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보러 가는 길
낮의 활동 못지않게 한밤에도 즐거움은 계속된다. 고요하다 못해 적요한, 별 헤는 밤의 잊지 못할 순간들.
이보다 더 몽환적일 순 없을걸,
안반데기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로맨틱한 말과 달리 밤하늘의 별을 ‘제대로’ 관측하려면 조건이 꽤 까다롭다. 미세먼지나 구름이 없는 맑은 날씨, 빛 공해를 받지 않는 고지대, 그리고 초승이나 그믐처럼 달이 밝지 않은 밤이어야 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천지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적기는 봄부터 가을 사이로, 7~8월 한여름에 가장 선명하다.
강릉 여행에서 경포대만큼이나 손꼽히는 안반데기는 유명한 SNS 사진 명소다. 이곳은 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해발 1,100m에 조성된 드넓은 고랭지 채소밭으로, ‘구름 위의 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계절에 따라, 그리고 심는 작물에 따라 안반데기의 풍광은 사시사철 변한다. 봄에는 노란 호밀 물결이 일렁이고, 여름엔 흐드러지게 핀 하얀 감자꽃과 초록 배추, 그리고 겨울에는 백설기처럼 뽀얀 설경이 광야처럼 펼쳐진다. 피고 지는 계절과 상관없이 느릿느릿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만이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한 폭의 풍경화 같은 낮이 저물고 밤이 찾아오면 안반데기는 광활한 우주를 방불케 한다. 사방을 에워싸듯 펼쳐지는 별 무리의 향연은 아름답다 못해 자연의 숭고함마저 느껴질 정도. ‘은하수 성지’다운 면모는 절로 감탄을 불러일으키지만,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어둡고 좁은 오르막길을 운전해야 하는 점은 조금 힘들 수 있다. 밤에도 별을 보러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지만 취식 및 차박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내비게이션에 ‘와우 안반데기’라는 카페를 검색하고 가면 인근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어 편하다. 안반데기 최상의 별 관측 장소였던 멍에전망대는 현재 폐쇄된 상태로, 아쉽지만 일출전망대 혹은 자신만의 감상 포인트를 찾아 별멍(별 보며 멍하기)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른 새벽에 방문하면 별과 함께 일출까지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길 428
천문도 배우고 별도 감상하고
서울 근교 가장 많은 별이 보이는
중미산천문대
불야성을 이루는 서울을 떠나 차로 약 40분만 달리면 우주의 신비로운 품속에 닿는다. 중미산천문대는 서울 인근에서 가장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다. 해발 437km의 중미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소음은 물론 한 줌의 빛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적막강산을 이룬다. 낮에는 자연 생태 학습 프로그램을, 방학 중에는 천문과학캠프를 개최해 가족 체험 학습 장소로 인기다. 일일 50명 한정으로 별 보기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기상 문제로 별을 보지 못한 경우 1년 이내 재방문할 수 있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중미산로 1268
문의 0507-1319-0306
별을 사랑한 이의 발자취,
조경철천문대

해발 1,046m 광덕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우주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들 만큼 별로 가득하다. 우리나라 1세대 천문학자이자 현대 천문학 발전에 공헌한 조경철 박사가 생전 별을 보던 자리에 세워진 조경철천문대는 국내 시민 천문대 중 가장 높은 곳에 세워졌다. 천문대 2층은 천문학의 역사와 망원경의 구조, 태양계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 전시관으로 운영되며, 3층에서 별자리에 대한 설명과 천체망원경을 통해 직접 별을 관찰할 수 있다.
주소 강원도 화천군 천문대길 431
문의 033-818-1929
밤하늘 가는 길,
별마로천문대

칠흑 같은 영월의 밤은 별을 관측하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별 관측 일수가 국내 평균 100일인 데 반해 영월은 160~190일에 달한다. 그야말로 별빛이 쏟아져 내린다. 해발 800m 봉래산 정상에 자리한 별마로천문대는 영월을 대표하는 별 구경 명소로 ‘별이 보이는 고요한 정상’이란 뜻을 품고 있다. 천문대에 굳이 입장하지 않아도 건물 외부 주차장에서 머리 위로는 별을, 발아래로는 영월의 야경을 한가득 눈에 담을 수 있어 영월의 밤을 즐기기에 이상적이다.
주소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천문대길 397
문의 033-372-8445
제주의 푸른 밤,
제주별빛누리공원
별빛누리공원은 제주 시내와 앞바다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간 관광 명소이자 4D영상관, 천체투영실, 천체관측실을 두루 갖춘 천문 우주 과학관이다. 특히 천체투영실의 반구 모양의 돔 영상 시스템은 국내 최고 수준의 고해상도를 자랑하며 스크린을 통해 사계절 별자리와 우주 영상물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3층 주관측실에는 600mm 카세그레인식 반사망원경을 통해 성단과 성운 등 평소 접하기 힘든 별들을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관측할 수 있다.
주소 제주 제주시 선돌목동길 60
문의 064-728-8900
별멍의 즐거움, 이 맛에 캠핑하지!
철쭉과 은하수의 컬래버레이션,
황매산 오토캠핑장

