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도마의 모든 것
요리할 때는 물론 플레이팅 접시로도 훌륭한 나무 도마. 종류별 특징과 올바른 관리법까지 곁에 두고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튼튼하고 안전한 나무 도마
맛있는 냄새 솔솔, 기분 좋은 한 끼 식사는 도마 위에서 시작된다. ‘사각사각’ 기분 좋은 소리, ‘통통통’ 다정하고 경쾌한 소리. 갑자기 입맛이 돌고 배고파지는 마법의 소리가 도마 위에 울려 퍼진다. 도마는 일상에서 매일같이 사용하는 필수품이자 음식의 위생, 청결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도구다. 매일 사용하기에 더욱 안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도마. 최근 나무 도마를 찾는 이가 많아진 이유다.
나무 도마는 견고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 도마보다 칼집에 의한 손상이 적고, 변형이나 균열에도 강하다. 도마의 수종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항균 효과가 뛰어나고 건조가 빨라 세균 번식의 위험이 적다. 칼과 상호작용이 좋아 안전하게 식재료를 자를 수 있고, 칼날에 상처도 덜 입힌다. 무엇보다 자연 그대로의 재료로 만들어 환경친화적이고, 나무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 나무 도마의 인기는 계속될 듯하다.
나뭇결이 살아 있는 원목 도마
우리가 ‘나무 도마’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바로 원목 도마다. 나무를 통으로 재단해 본래의 나뭇결을 살려서 만드는 게 특징이다. 어떤 나무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색도, 나뭇결도 다양한 데다 원하는 모양대로 재단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특히 원목 도마는 인테리어 소품 또는 플레이팅에 많이 쓰인다. 도마 플레이팅에서는 여러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커피 한 잔, 빵 한 조각만 무심하게 놓아도 근사하다. 원목 도마 하나로 주방 인테리어는 물론 언제든 홈 카페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무늬가 아름다운 집성 도마
‘집성 도마’는 나무를 붙여서 만든 도마다. 원목 자체를 사용하지 않고 조각난 나무를 붙여서 만드는데, 여러 가지 색이 섞여 무늬를 내는 게 특징이다. 다양한 나무 조각을 골라 붙여 디자인적으로는 가장 예쁘지만, 자투리 나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저가형 도마에 속한다. 물론 나무를 붙였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순 없다. 다만 집성 도마를 고를 때 접착제를 신경 써서 볼 필요가 있다. 가격이 저렴할수록 공업용 접착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드시 인체에 무해한 접착제를 썼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도마의 끝판왕, 엔드 그레인 도마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인 ‘엔드 그레인 도마’. 흔히 특정 브랜드 이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엔드 그레인(End grain)’은 나무를 완전히 잘랐을 때 나오는 면을 뜻한다. 즉 나무의 나이테 부분이 도마의 표면이 되게끔 잘라서 붙여 만든 도마다. 보통 나무 도마의 결은 칼로 써는 방향과 수직인 반면 엔드 그레인 도마는 나무의 결이 나이테 방향으로 둥글게 형성되어 칼 방향과 일치한다. 즉 흠집에 강하고 상처가 나도 쉽게 복원되며 뒤틀림도 적다. 다른 도마에 비해 제작 공정이 까다롭고 오래 걸려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느낌 때문에 인기가 많다.
각기 다른 색과 강도를 지닌 나무
나무는 강도의 세기에 따라 소프트 우드와 하드 우드로 나뉜다. 소프트 우드는 우리말로 ‘연목’, 즉 목질이 부드러운 나무를 뜻한다. 편백나무, 오동나무, 삼나무, 소나무 등이 해당한다. 목질이 부드럽고 무르기 때문에 칼질할 때 도마가 푹신하게 잘 받아줘 손목 부담이 거의 없다. 반면 강도가 약하다 보니 칼자국이나 패임이 잘 생기고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하드 우드는 나무의 목질이 견고하고 단단하다는 뜻의 ‘견목’이라고 부른다. 소프트 우드에 비해 내구성이 월등한 고급 소재로, 다양한 컬러와 화려한 무늬를 자랑한다. 단단하고 견고하기 때문에 그만큼 가공이 어렵고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가격 또한 높다. 월넛(호두나무), 체리(벗나무), 오크(참나무), 하드메이플, 애쉬(물푸레나무) 등이 하드 우드에 속한다.
