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이 사랑하는 휴양지, 몰타
올여름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는 여행자도 꽤 많을 것이다. 대부분 동남아시아나 괌, 사이판 일대로 향할 테다. 하지만 조금 더 특별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바로 유럽인이 사랑하는 지중해의 낙원, 몰타다.
몰타 여행의 관문이자 요새, 발레타
몰타의 수도, 발레타(Valletta)는 몰타에서 가장 큰 몰타 섬에 있다. 또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도시이자 난공불락의 요새다. 대항해시대 몰타는 군사적으로 꽤 유리한 거점이었다. 북아프리카의 항로를 기습하기에 가장 가까운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을 점령하려는 외세의 침략이 잦았다.
16세기 중반, 터키 오스만제국의 술레이만 1세는 몰타를 점령하기 위해 대대적인 병력을 파병했는데, 자연 요새에 가까운 발레타 함락에 실패하고 만다. 8,000명 정도의 병력으로 최대 4만 명에 달하는 제국을 상대로 승리한 것이다. 오스만제국과의 전투 경험으로 더욱 견고한 지금의 요새가 건설됐다. 당시 몰타의 기사단장이던 장 파리조 드 라 발레트의 지휘 아래 지금의 아름다운 항구가 탄생했다.
먹고 먹히는 유럽사를 뒤로하고, 영국령이던 몰타는 1964년 독립에 성공했다. 1980년 발레타 시 전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만큼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덕분에 여행자는 지금도 중세의 시간에 멈춘 건물과 거리를 구경할 수 있다. 혹자는 몰타의 발레타를 가리켜, ‘유럽 문화의 수도’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요새에 가까운 발레타 항구의 모습을 파노라마 전망으로 조망하고 싶다면, 어퍼 바라카 가든이나 로어 바라카 가든으로 향하면 된다. 두 곳 모두 발레타 항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이왕이면 조금 더 위쪽에 자리한 어퍼 바라카 가든 전망대를 추천한다. 낮이든 밤이든 전망대를 찾으면, 바다 건너편 도시를 시원하게 눈에 담을 수 있어 외국인 여행자는 물론 현지인도 사랑하는 휴식처다.
발레타 항구만큼 유명한 명소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 성 요한 대성당은 발레타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장소다. 16세기 후반, 몰타 기사단이 그리스도의 수세례자 성 요한을 기리기 위해 세운 대성당이다. 그렇기에 발레타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당 바닥은 몰타를 지키다 장렬히 전사한 기사들의 무덤이 자리하고, 측면에는 몰타 기사단을 이루는 8그룹의 예배당이 있다. 메인 성당 부속 미술관 내부에는 로마에서 활약했던 화가, 카라바조의 그림을 구경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성 요한의 참수’가 매우 유명하다. 당시 카라바조는 난폭했던 기질로 범죄를 저지르고 발레타로 피신해 몰타 기사단의 보호 아래 섬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성 요한 대성당 외에도 대통령과 정부기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사단장의 궁전, 고고학박물관, 전쟁박물관, 마누엘 극장 등이 발레타의 주요 관람 포인트다.
당일치기로 즐기는 고조 섬 투어
몰타 섬 서북쪽, 11시 방향에는 고조 섬이 자리하고 있다. 보통 몰타를 찾은 여행자가 당일치기로 다녀오거나, 시간이 충분한 여행자는 며칠 짐을 풀고 푹 쉬기도 한다. 기원전 5000년 무렵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하니 고고학적, 역사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섬이라고 볼 수 있다.
수천 년의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이 생동하는 고조 섬은 몰타 섬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그리 먼 거리가 아닌데, 서로 다른 언어를 쓸 정도다. 풍광마저 매우 달라 배를 타고 고조 섬에 도착하면, 마치 다른 나라를 찾은 듯한 기분도 든다. 참고로 몰타 섬과 고조 섬은 뱃길로 대략 25분 거리다.