합천 황매산은 우리나라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별 사진 출사지로 유명하다. 구름 없는 맑은 날엔 육안으로도 어렵지 않게 은하수를 관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5월에는 해발 800~900m의 드넓은 평원에 연분홍 철쭉이 만개하며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계절보다도 봄은 황매산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황매산 오토캠핑장은 해발 850m 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덕분에 막힘 없이 탁 트인 시원한 뷰를 자랑한다. 사시사철 예약이 꽉 찰 만큼 인기 있는 캠핑 명소로, 캠핑과 등산을 동시에 즐기려는 캠퍼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하다. 해발고도가 높아 여름에도 해충의 방해 없이 시원하고 조용한 산중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산새도 우짖지 않는 밤, 눈에 보이는 거라곤 까만 밤하늘에 보석처럼 총총히 박힌 별 무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사각거리는 풀잎 소리, 희미하게 번지는 철쭉꽃 향기가 전부인 캠핑장의 밤은 낭만 그 자체다.
주소 경남 합천군 가회면 황매산공원길 331
문의 010-9258-5233
백패킹 성지, 굴업도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일수록 청정 자연의 순결함이 살아 있다. 굴업도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릴 만큼 순수한 자연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는 백패킹의 성지다. 드넓은 초원 위에 텐트 하나 치고, 파도 소리를 배경음 삼아 은하수를 감상하기 위해 배낭을 짊어진 백패커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정부터가 만만찮다. 인천항에서 배편을 잘 맞춰도 최소 3시간, 최대 6시간이 걸린다. 덕적도를 거쳐야만 굴업도에 닿을 수 있고, 홀숫날과 짝숫날에 따라 노선이 달라지기에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려면 홀숫날을 고르는 것이 방법이다. 배에서 내린 백패커들은 큰말해변을 지나 섬의 남쪽 개머리언덕으로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개머리언덕에서 밤을 보낸 후 목기미해변 너머를 들러 다시 선착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편적인 여정이다. 개머리언덕은 그야말로 드넓은 초원 말고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는 허허벌판이다. 이국적인 풍광에 한번, 헤아릴 수 없이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에 두 번 반하는 굴업도는 진정한 백패킹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완벽한 휴식처다.
주소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굴업리
SNS 소장각, 요즘 핫한 은하수 출사지
블랙홀 같은 터널을 지나,
양평 벗고개

서울에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양평의 벗고개는 은하수 관측 성공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손꼽히는 장소기도 하지만, 터널을 배경 삼아 은하수를 담을 수 있는 SNS 인증샷 명소기도 하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별을 보기 위해 벗고개를 방문한다면, 목왕리가 아닌 금왕리 187로 목적지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 또한 은하수 촬영 장소가 터널 주변이다 보니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주변에 가로등이 없어 매우 어둡기도 하거니와 별 구경 인파가 많아 길가에서 사람과 차량이 언제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터널에 거의 도착할 때쯤,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주차 후에는 차량의 불을 완전히 끄고 손전등도 가급적 안 켜는 게 함께 별을 관측하는 매너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금왕리 187
백록상과 함께 인증샷 필수,
1100고지

1100고지는 ‘하늘의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은 산’이란 뜻의 한라산을 끼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간 도로다. 한여름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만큼 해발 높은 곳에 자리한 1100고지 휴게소는 연중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제주의 명소다. 특히 한라산을 바라보며 서 있는 사슴 모양의 백록상은 주변 풍광과 함께 사진으로 담기 좋은 멋스러운 피사체다. 특히 밤하늘에 총총히 떠 있는 별과 그 사이를 흐르는 은하수를 백록상 실루엣과 함께 찍으면 그야말로 평생 소장하고픈 근사한 작품이 탄생한다. 1100고지와 함께 은하수 명당으로 알뜨르 비행장도 추천한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일대에 자리한 이곳은 불빛 하나 없이 탁 트인 너른 벌판과 높이 9m에 달하는 대형 소녀 조각상이 동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1100로 1555
샤스타데이지 필 무렵,
육백마지기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평원’을 뜻하는 육백마지기는 강원도 평창 청옥산 정상의 광활한 들판을 가리킨다. 축구장 6개를 합친 크기와 맞먹는 초록 평원은 6월이 되면 순백의 샤스타데이지로 가득 뒤덮인다. 일명 ‘계란꽃’이라 불리는 샤스타데이지는 소박한 멋이 매력적인 꽃으로, 청명한 하늘 아래 대형 풍력발전기와 한데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낮에는 초원 곳곳에 설치된 아담한 조형물과 무지개 의자 등 포토존에서 인생 사진을 남기고, 밤에는 가만히 누워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하염없이 바라보기 좋다. 차에서 캠핑을 즐기는 차박족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산책 데크나 화장실 같은 기본 편의 시설도 갖췄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길 58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