흔히 나무 도마는 단단해야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정답은 없다. 나무의 강도, 종류, 색깔이 천차만별인 만큼 각기 다른 특성과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고 나쁨을 따지기보단 사용하는 사람의 성향과 용도에 맞고 사용하기 편리한 도마를 찾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TIP 촉촉하게 사용하기
나무 도마는 어느 정도 수분을 머금은 촉촉한 상태로 만들어 사용하면 좋다. 음식물의 색이나 냄새가 배는 걸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 흐르는 물에 충분히 적힌 후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아 사용하면 된다.
깨끗하게 오래 쓰는 도마 관리법
나무 도마를 오랫동안 깨끗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조금은 바지런해야 한다. 원재료인 나무의 특성상 수분을 잘 흡수하고 칼자국이 나기 쉬워 방치할 시 위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세균 걱정 없이 깨끗하게 오래 쓰려면 평소 신경 써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나무 도마를 닦을 땐 주방세제를 쓰지 않는 게 좋다. 나무로 된 식기도 마찬가지. 나무가 잔여 세제를 머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킹소다는 진한 색의 나무와 만나면 변색의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도마에 묻은 음식물은 중성세제나 굵은소금을 이용해 부드러운 수세미로 살살 문지르고 미지근한 물로 씻어낸다. 너무 뜨거운 물은 나무의 틈을 더 벌려 도마의 수명을 단축하는 원인이 된다.
나무 도마는 오일링이 필수다. 나무가 건조하거나 균열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수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룩지거나 변색한 도마도 오일링으로 새것처럼 되돌릴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도마 전용 오일인 미네랄 오일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리브 오일이나 콩기름, 들기름 등 식용 오일은 완벽한 건조가 어렵고 산패될 위험이 크다. 먼저 도마에 파인 자국이 없는지 살펴보고 파인 부분은 사포질을 하되, 나뭇결 방향으로 문지른다. 가루를 털어낸 후 깨끗이 정리한 도마는 천에 오일을 묻혀 골고루 발라준다. 오일이 도마에 잘 스며들도록 20~30분가량 기다린 후 마른행주로 한 번 닦아내고 하루 정도 건조한 뒤 사용한다. 보통 1년에 1~2번 정도가 적당하다.
TIP 핵심은 잘 말리는 것!
도마는 세척 후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세워서 말린다. 이때 도마 거치대를 이용하거나 고리에 매달아 말리면 한쪽으로 물기가 고이는 걸 막을 수 있다.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되면 도마가 휘거나 갈라질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세상 단 하나뿐인 나만의 도마
시중에 판매 중인 도마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 잘 찾아보면 도마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공방이나 클래스가 많다. 어떤 모양의 도마를 만들지 머릿속으로 상상해본 후 가장 먼저 나무의 종류를 선택한다. 그리고 나무 위에 원하는 모양으로 스케치하는데, 심플한 도형도 좋지만, 개성을 살려 좋아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것도 재미다. 동물이나 과일, 악기 등 원하는 모양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공방에 있는 샘플을 참고해도 좋다.
본격적으로 나무의 모양을 잡기 위해 스케치한 부분을 재단할 차례다. 이때, 전기톱과 나무판의 수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재단할 땐 스케치한 것보다 조금 크게 잘라야 나중에 모양 잡기가 수월하다. 기계로 테두리 샌딩과 모서리를 다듬은 후 본격적으로 사포질이 시작된다. 손으로 만졌을 때 거친 면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사포질을 하는데, 구석구석 꼼꼼하게 해야 매끄러운 도마를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버닝 펜으로 도마에 이름이나 원하는 문구를 새기고 오일을 바르면 완성. 서늘한 곳에서 잘 말린 후 한 번 더 오일을 발라준 뒤 사용하면 된다.
공방 선생님의 지도 아래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도마 만들기. 공방 클래스 참여가 어렵다면 ‘도마 만들기 키트’를 활용해도 좋다. 재단을 제외한 나머지 공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사포와 오일 등 다양한 도구가 포함돼 있어 어디서든 체험 가능하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안전하고 세상에 단 하나뿐이어서 더욱 소중한 나무 도마. 소중한 사람에게 직접 만든 도마를 선물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