고조 섬의 중심 도시는 빅토리아(Victoria)다. 도시에서 가장 높은 장소에 자리한 요새, 시타델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다. 16세기 중반, 북아프리카 해적들은 끊임없이 고조 섬을 침략했는데, 시타델은 그들에게 대항했던 곳이자 피난처 역할을 했던 장소다. 오랜 세월이 흘러 지금은 멋진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 오르면, 주변 평원은 물론 지중해까지 고조 섬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고조 대성당이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로 멀리서도 우뚝 솟은 첨탑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조 대성당보다 여행자에게 주목받는 성당이 하나 더 있다. 고조 페리 선착장 기준으로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떨어진 타피누 성당이다.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지어진 타피누 성당은 모든 이들 사이에서 ‘기적의 성당’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하다. 오래전에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 밭일을 하던 소녀에게 성모마리아의 음성이 들려왔다. 소녀는 기도하라는 계시를 받았는데, 이후 어머니의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 고조 섬을 찾는 여행자들은 이 성당을 방문해 저마다의 기도를 올리며, 건강운, 합격운, 재물운 따위의 소원을 빈다. 성당 자체도 유명하지만, 뒤쪽으로 펼쳐지는 새파란 지중해의 풍광도 멋지다.
그 밖에도 고조 섬에는 유명한 포인트가 더러 있다. 로마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솔트판 염전, 고조 섬에서 매우 아름다운 항구로 거론되는 슬렌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칼립소 동굴, 빨간 모래를 구경할 수 있는 람라 해변, 휴양지로 유명한 마살폰 등이 대표적이다.
휴양의 정석, 세인트 줄리언스
몰타 섬은 크고 작은 도시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휴양을 목적으로 몰타를 찾은 여행자는 섬 전역에 자리한 작은 도시에서 짐을 풀기 마련이다. 수도 발레타에서 며칠 머문 여행자는 다른 도시를 기웃거리는데, 북쪽에 자리한 고급 휴양지인 세인트 줄리언스(St. Julian’s)도 꽤 훌륭한 선택지다. 세인트 줄리언스를 찾으면 놀랍게도 우리나라 젊은 여행자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세계적인 어학연수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를 습득하기 위해 몰타로 떠난다고 하면, 십중팔구 세인트 줄리언스로 온다고 보면 된다.
이 작은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세인트 조지 해변이다. 일단 학교에서 가깝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몰타에서 공부하고 있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해변이다.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을 즐기다 해변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현지인도 많다. 해변을 낀 도로를 따라 분위기 있는 카페도 즐비하다. 카페에 앉아 마치 하늘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새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보내도 좋다. 화창한 날에 쪽빛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알록달록한 요트를 배경으로 대충 사진을 찍어도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수도 발레타와 마찬가지로 세인트 줄리언스에도 중세의 시간에 멈춘 듯한 아름다운 건물과 거리가 즐비하다. 도심 외곽 발루타 베이에 자리한 신고딕 양식의 카르멜산의 성모교회, 구 교구교회 등의 건물이 대표적이다. 낮에는 물론 야경도 구경할 만하기에, 세인트 줄리언스에 짐을 풀었다면, 산책 삼아 자주 찾아보길 바란다.
세인트 줄리언스는 쪽빛 바다로도 유명하지만, 흥겨운 펍과 클럽,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홍대 거리처럼 개성 넘치는 펍과 클럽이 많다. 해가 지면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는 파처빌 근처는 몰타 나이트라이프의 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인트 조지 해변과 가까워 두 지역을 오가는 여행자도 꽤 많다.
세인트 줄리언스 일대의 바다는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주변 바다가 깨끗하고 시야가 좋기 때문에 초보자는 물론 숙련자까지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세인트 줄리언스 주변의 바다에는 난파선과 기암괴석, 기묘한 해양생물이 많아 지루하지 않다. 스쿠버다이빙은 물론 스노클링과 요트 투어 같은 수상 액티비티도 덩달아 인기다. 그저 보트에 올라 유람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이미 즐겁다. 여긴 지중해의 낙원, 몰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