 한 시간에 보통 10~15g 정도의 알코올이 분해되는데, 만일 과음하면 간이 제대로 분해하지 못해 손상된다.
숙취는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신 사람이 경험하는 유쾌하지 못한 신체적∙정신적 증상이다. 전날 마신 술 때문에 다음 날까지 두통, 근육통, 구역질, 어지러움, 권태감, 무기력증 등 몸을 고달프게 하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숙취의 주된 원인은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 때문인데, 이것의 양이 많아지면 혈압이 저하되고, 뇌로 가는 혈액순환이 잘 안 되어 두통이 생긴다.
숙취 때문에 기운이 없고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쓰리며 심하면 토하기도 하는 것은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위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음주 후에는 입안이 마르는 등 탈수 증세가 나타난다. 이는 알코올이 분해될 때 수분이 쓰이는 데다 알코올의 이뇨 작용으로 소변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숙취 예방과 해소법 7
❶ 물을 많이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를 희석시키고, 술로 인한 탈수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말을 많이 하거나 노래를 하면 호흡을 통해 알코올 대사물이 빨리 배출되므로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느리게 흡수되므로, 숙취를 줄이려면 음주 전에 반드시 식사를 하고 물을 넉넉히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음식을 섭취하면서 술을 천천히 마시면 여러 가지 영양소가 간장 기능을 활성화하므로 알코올 분해가 잘된다. 술을 마시면서 기름진 안주를 먹으면 지방간과 복부 비만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달걀이나 치즈, 과일 등이 적당하다.
❷ 간세포의 재생을 돕는 두부, 고기, 생선, 치즈 등의 고단백질 음식을 안주로 먹는 것이 숙취 예방에 도움이 된다. 혹사당한 간세포를 회복시키기 위해 잠자고 일어난 후에는 야채주스, 보리차, 생수, 우유 등을 마시는 게 좋다. 또한 꿀물이나 사과, 딸기, 감귤, 키위주스 등을 마시면 음주로 인해 떨어진 혈당을 높일 수 있다. 간에 손상을 주는 정도는 술의 종류와는 관계없고, 단지 알코올 함량이 문제가 된다. 또한 매일 술을 마시는 경우 간 손상 위험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에 일주일에 최소 3~4일 정도는 금주하는 것이 좋다.
❸ 숙취가 심할 때는 단것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불쾌감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술 마신 후 과일 혹은 꿀이나 홍차, 주스를 먹으면 과당이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고 아세트알데히드의 농도를 저하시킨다. 몸속에서 술이 분해되기 위해서는 수분이 많이 필요하므로, 술자리 중간중간 물을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탈수 증상이 있을 때는 물, 차, 스포츠음료 등으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준다. 알코올이 분해될 때 수분이 사용되며, 알코올의 이뇨 작용으로 소변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뇨 작용이 있는 커피와 홍차 등 카페인 음료의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한다. 피자나 치킨 등 기름진 음식은 알코올 분해를 방해하고,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숙취 해소에 적합하지 않다.
❹ 콩나물 뿌리에는 알코올 분해 과정을 촉진하는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들어 있고 비타민 C도 풍부하다. 콩나물국이 해장에 좋은 이유며 잠들기 전후 먹으면 도움이 된다. 북엇국에는 음주로 인해 생긴 유해 산소를 없애는 메티오닌이 함유되어 있다. 또 북어는 다른 생선보다 지방 함량이 적기 때문에 담백하고 개운하며 술로 피로해진 간을 보호해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조개에 들어 있는 타우린과 베타인 성분은 강장효과가 있으며, 술을 먹은 뒤 간장을 보호해주는 기능을 하므로 시원한 조갯국도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다. 철분과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는 선지와 콩나물, 무 등을 함께 끓인 선짓국은 영양의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피로한 몸에 활력을 주고 술독을 풀어준다. 우유에는 칼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잠자리를 편안하게 하므로 자기 전에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 숙면할 수 있다.
❺ 유자차는 알코올 대사에 소비되는 비타민 C 함유량이 높아 술독을 풀고, 입 냄새를 없애주므로, 유자차를 따끈하게 끓여 마시는 것도 좋다. 녹찻잎에는 술의 주성분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폴리페놀이 있어서 숙취를 푸는 데 좋다. 진하게 여러 번 마시면 더 효과적이다. 이 밖에 칡뿌리, 보이차, 헛개차, 오리나무 등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❻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면 숙취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평소 편식을 하지 말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여 간장의 기능을 좋게 해두면 숙취로 고생을 덜 한다. 무엇보다 숙취 예방의 지름길은 적당한 음주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하루 두 잔 이하, 여자나 노인은 하루 한 잔 이하가 알맞다. 또한 술을 섞으면 알코올 농도가 체내에서 가장 빨리 흡수되는 20% 안팎이 되기 때문에 술의 종류를 바꿀 때는 약한 술에서 독한 술의 순서로 마시는 게 좋다.
❼ 음주한 다음 날에는 해장술을 피해야 하는데, 처리해야 할 알코올 양이 늘어나게 되므로 간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숙취가 있을 때 해장술을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뿐해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새로 들어간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의 작용을 잠시 막아주기 때문으로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 음주 중 흡연은 알코올 분해를 더디게 하고 인체의 산소 결핍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 술을 깨거나 숙취를 없애기 위해 찜질방을 찾는 것은 해롭다. 음주자는 체내 수분이 부족한데, 찜질방에서 땀까지 심하게 흘리면 위험해질 수 있다.
음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질환 7
1 소화불량
우리가 마시는 술은 구강, 식도를 통해 위장에 도달하는데 20~30%는 위에서 흡수되고, 나머지 대부분은 소장 및 대장에서 흡수된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의 75%는 위염 또는 위궤양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헬리코박터균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이 음주를 많이 하면 위염이나 위궤양이 생길 확률이 더 높아진다.
2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지방간은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로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된 상태다. 초기 증상은 약하지만 간이 부어 비대해지는 만큼 상복부 불편감이나 식욕부진, 소화불량, 피로감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초기 증상이 약해 계속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금주다. 단백질과 비타민 등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면 1~6주 이내에 회복될 수 있지만 악화되면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3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염은 간세포의 괴사 및 염증이 발생한 상태다. 흔히 급성 증세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간경변으로 이어지는 만성질환의 형태를 보인다. 증상은 피로감, 식욕부진, 체중 감소, 황달, 발열, 오른쪽 복부 통증 등이며 드물게는 복수, 간성뇌증, 상부 위장관 출혈 등의 간부전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알코올성 간염은 간경변증의 전단계로 간조직 검사를 해보면 흉터가 생기는 섬유화가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일부 연구에서는 알코올성 간염 환자의 절반가량이 이미 경변증을 가지고 있었다는 보고도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금주는 물론 단백질 공급이 아주 중요하다.
4 알코올성 간경변증
간세포가 죽고 상처 조직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 간이 이미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다. 간에서 단백질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지혈이 잘 안 되고 쉽게 멍이 든다. 간의 주요 기능인 해독 작용도 못하게 돼 의식이 흐려지고 심하면 혼수상태가 되기도 한다. 간문맥의 압력이 높아져 배에 물이 차고, 심하면 식도 정맥류가 파열돼 피를 토하거나 혈변이 나타날 수 있다. 간경변증으로 진단되면 향후 5년간 생존율은 금주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서는 완전히 술을 끊어야 한다. 간경변증의 약 25%가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5 심혈관질환
술은 심장질환, 관상동맥질환, 부정맥 등을 유발하며 혈액의 순환과 심장 수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성 심장질환은 알코올과 알코올의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직접 심근에 손상을 줘 발생한다. 알코올은 심장의 전도계에도 영향을 미쳐 심장박동을 불규칙하게 만든다. 또한 알코올 소모량이 많은 사람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질환의 발생률이 높다. 상습적으로 오랫동안 과음하는 사람의 경우 고혈압 발생률도 증가한다.
6 알코올 의존증
알코올 의존증은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 또는 알코올리즘으로 불린다. 미국의학협회는 알코올 의존을 ‘지속적이고 과다한 음주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상당한 신체적, 심리적 기능장애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라고 정의했다. 이 질환은 보통 초기와 중기, 말기로 나뉘는데 초기에는 2~3일간 술을 마시고 몸이 회복되면 다시 음주를 시작한다. 평일에는 자제하지만 주말에 몰아 마시는 경우가 많다. 중기는 술 없이 살아갈 자신이 없어지며 주로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신다. 집에 술을 숨기거나 몰래 마시기도 한다. 말기에는 술 때문에 사고를 저지르는 경우가 생기며 종일 술을 입에 달고 산다. 체중이 감소하며 신체적 폐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까지 생기게 된다. 알코올성 치매, 정신병 등이 수반되며 때로는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7 알코올성 치매
노인성 치매보다 더 심각한 게 바로 알코올성 치매다. 술을 많이 마시면 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가 손상된다. 알코올 의존자나 술을 오래 마신 사람들의 뇌를 단층 촬영해보면 해마 부분이 찌그러져 있다. 술을 마시면서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 현상’의 초기에는 뇌 기능에만 문제가 생길 뿐 구조에는 변화가 없지만 블랙아웃이 반복될 경우 뇌가 쪼그라들면서 뇌 중앙에 비어 있는 공간인 뇌실이 넓어지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알코올성 치매로 진단된다. 건망증은 시간이 지나면 바로 기억이 회복되지만 알코올성 치매는 시간이 지나도 자기가 하려던 행위를 좀처럼 기억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전체 치매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알코올성 치매는 노인성 치매와 달리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 쪽에서 먼저 시작되기 때문에 화를 잘 내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등 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 특징도 있다.
우리나라 한 해 술 소비량의 3분의 1이 연말 시즌에 몰려 있다고 할 정도로 과음하기 쉬운 시기다. 한 해 동안의 시름을 술로 달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는데, 과음은 마음을 달래기에 앞서 몸을 먼저 축내기 십상이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벌써 몇 번의 대면 모임을 거치며 몸이 피로해져서 남아 있는 모임과 회식이 두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술 마신 후 반복적으로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몸이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몸이 말하는 숙취 증상을 통해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숙취 관리 방법을 잘 기억해 건강한 연말을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